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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스토리 정리 12부(12-2) - 군단

gyu30 2021. 6. 5. 03:28

 

 

 

32년

 

굴단은 킬제덴의 명령에 따라 살게라스의 무덤에 남은 힘으로 군단이 넘어올 수 있는 차원문을 열었다. 이게 이렇게 쉽게 가능했으면 진작에 이렇게... 곧 대규모의 악마 군단이 아제로스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군단의 새로운 지휘관 중 하나가 된 굴단은 그들 일부와 함께 곧장 부서진 섬 남쪽 끝에 있는 <감시관의 금고>를 습격했다. 그곳엔 일리단이 봉인되어 있었다. 굴단은 그의 시신을 가지고 사라졌다. 굴단은 일리단의 육신으로 살게라스의 부활을 꾀하고자 했다.

 

 

예토전생하는 일리단

 

 

감시관을 금고를 지키고 있던 마이에브 섀도송은 자신의 병력만으로 군단의 대대적인 침공을 막기엔 역부족이라 판단했다. 그녀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수 년 전 마이에브는 일리단과 그의 악마사냥꾼들을 함께 봉인해두었다. 그들은 이름 그대로 악마를 상대하는데 있어 누구보다 전문화된 자들이었다. 마이에브는 악마사냥꾼들의 봉인을 깨뜨렸다. 아제로스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었다.

 

 

이제 함께 악마와 맞서 싸우게 된 악마사냥꾼들

 

 

평행세계에서부터 굴단을 뒤쫓던 카드가는 그가 군단을 불러들이는 것을 목격하고 즉시 호드와 얼라이언스에 알렸다. 카드가는 그 누구도 혼자서는 그들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옛날처럼 모두가 단결해야 했다. 그동안의 역사에서 수많은 일을 겪었던 얼라이언스와 호드는 불타는 군단의 위협을 가볍게 보지 않았다. 그들은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잠시 갈등을 접어두고 연합하여 곧바로 차원문이 열린 부서진 해변으로 진격했다.

 

 

군단과의 격전지로 향하는 아제로스 연합

 

 

은빛 성기사단장 티리온 폴드링은 전선의 선봉에 서서 맹렬히 싸웠다. 그러나 굴단의 간악한 함정에 빠져 부상을 입은 채 지옥마력이 가득한 웅덩이에 빠지게 되었다. 모험가(성기사 플레이어)는 티리온을 구출하고 파멸의 인도자를 회수하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파멸의 인도자를 쓰기에 알맞은 성기사의 육체를 노린 악마 발나자르에게 제압당하여 정신지배에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 순간, 티리온이 굳은 의지로 정신지배를 깨뜨리고 발나자르를 격퇴했다. 그리고 플레이어를 자신의 후계자로 선택하고는 파멸의 인도자를 건네준 뒤 눈을 감았다. 이로써 리치왕을 쓰러뜨렸던 위대한 영웅 티리온은 마지막까지 어둠과 싸우다 영예로운 삶을 마감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노장의 죽음

 

 

영웅의 안타까운 죽음은 티리온 뿐만이 아니었다. 호드의 수장 볼진 역시 전투 도중에 악마의 창에 맞아 치명상을 입었다. 쓰랄과 바인 역시 부상 상태였다. 전세가 좋지 않다고 판단한 볼진은 실바나스에게 "오늘 호드가 궤멸되어선 안된다"고 이야기했고, 이에 실바나스는 뿔피리를 불어 과감하게 퇴각 명령을 내렸다. 얼라이언스를 남겨놓고 먼저 내빼는 꼴이라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실바나스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한 모습을 본 볼진은 실바나스가 호드를 위해 가장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물이라 판단했는지 그녀에게 호드 대족장의 자리를 물려준 후 눈을 감았다.

 

키보드 너머의 호드 전사들은 분개했다. 자신들의 대족장을 지나가는 컷씬으로 잡몹 한 마리에 찔려 죽게 했다는 점. 트롤 부족 후계자는 제대로 지칭하지도 않은 채 뜬금포 인물을 호드 수장으로 만들었다는 점. 재생력 짱짱인 트롤답지 않은 매우 개연성 없는 죽음이라는 점.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얼라이언스가 감정이입을 하기 위한 도구로써나 이용되어 호드에 대한 몰입은 완전히 깨지게 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이제 호드 대족장은 포세이큰의 지도자 실바나스였다. 앞으로는 그녀 하기 나름이었다.

 

 

볼진님.. 살아계시다.. 볼진님... 살아계시다......ㅠㅠ

 

 

남겨진 얼라이언스는 당연히 위기에 처했다. 호드가 싸우던 언덕 위의 상황을 알지 못했던 얼라이언스는 호드가 고의적으로 배신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전부터 실바나스에게 아들을 잃어 원한이 깊었던 겐 그레이메인은 분통을 터뜨렸다. 호드 놈들을 믿는 게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얼라이언스는 퇴각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뒤늦게나마 어떻게든 비행포격선에 탑승하려 했으나 굴단은 직접 거대 악마를 소환하여 비행선을 붙잡았다. 굴단은 그들을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바리안은 비행선의 줄사다리에 매달려 있었다. 먼저 탑승했던 겐이 바리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바리안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대로는 다 죽을 수도 있었다. 왕은 왕다워야 했다. 바리안은 자신에게 손을 내민 겐에게 대신 품에서 꺼낸 편지 한장을 쥐여주었다. 부서진 섬으로 오는 비행선 안에서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아들에게 미리 써둔 편지였다. 그리고 바리안은 줄사다리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얼라이언스의 퇴각을 방해하는 거대 악마의 머리에 자신의 검 샬라메인을 박아 넣었다. 곧 그 거대 악마가 쓰러졌고, 덕분에 얼라이언스는 퇴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바리안은 섬에 홀로 남겨졌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악마들의 물결 뿐이었다. 

 

 

사지에 홀로 남겨진 바리안

 

 

바리안은 마지막까지 싸웠다. 그의 샬라메인은 다시 두 개로 갈라져 악마들의 피를 사정없이 흩뿌렸다. 그러나 중과부적이었다. 결국 그는 등 뒤의 창에 꿰뚫리고 무릎이 꿇린 채 굴단과 마주했다. 바리안은 마지막까지 늑대의 눈빛을 잃지 않았다. 굴단은 바리안을 지옥 마력으로 완전히 폭사시켰다.

 

 

역사에서 퇴장하는 바리안

 

 

한때 끔찍한 일을 벌였던 가로쉬도 죽었건만, 그 상처가 여물기도 전에 얼라이언스는 그 어떤 때보다도 더 호드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1차 대전쟁 시기부터 테라모어 사태까지 얼라이언스는 끝없는 관용을 보여왔다. 대족장이 바뀐 이후에도 호드는 길니아스를 돌려주지 않았다. 사실 포세이큰이라고 이름만 바꾼 채 로데론을 장악한 언데드의 존재도 동부 왕국의 시민들에겐 여전히 트라우마였으며 호드에게 그 유서 깊은 지역을 내준 것도 그들 입장에선 대단한 관용이자 불안 요소였다. 게다가 부서진 해변에서의 일은 그 불신에 더욱 기름을 부었다.

 

바리안의 샬라메인은 부서진 해변에 그대로 버려졌다. 한참 후 안두인은 다시 그 해변으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읽어보았던 안두인은 한동안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했다. 자신은 아버지의 달리 너무도 유약했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자신이 채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안두인은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해변에서 만난 아버지의 영혼은 그에게 답을 주었다. 왕이 해야만 하는 일. 그것만 생각하면 되었다. 생전에 바리안은 평화를 소중히 생각하는 아들에게 영향을 받아 변화했다. 그러나 안두인 역시 이제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들였다. 그 평화를 지키려면, 목숨을 던져 싸워야 할 때가 있다는 것. 안두인의 나이도 이제 17세였다. 왕의 길을 걷기 시작하기에 충분한 나이였다. 아직 두려움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지만,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왕이 되어야 했다. 안두인은 아버지의 검을 집어 들었다. 유약한 얼굴을 감추기 위해 사자의 형상을 한 투구도 눌러썼다. 샬라메인이 빛을 발했다. 이제 그가 얼라이언스의 새로운 맹주였다.

 

 

아버지의 검과 의지를 이어받은 안두인

 

 

부서진 해변에서의 사건으로 호드와 얼라이언스는 일시적 동맹조차 완전히 끊어졌다. 그러나 실바나스는 두 진영 간의 오해를 푸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곧장 용맹의 전당으로 향했다. 그곳에 발키르가 있었다. 그녀는 그들을 언데드 포세이큰으로 만들고자 했다. 자식을 낳을 수 없는 포세이큰은 점점 세력이 줄어들고 있었기에 필요한 결정이었다. 얼라이언스 따위와 손잡지 않고도 전력을 늘릴 수 있으리라.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겐의 방해로 그녀는 그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겐은 자신의 아들의 미래를 빼앗은 대가로 실바나스의 종족의 미래를 빼앗은 것에 만족해했다.

 

 

나름의 복수를 행한 겐 그레이메인

 

 

이러한 격앙된 갈등은 달라란으로도 이어졌다. 제이나가 키린 토의 수장이 된 후, 달라란은 중립성을 버리고 호드를 배척해왔다. 그러나 카드가는 군단에 맞서기 위해 호드가 다시 달라란에 머무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립은 곧 의회의 투표로 이어졌다. 본래 달라란은 중대한 결정을 항상 6인의 의회의 다수결로 결정하곤 했다. 이번 안건은 카드가의 승리였다. 반대표는 제이나와 또 다른 강경파 둘만이 던졌고 나머지는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결과에 실망한 제이나는 즉시 달라란을 떠났다. 공석이 된 키린 토의 지도자 자리는 카드가가 맡았다.

 

 

키린 토의 새 수장 카드가. 얘도 꽤 늙었네...

 

 

이후 카드가는 살게라스의 무덤 내부에 있는 주 차원문을 봉인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그 실마리는 4년 만에 다이아몬드 상태에서 느닷없이 깨어난 전 아이언포지 국왕 마그니 브론즈비어드가 전해주었다. 그는 아제로스 티탄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군단을 저지할 수 있는 힌트를 주고는 다시 어딘가로 여행을 떠났다. 그는 왕좌에는 전혀 미련이 없었으며 뭔가 다른 할 일이 있는 듯했다.

 

 

뭔가 초월적인 느낌을 뿜는 마그니

 

 

카드가가 얻은 실마리는 한 권의 책에 있었다. 과거 그가 메디브의 제자로써 카라잔에서 지냈을 때, 도서관에서 최초의 수호자인 알로디가 저술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거기서 알로디가 악마 봉인에 일가견이 있다는 걸 떠올린 카드가는 각고의 노력 끝에 알로디의 영혼을 불러내 만족할 만한 답을 들었다. 그것은 <창조의 근원>이었다. 창조주 티탄이 아제로스를 재창조할 때 사용했던 그 유물들은 차원문을 닫을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이미 오래전 나이트 엘프 명가의 한 분파인 나이트본이 세계의 분리 당시 그와 같은 용도로 사용했던 전례가 있었다. 이를 알아낸 카드가와 모험가들은 즉시 부서진 섬 곳곳에 흩어져 있는 창조의 근원을 찾아 나섰다.

 

 

특이하게도 창조의 근원 중에 '엘룬'의 이름이 언급된다.

 

 

그 와중에 카드가는 군단에 맞설 뜻밖의 계시를 받는다. 그 전언은 우주 너머 빛의 군대를 이끄는 최초의 나루, 제라로부터 온 것이었다. 그동안 제라는 투랄리온, 알레리아 등과 함께 온갖 별에서 군단의 악마들과 싸워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도 한계인 상황이었다. 그녀는 군단을 이길 수 있는 단 하나의 계시를 간절히 전했다. 그것은 바로 일리단이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일리단만이 군단에 맞서 이 우주를 구원할 수 있는 빛의 용사(!)라 했다. 이제부터 아제로스인들은 그들이 때려잡았던 일리단을 다시 되살려야 했다.

 

 

일리단 짱!! 일리단이 짱이라고!! 꺄악 리단 옵빠!!!

 

 

카드가와 모험가들은 리단 빠순이의 말에 따라 우선 구류된 일리단의 영혼을 되찾았다. 그리고 일리단의 육신을 훔쳐 간 굴단이 있는 부서진 섬의 <밤의 요새>로 향했다. 굴단은 그동안 일리단의 육신을 이용해 살게라스를 강림하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드가를 위시한 모험가들의 활약으로 결국 그 의식은 실패했고, 일리단은 자신의 영혼을 되찾아 마침내 온전히 부활하게 된다. 깨어난 일리단은 즉시 굴단의 머리를 붙잡아 그를 산산조각 냈다.

 

 

살아단님이 일리나셨다!!

 

 

일리단은 지체하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는 일행과 함께 살게라스의 무덤으로 향했다. 곧 킬제덴의 대규모 병력이 아제로스로 쳐들어 왔다. 그들은 킬제덴의 기함에 맞서 맹렬히 싸웠다. 이때 공교롭게도 한 편에 서서 싸우게 된 일리단과 마이에브는 매우 오묘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점점 더 몰려드는 군단의 악마들

 

 

너네... 그런 거 좋아하니...?

 

 

아제로스의 영웅들은 무덤 안에서 오래전 티리스팔의 수호자 에이그윈이 싸웠던 '살게라스의 화신'의 몰락한 잔재를 쓰러뜨린 후, 창조의 근원을 통해 차원문들을 닫았다. 그리고 도망치는 킬제덴의 기함을 끝까지 쫓아가 기어코 그마저 패배시켰다. 킬제덴은 죽어가며 벨렌에게 자신의 마지막 심정을 털어놓았다. 사실 그는 벨렌의 신념과 혜안을 부러워했었다. 그리고 살게라스를 너무도 두려워 해왔다. 이제 모든 것이 부질 없어진 그는 벨렌이 자신과 다른 결말을 맺길 기대하며 완전히 소멸했다. 자신의 영역에서 맞이한 죽음이라 더 이상 부활할 수 없었다. 벨렌은 직접 킬제덴의 눈을 감겨주었다.

 

 

한때 누구보다 가까웠던 세 남자 킬제덴, 벨렌, 아키몬드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 카드가는 모두와 함께 아제로스로 귀환했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일리단은 오래전에 구해놓았던 살게라이트 쐐기돌로 아르거스 행성을 통째로 아제로스 앞으로 끌고 들어왔다. 아제로스 상공에 아르거스로 가는 거대한 차원문이 열린 것이다. 모두가 경악하는 가운데, 일리단은 미소 지었다.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군단의 침공은 언제든 반복된다. 그들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너흰 이제 준비가 됐다.

 

 

일리단과 벨렌을 위시한 영웅들은 곧 드레나이 함선 <구원호>를 타고 아르거스로 진격을 시작했다. 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벨렌으로써는 수만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셈이었다.

 

 

군단의 본거지가 되어버린 아르거스 행성

 

 

벨렌의 기대와 달리, 빛의 군대의 상황은 상당히 처참했다. 그들의 전함 제네다르(Xenedar)는 산산이 부서져 아르거스 한구석에 처박혔고 그들의 주 전력인 빛벼림 드레나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제라 역시 격추된 제네다르 안에서 완전히 무력화된 채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아제로스 일행은 먼저 투랄리온과 알레리아를 만났다. 

 

 

오랜만에 등장한 알레리아와 투랄리온

 

 

빛의 군대의 대총독이 된 투랄리온은 천 년 동안 악마들과 싸워왔다고 했다. 뒤틀린 황천은 아제로스보다 시간이 몇십 배 빨리 흐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투랄리온은 제라에게 축복받아 빛벼림으로 다시 태어났고 알레리아는 원래 태양샘의 축복을 받은 엘프였기에 그 오랜 세월을 살 수 있었다. 그들은 함께 연합하여 전력을 재정비한 후 제네다르부터 수복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제라를 구해냈다. 그리하여 일리단은 자신의 열렬한 빠순이를 처음으로 대면하게 된다.

 

 

옵빠... 왔어?

 

 

제라는 마침내 만나게 된 일리단을 보고 만족스러워 하며 그에게 일찍이 계시했던 빛의 용사로서의 운명을 부과하려 했다. 일리단을 타락시켰던 지옥의 힘을 버리고 이제 빛의 힘을 받아들일 때였다. 그것이 그의 운명이었다. 그러나 일리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초에 그를 타락하게 만들었다는 지옥의 힘은 누군가가 억지로 들이민 게 아니라 일리단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다. 그는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자였다. 그러한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던 제라는 일리단을 구속하고 강제로 빛의 힘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일리단은 끝까지 거부했고, 급기야 그 반항은 제라를 폭발시켰다. 최초의 나루 제라는 그렇게 허무하게 사망했다.

 

 

하여튼 꼭 팬심 운운하며 연예인들 인생을 자기 입맛대로 만들려는 애들이 있어...-,.-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상황에 투랄리온은 분노하여 일리단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었다. 반면 알레리아는 제라의 죽음보다는 일리단에 힘에 주목했다. 그녀는 실용주의자였다. 때문에 공허의 힘을 연구한 것이 제라에게 밉보여 감금형에 처해지기도 했었다. 사실 제라는 빛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위압적인 성향을 줄곧 보여왔다. 빛, 또는 선의 이름으로 다른 이를 억압하는 것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악이 될 수 있음을 제라는 전혀 이해하지 않았다.

 

이후 알레리아는 공허의 힘에 물든 나루 르우라의 힘을 흡수하여 결국 공허의 힘을 갖게 된다. 보통의 필멸자들은 이성을 잃고 미쳐버릴 상황이었지만 알레리아는 수수께끼의 에테리얼 공간 방랑자의 조언으로 이를 이겨내고 역으로 공허의 힘을 통제할 수 있었다. 공간 방랑자는 알레리아에게 공허의 힘을 무기로 삼게 된 것을 축하하며 조용히 사라졌다. 

 

그의 존재는 모든 것이 수수께끼였다. 공허의 존재면서 어떻게 공허에 물들어 타락하지 않을 수 있었는지, 왜 공허의 존재들과 대립하고 있는지, 무슨 목적으로 공허의 힘을 다루는 법을 다른 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지 모든 행동의 이유를 전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자신에 대해 알려준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공간 방랑자(Locus-Walker)는 그의 본명이 아니라는 것. 만약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 그 즉시 수천 개의 공허의 차원문이 열려 현실을 찢어발길 것이며 그 이름을 들은 자는 미쳐버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힘이 담긴 고대의 단어', 그것이 유일한 힌트였다.

 

 

아르거스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에테리얼, 공간 방랑자

 

 

이후 아제로스 연합과 빛의 군대는 군단의 근거지인 <안토러스 - 불타는 왕좌>로 진격하여 결전을 벌였다. 그곳에서 일행은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어딘가로 훌쩍 여행을 떠났던 마그니 브론즈비어드였다. 그는 안토러스에 있는 티탄들의 존재에 대해 알려주며 왕좌 최심부로 일행을 인도했다. 그곳에 판테온의 티탄들이 있었다.

 

 

뜻하지 않게 창조주들을 만나게 된 아제로스인들

 

 

오래전 살게라스는 판테온의 티탄들을 모두 죽이고 그들의 정수와 영혼을 사로잡아 고문하고 뒤틀어 타락시키려 해왔다. 티탄 아그라마르는 이미 살게라스의 수하가 되었고, 이오나는 도망쳤다. 모험가들은 아그라마르를 쓰러뜨리고 이오나와 협력해가며 불타는 왕좌 깊은 곳으로 치달았다. 그 끝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아르거스의 세계혼에서 태어난 뒤틀린 티탄, 사멸자 아르거스였다. 

 

 

살게라스의 고문으로 뒤틀린 아르거스의 세계혼

 

 

일행은 최선을 다해 아르거스와 싸웠다. 절대적 권능을 가진 티탄이었지만, 아르거스는 수천 년 간의 착취로 아주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일전에 상대한 아그라마르 역시 살게라스가 타락시켜 부활한 영혼이었기에 필멸자들이 상대할 수 있었다. 마침내 아르거스가 쓰러지자 구속되었던 판테온 티탄들의 정수가 풀려났다. 그들은 판테온의 왕좌로 이동해 힘을 모았다. 살게라스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살게라스는 아제로스의 세계혼에 달라붙어 타락을 속삭이고 있었다. 

 

 

저 거대한 구름이 살게라스다.

 

 

아만툴, 이오나, 골가네스, 아그라마르, 카즈고로스 5인의 판테온들은 자신들의 힘을 모두 사용해 살게라스를 판테온의 권좌에 영원히 봉인하겠다고 했다. 그것만이 살게라스를 저지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잠시 후 판테온들이 모든 힘을 모아 살게라스에게 보내자, 아제라스에 철썩 붙어있던 살게라스가 괴성을 지르며 뜯겨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 살게라스는 최후의 발악으로 자신의 검 <고리발>을 아제로스의 실리더스 지역에 꽂아 넣었다. 그 여파로 아제로스는 엄청난 상처를 입는다.

 

 

 

 

 

살게라스가 남긴 최후의 흔적

 

 

이로써 만 년 간 이어져 온 군단과의 성전은 영원히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벨렌과 영웅들은 아제로스로 돌아갔다. 그러나 일리단은 판테온의 권좌에 남았다. 그는 살게라스의 봉인을 지키는 간수역을 스스로 자청했다.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운명의 종착이었다. 끝없이 고독한 삶이겠지만 그는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다. 일리단은 마지막으로 티란데와 말퓨리온에게 작별의 전언을 보냈다. 마이에브는...? 그의 진심은 마지막 순간에야 비로소 전해질 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미련도 없었다. 일리단은 그렇게 영원히 아제로스와 작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