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스토리 정리 1부 - 아제로스의 새벽(태초 ~ 1만 2천 년)
1
처음, 공허가 피어났다.
그것은 어둠의 공백에서 성장했고, 빛과 어우러져 물리 우주를 탄생시켰다.
태동하는 워크래프트의 세계
우주는 '끝없는 어둠(Great Dark Beyond)'이었다. 그곳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별과 행성이 탄생했다.
빛과 공허가 뒤섞인 불안정한 에너지는 '뒤틀린 황천(Twisting Nether)'이라는 비현실의 차원도 생성시켰다. 그것은 물리 우주의 경계 바깥에 평행하게 존재했다. 그러나 우주와는 희미하게나마 연결되어 있었고, 또한 공허와도 닿아있었다. 뒤틀린 황천은 물리 우주와 차원을 달리했으나 그 불안정한 에너지는 가끔씩 우주의 장막을 찢고 현실로 흘러들어 창조를 왜곡했다.
워크래프트 세계의 공간 개념
빛은 우주의 수많은 행성에 생명을 흩뿌렸다. 그중 첫 번째로 의식을 가지고 태어난 생명의 형태는 원소 정령이었다. 불, 물, 바람, 대지, 정기, 부패. 여섯 가지 원소의 영향을 받는 이 생명체들은 거의 모든 물리 세계에 자생했으며 창조의 초기 시대를 열었다.
나루는 신성한 빛으로 이루어진 자애로운 존재였다. 그들은 신성 마법의 능력을 사용해 희망을 퍼뜨렸고, 어느 곳이건 생명을 발견한다면 보살펴 주기로 맹세했다.
티탄은 세계혼이라고도 알려진 행성의 내핵 중심에서 형성되었다. 백금 또는 청동 금속 피부를 가진 그들은 창조의 힘을 지닌 채, 우주의 행성들을 관찰하고 여행했다. 나루는 생명을 찾아 보호하기 위함이었지만, 티탄의 여정은 아직 세계혼으로써 잠들어 있는 동족을 찾아 깨우기 위함이었다.
공허의 군주들은 그 이름대로 공허에 존재했다. 이들은 충족되지 않는 굶주림에 이끌려 물질 우주의 모든 사물과 에너지를 집어삼키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물리 우주에 개입할 수 없었다. 가장 강력한 공허의 군주만이 물질 우주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지만, 그것도 일정 시간 동안만 가능했다.
태초부터 존재한 자들
-147,000년
세계혼(World-soul)으로부터 처음 깨어난 티탄은 아만툴이었다. 그는 자신이 왜, 무엇 때문에, 어떻게 깨어났는지 알지 못 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다른 동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아만툴은 초기 세계혼을 찾아 행성을 탐험했고, 마침내 동족을 발견해 깨우는데 성공했다. 깨어난 티탄들은 아만툴의 숭고한 탐색에 헌신적으로 동참했다. 언제부터인가 이 티탄의 무리는 판테온이라 불렸다.
티탄들의 모임 '판테온'
판테온은 동족을 깨우기 위해선 질서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티탄은 본질적으로 질서와 안정으로부터 태어나는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우선 날뛰는 원소 정령을 진정시켰다. 그런 다음 산과 바다를 만들어 세계를 다시 빚어냈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질서를 세운 세계에 수많은 생명의 씨앗을 심었다. 판테온은 그렇게 함으로써 세계혼을 불러내고 세계가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기를 바랐다.
판테온은 또한 그들이 빚은 행성의 표면에 거대한 기계를 파묻었다. 혹시라도 진화의 경로가 무질서로 향했을 때에, 이 장치를 통해서 진화의 과정이 다시 시작될 수 있도록 생명을 씻어 내고 세계를 정화하기 위함이었다. 아만툴은 이 정화 장치를 다룰 존재로 별무리(constellar)라는 신비의 종족을 불러냈다. 이들 별무리는 만약 불안정한 징후가 발견될 경우 비상 복구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티탄이 질서를 세운 행성들을 관찰했다.
행성 청소반장(?) 역할을 맡은 별무리 종족
한편, 끝없는 어둠 우주 머나먼 영역에서는 티탄이 알지 못하는 사악한 힘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공허의 군주들은 행성을 넘나드는 판테온을 지켜보며 그들의 능력을 시기했고, 급기야 세계를 빚어내는 티탄 중 하나를 타락시켜 자신들의 의지를 따르는 도구로 삼고자 했다. 하지만 강직한 티탄은 그 은밀한 타락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므로, 가장 취약한 상태의 티탄. 즉 아직 깨어나지 않은 세계혼에게 영향력을 끼치기로 마음먹었다.
공허의 군주는 세계혼이 어느 행성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의 힘을 모은 다음 세계혼이 있는 행성에 닿기를 바라며 물리 우주 곳곳에 어둠의 생명체를 흩뿌렸다. 이 공허의 피조물들은 끝없는 어둠 우주를 가로질러 맹목적으로 세계혼을 찾아헤맸다. 이 사악한 존재들은 훗날 고대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마주치는 모든 것을 타락시켰다.
공허의 군주의 피조물, 고대신
판테온은 공허의 군주나 고대신의 존재에 대해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관심은 그보다 더 즉각적인 위협, 즉 악마에게 쏠렸다.
뒤틀린 황천에서 태어난 그 포악한 생명체들은 끝없는 어둠 우주에서 태어난 생명들과 달리 빛과 공허의 에너지가 서로 뒤섞인 결과로 빚어진 존재들이었다. 그로 인해 그들은 강한 악의와 증오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상급 악마 종족인 나스레짐은 공포의 군주들이라고도 불렸다. 그들은 교활하고 조종에 능한 자들로써, 필멸의 문명에 침투해 부족끼리 싸우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즐겼다. 아나이힐란 종족의 또 다른 이름은 지옥의 군주였다. 그들은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필멸의 생명들을 학살하고 고통을 선사했다.
뒤틀린 황천에서 태어난 악마들
판테온은 이들 악마가 세계혼을 깨우고자 하는 자신들의 일을 방해할 것을 염려해 가장 강력한 티탄 전사, 살게라스를 급파했다. 부관 역할로 아그라마르도 함께 붙여주었다. 고결한 살게라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숙업을 주저하지 않고 시행했다. 그의 용기와 힘은 판테온의 구성원 중에서도 독보적이었기에, 악마를 뒤쫓는 험난한 임무에 잘 들어맞았다.
숙업을 부여받은 살게라스
사악한 악마들은 매우 호전적이었지만 체계가 없었고 효율적이지 않았다. 따라서 살게라스는 손쉽게 악마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뒤틀린 황천에서 태어난 악마들은 물리 우주에서 퇴치한다고 해도 영혼만은 황천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났다. 살게라스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아그라마르가 악마들을 상대하고 있는 사이, 살게라스는 시간을 갖고 뒤틀린 황천의 성질을 연구했다. 마침내 마르둠이라는 추방의 차원을 만들어낸 살게라스는 퇴치한 악마들을 그곳에 가두었다. 이 소차원의 감옥에 가두어진 악마들은 영원히 고립되어 더 이상 우주에 위협을 가하지 못 했다. 마르둠은 곧 끔찍한 지옥의 에너지로 넘쳐났지만, 덕분에 티탄의 행성들은 번영할 수 있었다.
차원 감옥 마르둠
어느 시기에 살게라스는 우주의 머나먼 구석으로 이끌려 갔다. 검고 메마른 행성에서 차가운 공허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 보는 거대한 존재가 행성의 표면을 타락시키는 광경을 마주했다. 고대신이었다.
고대신은 행성에 스스로를 파묻은 채 공허의 장막을 드리우고 있었다. 살게라스는 그 어둡고 사악한 존재가 행성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잠든 티탄의 영혼, 세계혼을 어둠 속으로 휘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윽고 한 무리의 나스레짐이 고대신의 어두운 힘을 받기 위해 이끌려오자, 살게라스는 그들을 붙잡아 심문했다. 악마들은 곧 공허의 군주와 고대신에 대해 아는 것들을 털어놓았다. 만약 공허의 힘이 발생 초기의 티탄을 타락시키는데 성공한다면 티탄은 상상할 수 없는 어둠의 존재로 깨어날 것이며, 그 뒤틀린 티탄은 공허의 군주의 의지에 따라 우주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를 집어삼킬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힘은 판테온조차 맞서지 못할 것이라 했다.
패배를 모르는 위대한 전사 살게라스는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분노와 괴로움에 사로잡힌 살게라스는 비통한 심정으로 즉시 검을 들어 타락한 행성을 두 동강 냈다. 곧 폭발이 이어지며 세계혼도 함께 소멸했다. 어둠에 물든 티탄이 태어나는 것을 막으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행성 자체를 파괴해버린 살게라스
살게라스는 즉각 이 일을 판테온과 동족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공허의 힘을 직접 보지 못한 그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가늠하지 못했고, 오히려 왜 성급히 세계혼을 파괴했느냐며 살게라스를 나무랐다.
살게라스와 다른 티탄 사이에 논쟁은 곧 격화되었다. 살게라스는 공허의 군주가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는 것을 저지할 방법은 모든 창조물을 불태우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물리 우주에서 오염을 거두고 나면 생명은 다시 뿌리를 내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판테온 구성원들은 그의 말에 충격을 받을 뿐이었다. 절대 그런 일은 있어선 안된다며 모두가 반대했다.
살게라스는 판테온이 영원히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공허의 군주가 일으키는 타락을 정화하는 작업은 혼자서 해야 했다. 절망감에 휩싸인 살게라스는 동족들을 등지고 뛰쳐나갔다. 그것이 판테온의 티탄들이 살게라스를 자신의 동료로서 마주한 마지막 순간이었다.
-65,000년
긴 시간이 흘러 우주에는 더 이상 세계혼을 품은 행성이 없는 듯했다. 그러던 차에 끝없는 어둠의 외진 구석에서 어린 행성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행성의 깊은 곳에서는 강력하고 고귀한 티탄의 영혼이 생명을 품고 꿈틀거리고 있었다. 훗날 아제로스라는 이름으로 불릴 행성이었다. 아제로스는 지금까지의 그 어떤 세계혼보다도 강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모습을 갖춰가는 어린 행성 아제로스
아제로스 역시 초기 티탄이 내핵에서 성장하는 동안 행성 표면은 원소 정령들에 의해 지배받고 있었다. 특히 가장 강력했던 네 정령 군주는 수많은 하급 정령들을 부리며 군림했다. 불의 정령 군주 라그라노스, 바람의 군주 알아키르, 바위 어머니 테라제인, 파도사냥꾼 넵튤론. 이들에게 있어 유일한 욕망은 그저 아제로스에 펼쳐진 끝없는 혼돈의 순환을 지속하는 것뿐이었다.
초기 아제로스를 지배한 4대 정령왕
정령 군주들이 태고의 소란을 즐기는 동안 끝없는 어둠에서 한 무리의 고대 신이 아제로스에 떨어졌다. 그들은 아제로스의 표면에 충돌했고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자리를 잡았다. 그들에게 있어 잠재력 강한 아제로스는 타락시키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고대 신들은 마치 거대한 종양처럼 아제로스의 대지에 타락의 기운을 퍼뜨렸다. 고대 신의 촉수는 아제로스의 표면을 뚫고 내핵을 향해 깊숙이 파고들었으며, 그들의 황폐한 몸에선 사악한 생체 물질이 흘러나왔다.
고대 신의 몸에서 흘러나온 생체 물질은 두 가지 독특한 종족을 탄생시켰다. 첫 번째는 교활하고 지능적인 느라키, 즉 '얼굴 없는 자'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종족이었다. 두 번째는 집요한 곤충 종족 아퀴르였다. 이 두 종족은 고대 신에게 광적인 충성심을 보이며 주인을 섬겼다.
고대 신을 섬기는 자들
이들은 곧 아제로스 대륙의 중심부에 검은 제국이라는 최초의 문명을 탄생시켰다. 고대신 이샤라즈의 영토를 중심으로 건설된 이 문명의 출현은 정령왕들의 적대감을 키웠고, 곧 공동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네 명의 정령왕은 협력을 도모했다. 하지만 이미 세력이 너무나 커져버린 그들을 상대하기엔 정령들의 힘은 역부족이었다. 결국 정령왕들은 고대 신에게 감염되어 그들의 수족이 되고 만다.
아제로스 최초의 문명, 검은 제국
한편, 티탄 아그라마르는 살게라스가 사라진 이후에도 홀로 계속해서 황천의 악마들과 싸우고 있었다. 그의 결의는 흔들리지 않았고 언젠가 살게라스가 돌아와 다시 함께 할 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그라마르는 우주의 외진 구석에서 마침내 아제로스를 발견했다. 아제로스의 심장부에는 분명 동족이 잠들어 있었고, 게다가 이제까지 만난 어느 세계혼보다도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세계혼은 너무도 강력해 활동의 흔적이 행성의 표면까지 전해졌고 아그라마르는 소리만으로도 세계혼의 꿈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아제로스를 살펴본 순간 아그라마르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아제로스의 표면이 병든 피부처럼 공허의 에너지에 물들어 있었다. 황폐한 땅에는 고대 신과 검은 제국이 솟아나 있었다. 어린 티탄의 영혼이 아직 타락하지 않은 것은 기적이었다. 그러나 아그라마르는 그 영혼이 공허에 굴복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리라 생각했다.
아직은 하나였던 아제로스 대륙
아그라마르는 판테온에 이 사실을 알리고 의견을 구했다. 그것은 공허의 군주와 그들의 계획에 관한 살게라스의 이야기가 옳았다는 분명한 증거였다. 아그라마르는 티탄들에게 아제로스를 영원히 잃어버리기 전에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티탄 이오나는 고대 신의 사악함에 놀라는 한편 아제로스의 잠재력에 더욱 주목했다. 그녀는 아제로스가 타락할 경우 살게라스를 능가하는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는 반면, 반대로 티탄으로 잘 성장해 깨어나준다면 자신들에게 아주 든든한 우군이 되어 공허의 군주들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이 돼줄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판테온은 이오나의 의견을 받아들여 아제로스를 예전 살게라스가 했던 것처럼 파괴하지는 않고, 다 같이 힘을 합쳐 고대 신에게 감염된 행성을 정화하고 질서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티탄들은 우선 거인 종족과 수호자들을 창조해 군대를 조직했다. (※ 수호자 : 거인 종족의 우두머리. 티탄 감시자, 또는 티탄 관리인이라고도 부른다. 로켄, 오딘, 라, 토림, 호디르, 프레이야, 미미론, 티르, 아카에다스 등등이 있다.) 이들 수호자들은 거인들을 이끌고 검은 제국의 최북단 요새부터 강타했다.
티탄의 수호자들
고대 신들은 먼저 자신들이 감염시킨 불사의 정령왕들을 내보냈다. 하지만 수호자들은 그들을 소차원을 새로 만들어 그곳에 가두어버렸다. 과거 살게라스가 마르둠 차원을 만들어 황천의 악마들을 가둔 것과 같은 방법이었다.
이어서 수호자들은 검은 제국의 아퀴르 군단에 눈을 돌렸다. 곤충류인 아퀴르의 상당수는 지하에 구축한 거대한 땅굴에 살고 있었다. 수호자들은 흙과 바위를 움직여 아퀴르의 동굴을 무너뜨렸다. 결국 둥지에서 내몰린 아퀴르는 소수만이 살아남아 패퇴했다.
수호자들은 마지막으로 검은 제국의 심장부를 둘러싼 느라키들을 조각내며 고대 신이 위치한 핵심부로 진입했다. 판테온은 피조물들이 고대 신들에게 감염될 것을 우려하여 직접 그들을 상대했다.
격동하는 아제로스
아만툴은 거대한 팔을 들어 아제로스의 표면에서 고대 신 이샤라즈를 뜯어냈다. 이샤라즈의 거대한 몸통은 산산조각 났고 마침내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이샤라즈의 촉수는 아만툴의 예상보다 훨씬 더 깊은 곳까지 미치고 있었다. 때문에 어린 티탄의 생혈인 비전 에너지가 상처에서 솟구쳐 나와 사방에 흘렀다. 아만툴은 당황했다. 계속해서 같은 방법으로 고대 신을 처치했다간 아제로스도 무사하지 못 했다. 그것은 너무도 위험한 방법이었다.
판테온은 고민 끝에 사악한 고대 신을 그 자리에 그대로 봉인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판단했다. 어려운 일이지만 수호자의 도움을 받는다면 가능했다. 그들은 필사의 사투를 벌였고, 마침내 나머지 고대 신인 크툰, 느조스, 요그사론을 모두 아제로스 깊은 곳에 봉인하는데 성공했다.
티탄에 의해 모조리 봉인되거나 추방된 고대 신의 세력들
아제로스에 일시적인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고대 신이 남긴 상처는 끔찍했다. 아제로스에 새겨진 상처, 그 거대한 틈에선 비전 에너지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아제로스 전역으로 퍼져 갔다. 티탄들은 만약 이를 방치한다면 그 에너지가 점차 아제로스를 집어삼킬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수호자들에게 '창조의 기둥'이라는 유물을 주어 그들이 직접 아제로스를 치유하고 빚어낼 수 있도록 했다.
수호자들은 밤낮으로 매달려 벌어진 틈으로 분출하는 생혈을 막을 마법의 수호물을 만들었다. 결국 맹렬히 솟구치던 에너지는 잦아들었고 균형을 찾았다. 상처가 있던 자리에는 생기 넘치는 에너지로 이루어진 호수만이 남았다. 수호자들은 그것을 영원의 샘이라 불렀다.
생명이 흘러넘치는 영원의 샘
영원의 샘은 그 신비로운 힘으로 고통받는 아제로스의 곳곳에 스며들어 생명이 온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번창하도록 도왔다. 수호자들은 아제로스에 더욱 기운을 불어넣고 생명을 안정시키기 위해 의지의 용광로와 시초의 용광로를 만들었다.
그들은 먼저 아제로스의 북쪽에 '의지의 용광로'를 설치하고 그것을 보호할 요새 울두아르를 건설했다. 또한 울두아르에는 의지의 용광로는 물론 요그사론의 감옥이 있었기에 티탄의 피조물이자 강철 피부를 가진 용맹한 전사 브리쿨로 하여금 요새를 단단히 지키게 하였다.
의지의 용광로는 아제로스에서 생명의 정수를 끌어모아 바위와 강철로 만들어진 새로운 피조물들을 형성했다. 바위 피부를 지닌 아누비사스, 맹수를 닮은 톨비르, 불굴의 모구, 기괴한 트로그가 바로 그들이었다.
수호자들은 아제로스 남단에서 발견한 이샤라즈의 심장을 연구하여 공허의 피조물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했다. 따라서 심장을 남쪽 영원꽃 골짜기 지하에 이샤라즈의 금고를 만들어 가둔 다음 모구들에게 감시하도록 했다.
이어서 그들은 아제로스 정화 기능을 맡을 '시초의 용광로'를 만들고 그것을 보호할 요새 울둠을 건설했다. 울둠을 지킬 역할로는 톨비르를 배치했다. 동쪽의 땅에는 티탄의 금고 울다만에 실패작 피조물인 트로그들을 수용시켰다. 마지막으로 서쪽에 고대 신 크툰을 감시할 요새 안퀴라즈까지 건설해 아누비사스를 배치했다.
아제로스 곳곳에 건설되는 고대 유적
수호자들은 다음으로 아제로스의 표면을 재형성하는 일에 착수했다. 의지의 용광로에서 태어난 또 다른 티탄의 피조물 토석인들은 산을 만들거나 땅을 깎는데 특기가 있었다. 수호자 미미론이 설계한 기계 노움들은 기계장치의 제작을 돕거나 보수를 담당했다. 거대한 몸집의 거인들은 아제로스에 강과 물길을 만들고 심해의 바닥을 빚었다.
단단한 육체를 가진 티탄의 피조물들
아제로스가 상처를 치유하고 제 모습을 갖춰가자, 수호자 프레이야는 아제로스에 유기 생명체를 채우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프레이야는 영혼과 자연 마법의 차원 에메랄드의 꿈을 만들었다.
이 차원은 아제로스의 복제 형상으로 작용하면서 동식물의 진화 경로를 조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수많은 영혼과 초자연적인 존재가 에메랄드의 꿈을 채웠고 그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즐거이 뛰놀았다. 이 신비로운 꿈은 현실에 관한 필멸자의 인식을 부정했다. 시간이나 거리와 같은 개념은 없었기에 현실에서의 하루가 에메랄드의 꿈에서는 수십 년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
아제로스의 청사진, 에메랄드의 꿈
프레이야는 에메랄드의 꿈을 만든 이후에도 아제로스를 떠돌며 영원의 샘에서 나온 에너지가 모이는 곳을 찾았다. 그녀는 그 마력의 장소에 자연의 군락을 조성했고, 그곳에서 위대한 생명체가 자연스레 출연했다. 야생 신이라 불릴 거대한 동물들이었다.
야생 신들의 발자국에서는 무성한 숲과 초원이 자라나곤 했다. 특히 하이잘 산의 무성한 숲은 야생 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다. 프레이야는 야생 신들의 사랑스러운 영혼을 에메랄드의 꿈에 결속시켰다. 야생 신들은 그 에테르 영역에 굳게 연결되어 아제로스의 생명력과 활력을 상징하게 되었다.
아제로스의 수많은 야생 신들
시간이 지나며 아제로스에는 계속해서 피와 살을 지닌 낯선 생명체들이 자연 발생했다. 원시 용이 그러했고, 수많은 동식물들이 그러했다. 어느 황혼이 지던 저녁, 티탄이 벼려낸 피조물들은 스스로 빚은 이 세계를 '영원한 별빛의 땅', 즉 칼림도어라 이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