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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스토리 정리 4부 - 오크와 인간 & 최후의 수호자

gyu30 2021. 5. 27. 04:44

 

 

 

0년

 

 

블랙핸드는 광기에 이성을 잃어 통제가 어려워진 일부 부족들(전쟁노래 부족, 으스러진 손 부족, 천둥군주 부족 등)을 드레노어에 남겨놓고 왔다. 따라서 전력이 예전 같지는 않았지만, 대신 그에겐 부족의 2인자 오그림 둠해머와 용맹한 사울팽 형제, 그리고 아이트리그가 있었다. 피눈물 부족의 킬로그 데드아이와 오우거 마법사 초갈, 굴단의 흑마법사들 역시 든든한 전력이었다.

 

 

스톰윈드 남쪽 지방에 열린 어둠의 차원문

 

 

스톰윈드 국왕 레인 린은 왕으로 즉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여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종족과 조우하게 된 것에 당황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전의 트롤들과 달리 그들의 목표는 '정복'이었기에 적당히 분쟁을 축소시키거나 협상할 여지도 없었다. 게다가 스톰윈드는 최근 수십 년 동안 고립 정책을 고수해왔기에 주변 왕국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작중 선량한 이상주의자로 표현되는 왕 '레인 린'

 

 

곧 호드의 정복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첫 목표는 단연 어둠의 문에서 가장 가까운 스톰윈드 왕국이었다. 호드 대족장 블랙핸드는 우선 어둠의 문 근처에 선봉 기지를 세우고 곧바로 스톰윈드 영지로 진격했다. 스톰윈드는 이 낯선 이방인들의 침략에 아무런 대비가 돼있지 않았다. 사정을 파악할 새도 없이 그들은 서부 몰락지대와 그늘숲, 붉은마루 산맥 일대를 호드의 손에 내주어야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사태 파악이 된 후에는 인간들 역시 호락호락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악마의 피를 마신 오크들은 강했지만 인간들은 잘 정비된 군대와 말을 이용한 우수한 기동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아제로스 지리에 능했으며, 오크에겐 없는 성직자들도 있었다. 성직자들은 부상당한 병사들을 치료하여 다시 전장에 복귀시켰다. 그리고 뭣보다 스톰윈드에 있어 가장 강력한 전력은 바로 그들의 지휘관 안두인 로서였다. 그는 뛰어난 전략 전술로 스톰윈드 성을 둘러싼 1차 공성전에서 아군을 승리로 이끌었다.

 

 

훗날 <1차 대전쟁>이라 불릴 전투

 

 

한편 굴단의 행보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해온 서리늑대 부족의 족장 듀로탄이 호드에서 추방된다. 듀로탄은 이미 망가져버린 드레노어에 부족이 살 길은 없으리라 판단하여 아제로스 원정에는 찬성했었다. 하지만 그는 드레노어가 망가진 원인이 지옥 마법의 무분별한 사용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기에 아제로스에서도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면 결국 이곳도 마찬가지 상태가 될 것이라 생각해 굴단에게 반대해왔다. 그 탓에 결국 쫓겨난 듀로탄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부족을 데리고 따로 북쪽으로 떠나게 된다.

 

낯선 대륙의 북쪽으로 가는 여정에서 듀로탄의 아내 드라카는 마침 출산일이 임박해 아들을 낳게 되었다. 이름은 고엘.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새로 태어난 아이마저 피부가 초록색이라는 점이었다. 이를 본 듀로탄은 그동안의 심증을 확증으로 굳히고 발 길을 돌렸다. 오랜 벗 오그림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듀로탄은 부족의 원로 드렉타르에게 서리늑대 부족을 맡겨 알터랙으로 먼저 떠나있으라 일러둔 뒤, 자신은 아내와 아들과 함께 은밀히 오그림을 만나러 갔다. 오그림은 듀로탄으로부터 그동안의 일들에 대해 전해 들었다. 넬쥴의 경고, 어둠의 의회의 이상 행동, 고엘의 모습... 사실 오그림도 이전부터 굴단의 행보를 의심해오던 차였기에 듀로탄의 말을 신뢰했다.

 

오그림은 일단 듀로탄 가족에게 경비병을 몇 명 붙여 알터랙으로 호위하게 한 후 진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일은 오그림에게 있어 평생 후회할 일이 되고 말았다. 경비병 중에 굴단의 첩자가 있어 듀로탄 가족을 급습해 살해해버린 것이다. 

 

 

허무히 살해당한 듀로탄 가족

 

 

분노한 오그림은 더 이상 일을 지체하지 않았다. 듀로탄의 의지를 잇는 것이 그나마 오랜 친구의 한을 풀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오그림은 즉시 모두에게 그동안 드레노어를 파괴한 것이 다름 아닌 지옥 마법이라며 굴단과 흑마법사의 정체를 폭로했다. 그리고 그동안의 오크의 행보에 책임이 있는 블랙핸드에게 막고라를 신청했다. 블랙핸드는 호드의 리더이자 그롬마쉬와 함께 최강의 무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오크였다. 만약 오그림이 그를 이긴다면, 규율에 따라 모두는 가타부타 할 것 없이 오그림의 말에 따를 것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의 동안의 결투가 벌어졌다. 승자는 오그림이었다.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자 어둠의 의회는 곧바로 도망쳤다. 이제 호드의 대족장은 오그림 둠해머였다. 오그림은 앞으로 지옥 마법을 금지할 것이며, 호드를 중독시킨 부정한 어둠을 제거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그래도 얼마 전 인간과의 공성전에서 패배한 블랙핸드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품는 자들이 많았기에 반발은 없었다. 이제 오그림이 전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차례였다.

 

 

굴단과 블랙핸드를 쳐내고 호드의 대족장 자리에 오른 오그림 둠해머

 

 

오크 사이에 이런 변화의 바람이 부는 동안, 스톰윈드에서도 충격적인 폭로가 이어졌다. 영웅 메디브가 타락하여 오크와 손을 잡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카드가는 아무래도 메디브의 행동이 이상해서 그의 기억을 소환해 살펴보았다. 거기서 그는 두건을 쓴 메디브가 굴단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했다.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애초에 아제로스로 오크들을 불러온 것이 메디브였다니. 카드가는 이 믿기 힘든 사실을 즉시 레인 왕을 알현하여 자신이 들은 것을 보고했다. 가로나의 증언도 함께였다.

 

레인과 로서는 그들의 말을 믿기 힘들어했지만 무시할 수도 없었다. 레인은 그동안 카드가와 가로나를 몇 차례 만나 그들을 신뢰할 만한 자들이라 판단하고 있었다. 게다가 사실 로서도 최근 메디브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기에 사실을 확인해야 했다. 곧 로서와 카드가, 그리고 가로나 셋은 함께 카라잔의 탑으로 향했다.

 

 

진중한 성격의 안두인 로서

 

 

카라잔의 탑은 이미 낌새를 눈치 챈 메디브(살게라스)가 풀어놓은 악마로 가득했다. 로서와 카드가는 탑의 악마들을 물리치고 마침내 정체를 드러낸 메디브와 마주했다. 카드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마법진을 펼쳤지만 메디브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가로나는 메디브의 정신 공격에 혼란에 빠져버렸고, 카드가는 생명력의 일부를 흡수당해 일찍 노화해버렸다. 그러나 이때 로서가 달려들어 메디브의 시선을 흩어놓은 덕분에 카드가는 스승 메디브의 가슴에 칼을 꽂아 넣는데 성공한다.

 

 

늙고 쇠약해진 카드가와 그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 메디브

 

 

사실 메디브가 카드가 일행과 싸우는 동안 이 상황에 간접적으로 개입한 자가 한 명 더 있었다. 굴단이었다. 굴단은 가로나의 눈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혹여 메디브가 죽을까봐 그전에 메디브의 기억을 필사적으로 뒤져 <살게라스의 무덤>에 관한 정보를 찾아헤맸다. 결국 굴단은 메디브가 죽기 직전에 원하던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으나 그와의 정신 연결을 끊기 전에 메디브가 사망하면서 그 영향으로 굴단 역시 혼수상태에 빠지고 만다. 그렇게 메디브가 죽자 살게라스의 영혼은 빠져나왔고, 굴단은 정신을 잃었다. 로서와 카드가는 원치 않았던 비극의 결과에 슬퍼했다. 하지만 아직 비극은 다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또 한 명. 가로나가 탑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가로나는 그동안 카라잔의 탑에서 지내면서 굴단의 세뇌와 명령에 저항해왔다. 하지만 조금 전 메디브의 정신 공격으로 폭주하면서 오래전 굴단으로부터 은밀히 받아두었던 한 가지 명령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곧 그녀는 스톰윈드에 발 빠르게 도착해 레인 왕을 알현했다. 레인은 카라잔의 탑에서 벌어진 일을 매우 궁금해하던 차였기에 좌우를 물리고 즉시 가로나를 만나 자초지종을 물었다. 가로나는 대답 대신 그의 심장에 칼을 꽂아 넣었다. 굴단이 오래전 가로나의 정신에 새겨 넣었던 세뇌는 바로 왕의 암살이었다.

 

 

영화에도 나온 장면. (물론 영화는 원작과 설정이 다르다.)

 

 

왕의 급작스러운 죽음은 스톰윈드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레인 린의 아들은 너무도 어렸고, 로서마저 자리를 비운 통에 상황은 쉽게 수습되지 않았다. 왕의 암살자는 소리 없이 사라졌으나 어린 왕의 아들 바리안 린은 그 살해 장면을 똑똑 목격했다. 충격을 받은 아이는 이 일로 오크에 대한 인식을 영원히 바꾸게 된다. 

 

 

오크에게 부모를 잃은 어린 왕자 '바리안 린'

 

 

이러한 상황을 전해 들은 오그림은 즉시 호드를 이끌고 스톰윈드를 전면 공격했다. 그는 비록 호드의 부정한 과거를 드러내어 바로잡고자 했지만 어차피 여기서 이미 황폐화된 드레노어로 되돌아갈 순 없었다. 오크가 살아남는 방법은 오로지 스톰윈드를 정복하고 그곳을 새로운 터전으로 삼는 것뿐이었다. 

 

왕의 죽음으로 사기가 떨어져 전세가 기울어진 스톰윈드는 로서가 돌아온 이후에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왕에 이어 왕비의 죽음에 대한 소식도 통제 없이 빠르게 퍼져나갔고, 그 틈에 암살자는 어지러운 전장 속으로 몸을 숨겼다. 결국 로서는 최후의 선택을 해야 했다. 스톰윈드를 버리고 남은 자들을 데리고 도망치는 것. 로서는 어린 바리안 왕자를 포함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대피 명령을 내렸다. 곧 스톰윈드의 항구에 도착한 그들은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남은 배를 모두 파괴한 다음 항해에 나섰다. 멀리서 스톰윈드가 잿더미로 무너지는 것이 보였다. 1차 대전쟁은 그렇게 호드의 승리로 끝났다.

 

 

무너지는 스톰윈드

 

 

한편 북부 던홀드 요새 근처에서 한 남자가 길가에 버려져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한다. 부모가 살해되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아이는 굶주리고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살아있었다. 던홀드 요새의 귀족 블랙무어는 아이의 피부가 초록색인 것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러나 일단 데려가서 살펴보기로 한다. 아이를 잘 관찰한다면 아제로스에 나타난 새로운 적에 관한 정보를 알 수도 있으리라 남자는 생각했다. 

 

 

인간에게 주워진 듀로탄의 아들

 

 

블랙무어는 그 낯선 이방인의 아이에게 쓰랄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었다. 인간의 언어로 노예란 뜻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운명은 결국 아이의 본명대로 흘러갈 것이란 걸 블랙무어는 이때 알지 못했다. 아이는 친부모가 붙여준 고엘(구세주)이란 이름 그대로, 훗날 세상을 구할 대영웅이 될 운명을 갖고 있었다.

 

 

"어서 분유를 갖고 오게. 서두르게."

 

 

그 시각, 이름 없는 오크 전사 한 명이 호드 무리에서 조용히 떨어져 나왔다. 무언가 할 일이 있는 눈치였다. 그는 수개월 동안 오크의 일원으로 생활하며 호드를 관찰해왔다. 그는 또한 주변 오크들로부터 신뢰받는 오크 전사였다. 아무도 그가 아제로스의 타락한 검은 용, 데스윙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