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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스토리 정리 4부(4-2) - 어둠의 물결 & 어둠의 문 너머

gyu30 2021. 5. 27. 05:49

 

 

 

4년

 

 

오그림은 스톰윈드를 정복한 것에 만족하고 싶었다. 그곳에 오크의 터전을 꾸리고 살아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하지만 곧 다른 인간 왕국들이 연합하여 내려올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오그림은 인간들이 제대로 연합하기 전에 먼저 치기로 결정했다. 우선 목표는 인간 문화의 중심지로 파악된 로데론 왕국이었다.

 

 

선빵필승

 

 

다만 안 그래도 드레노어에 남은 부족들 때문에 전력이 나뉜 데다 지옥 마법까지 금지했기에 세가 너무 약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오그림의 그런 고민을 잘 파고든 것이 바로 굴단이었다. 얼마 전 호드에서 도망쳤던 어둠의 의회의 흑마법사들은 며칠도 지나지 않아 다시 잡혀와 모조리 처형당했다. 굴단 역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면 같은 운명을 맞이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굴단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곤 오그림에게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했다. 죽은 스톰윈드 병사들의 시체에 흑마법사들의 영혼을 융합시켜 새롭고 강력한 전력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오그림은 굴단을 믿지 않았지만 당장 필요한 것은 취하기로 했다. 곧 굴단은 피의 의식을 통한 강령술로 죽음의 기사들을 만들어냈다. 첫 죽음의 기사는 테론고르의 영혼이 되살아난 테론 고어핀드였다.

 

 

최초의 죽음의 기사, 고어핀드.

 

 

그러나 죽음의 기사들만으론 인간 왕국 연합에 대항하기 힘들었다. 정찰병들의 보고에 따르면, 그들에겐 엘프라는 종족이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따라서 아군을 더 만들어야 했다. 다행히도 그런 오그림에게 먼저 찾아와 동맹을 제안한 것이 바로 '아마니 트롤'들이었다.

 

일명 숲 트롤로 불리는 그들은 그 누구보다 인간과 엘프를 증오했다. 한동안 인간과 싸우는 호드를 지켜본 그들은 자신들의 지도자가 인간들에게 붙잡혀 있다며 그를 구해주면 호드에 합류하겠다고 했다. 오그림은 때마침 이런 좋은 제안을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 오그림은 직접 습격대를 이끌고 가 줄진을 구출해냈다.

 

위대한 아마니의 대장군 줄진은 호드에 합류하는 것을 망설였다. 하지만 오그림은 호드의 이름 아래 오크와 트롤은 동등한 입장으로 적 앞에 설 것이라며 줄진을 설득했다. 오그림의 외교 수완은 놀라웠고, 결국 줄진은 받아들였다. 이제 오크와 트롤은 하나의 호드였다.

 

 

호드에 합류한 숲 트롤들의 지도자 '줄진'

 

 

낯선 땅에서 만난 오크의 조력자는 트롤뿐만이 아니었다. 스톰휘들 무역회사의 고블린들은 침략자인 오크를 피하기는커녕 그들에게 거래를 시도해왔다. 오그림은 고블린들이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할 자들이란 기질을 파악하고 그들과의 거래를 적극 받아들였다. 오크는 고블린에게 스톰윈드에서 얻은 비싸고 쓸모없는 전리품들을 넘겼다. 대신 고블린은 오크에게 최신 기술과 지도, 그리고 다른 유용한 아제로스에 관련된 정보들을 제공했다. 고블린들은 조선공에 능했기에 오그림은 그들을 고용하여 함대도 건설했다. 이로써 고블린 역시 호드의 우군이 되었다.

 

 

서로에게 좋은 거래 상대가 된 고블린과 오크

 

 

그러나 호드가 대륙 중부에서 만난 종족은 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카즈 모단의 브론즈비어드 드워프들은 이세계에서 온 난폭하고 야만적인 침략자들을 적대했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노움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그림은 미련을 두지 않고 즉각 카즈 모단으로 진격했다. 이러한 침략에 대비하지 않은 드워프들은 그들의 수도인 아이언포지로, 노움은 놈리건으로 퇴각하여 농성전을 벌였다. 호드는 견고한 아이언포지를 함락하진 못했지만 대신 카즈 모단의 풍부한 자원을 마음껏 약탈했다. 광물과 제련소를 빼앗고 새로 제작한 병기와 공성 무기를 나누어 가졌다.

 

 

오크와 적대관계가 된 드워프

 

 

오크가 이렇게 착실히 세를 불리는 동안, 로데론의 왕 테레나스 메네실은 일곱 왕국의 의회를 소집해 연합을 제안하고 있었다. 스트롬가드의 왕 토라스 트롤베인, 쿨 티라스의 제독 댈린 프라우드무어, 달라란의 대마법사 안토니다스, 길니아스의 왕 겐 그레이메인, 알터랙의 왕 아이덴 페레놀드는 모두 로데론의 수도에 모여 로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얼마 전 스톰윈드의 생존자들을 데리고 로데론으로 피난 왔던 로서와 카드가는 인간 왕국의 지도자들에게 서로 손을 잡지 않으면 호드는 인간 왕국을 차례대로 쓰러뜨릴 것이라 경고했다. 그들의 주장은 영명한 군주로 평가받는 테레나스가 보장했다. 

 

 

한자리에 모인 일곱 왕국의 대표자들

 

 

오랫동안 경쟁 관계로 다퉈왔던 지도자들은 연합 제안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대마법사 안토니다스는 카드가의 말을 신용했다. 댈린 프라우드무어는 안두인 로서의 친구였기에 스톰윈드의 비극을 외면하지 않았고, 로데론과 긴밀한 관계였던 스트롬가드의 토라스 트롤베인도 함께 싸울 의사를 표명했다.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길니아스와 알터랙은 쉽게 설득당하지 않았지만 오크들이 드워프 영토마저 점령하고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에 연합을 계속 반대할 순 없었다. 특히 그 자리에 있던 한 남자의 웅변이 회의장의 분위기를 반전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로데론 최고의 사제라 불리는 투랄리온이라는 남자였다.

 

 

시발 우리는 뭉쳐야 한다고!!

 

 

투랄리온이 일장 연설을 쏟아낸 그날, 마침내 호드에 대응하는 대연합 얼라이언스가 결성되었다. 얼라이언스 군대를 이끌 적임자는 북부 인간 왕국의 정치적인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안두인 로서로 결정되었다. 고대 소라딘 왕국의 마지막 후예이기도 한 그가 얼라이언스를 이끄는 총사령관이 된 것에 다들 만장일치의 지지를 보냈다.

 

 

얼라이언스의 결성

 

 

막중한 책무를 맡게 된 로서는 이질적인 국가로 구성된 군대를 하나로 묶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는 출신에 상관없이 모든 인간들이 뒤따를 수 있는 용사를 필요로 했고, 이에 대주교 알론서스 파올이 도움을 주어 <은빛 성기사단>이 창설되었다. 

 

은빛 성기사단의 구성원들은 모두 평소 충성심과 용기, 명예의 귀감이 되어 모두에게 존경받는 인물들이었다. 얼라이언스의 결성을 도운 사제 투랄리온, 산처럼 강력한 육체와 힘을 타고난 세이든 다스로한, 열정과 강인함의 기사 티리온 폴드링, 스톰윈드 출신의 기사 가빈라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파올의 수제자이자 성스러운 빛의 수호자 우서가 그들이었다.

 

 

은빛 성기사단 최초의 다섯 성기사

 

 

호드에게 트롤과 고블린이 가세했듯이, 얼라이언스와도 동맹을 맺은 종족이 있었다. 호드의 약탈을 받은 드워프와 노움. 그리고 오랜 세월 트롤들과 싸워온 쿠엘탈라스의 하이엘프들이었다. 오래전 인간과 엘프는 아마니 트롤을 상대로 혈전을 펼쳤다. 로서의 조상과 쿠엘탈라스의 엘프는 서로 협력하여 적을 물리쳤다. 승리를 거둔 후 하이 엘프는 인간의 소라딘 왕에게 맹세했다. 만약 소라딘이나 그의 후손이 언제라도 어려움에 처한다면 두말없이 도움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소라딘의 혈통인 로서는 하이 엘프에게 고대의 서약을 지킬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하이엘프의 왕 아나스테리안 선스트라이더는 사안을 그리 심각하지 보지 않았다. 그는 얼라이언스에 적당히 소규모 엘프 함대만을 지원했다. 다만 하이엘프의 뛰어난 순찰대장 알레리아 윈드러너는 생각이 달랐다. 호드를 직접 목격한 적이 있던 그녀는 호드가 아제로스의 모두에게 대단한 위협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직접 지원하여 얼라이언스에 가세했다. 그녀는 로서가 매우 필요로 했던 궁수, 정찰병, 기동 지원 병력을 갖고 있었기에 든든한 전력이었다.

 

 

윈드러너 3자매 중 첫째 '알레리아 윈드러너'

 

 

그 시각 오그림은 함대를 구축하여 해상 경로를 통해 인간의 영토 심장부에 기습 공격을 감행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북부 내륙으로 이어지는 좁다란 육상 경로는 예상하기 쉬운 진로인데다 인간들이 손쉽게 방어할 수 있는 지형이기 때문이었다. 오크는 본래 해상 종족이 아니었지만 고블린의 도움으로 그들은 다수의 함선과 해양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곧 수천 명의 병사와 물자를 실은 오크 함선 수백 척이 바다를 가르며 나아갔다. 그들을 막아선 것은 댈린 프라우드무어 제독이 이끄는 얼라이언스 해군이었다. 마침내 호드와 얼라이언스가 바다 위에서 최초로 대격돌한다.

 

 

마침내 시작된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대전쟁

 

 

해양 국가 쿨 티라스 출신인 댈린 프라우드무어 제독은 험난한 바다에서 일평생을 보낸 자였다. 아제로스에서 그의 해전 경험을 능가할 자는 없었다. 프라우드무어의 날렵한 함선들은 예상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호드의 함대를 유린했다. 첫 번째 얼라이언스 포탄이 오크의 함선을 조각냈다. 수십 척의 수송선이 가라앉았고 오크 병사들은 휘몰아치는 물결에 휩쓸렸다. 프라우드무어 제독은 곧 호드 전체를 바다에서 격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은 호드와의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아마도 그는 전쟁을 끝냈을 것이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용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바다 위에 드리워진 용의 그림자

 

 

거대한 붉은 용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불길로 얼라이언스 함대를 휘감았다. 프라우드무어는 도대체 왜 아제로스의 붉은 용들이 호드를 돕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분명한 건 자신에겐 저 용들을 물리칠 수단이 없다는 것이었다. 수백 척의 얼라이언스 함대가 속절없이 침몰해갔다.

 

 

 

 

 

6년

 

 

1만 년 전, 검은 용 넬타리온은 고대신에 의해 타락했다. 그는 다른 네 명의 용의 위상들을 속여 그들의 힘을 <드래곤 소울>이라는 아티팩트에 한데 모으게 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용의 위상들을 공격하려 했지만 소울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여 몸이 찢긴 채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긴 잠에 빠졌다. 나머지 용의 위상들은 드래곤 소울을 되찾아 붉은마루 산맥 외딴곳에 숨긴 후 은둔했다.

 

데스윙이 다시 깨어난 것은 메디브가 어둠의 문을 열기 위해 사용한 엄청난 양의 마력 때문이었다. 긴 잠에서 눈을 뜬 그는 섣불리 세간에 자신의 부활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머지 용의 위상들과 필멸의 종족들이 연합하여 자신에게 대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대신 그가 흥미롭게 지켜본 것은 어둠의 문 너머에서 건너온 오크들이었다. 데스윙은 이세계에서 온 그들을 잘 이용하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1만 년 만에 깨어난 검은 용의 위상 '데스윙'

 

 

드래곤 소울은 애초에 불멸자인 불타는 악마들을 멸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따라서 같은 불멸자인 용의 위상들에게도 치명적인 물건이었지만, 필멸자들에겐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았다. 오크들은 필멸자였고, 아제로스의 위상들에게 아무런 존경심도 없는 자들이었다. 데스윙으로써는 더할 나위 없이 이용하기 좋은 종족이었다.

 

그는 우선 오크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하여 수개월간 오크들의 신뢰를 샀다. 그리고 용아귀 부족의 족장 줄루헤드에게 접근하여 그가 한 가지 꿈을 반복적으로 꾸게 만들었다. 그의 부족이 거대한 용을 타고 전장을 날아다니는 멋진 꿈이었다. 줄루헤드가 그 꿈에 취했을 무렵, 데스윙은 그를 드래곤 소울이 숨겨진 붉은마루 산맥으로 인도했다. 산맥 깊은 지하에는 단순한 모양의 황금 원반이 붉은 수호용에 의해 보호되고 있었다. 오랜 시간 누구의 손길도 타지 않은 채 묻혀 있던 드래곤 소울이었다.

 

줄루헤드와 용아귀 부족은 즉시 유물을 지키는 수호용을 덮쳤다. 많은 오크 전사들이 쓰러졌지만 결국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 줄루헤드는 부족의 흑마법사 네크로스에게 유물을 복구하라고 명령했다. 네크로스는 유물의 보호 마법을 깨고 그것에 <악마의 영혼>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불멸자들에게 치명적인 힘을 가진 아티팩트 <드래곤 소울>

 

 

붉은 용의 위상 알렉스트라자는 드래곤 소울의 방어가 깨진 것을 감지했다. 그녀는 오크와 같은 미개한 생명체가 드래곤 소울에 깃든 비밀을 풀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소울을 다시 뺏기 위해 그들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착각이었다. 네크로스는 데스윙으로부터 드래곤 소울의 진정한 힘과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을 이미 모두 전수 받은 상태였다. 무엇보다 데스윙이 네크로스에게 전해준 가장 강력한 지식은 그 유물로 알렉스트라자와 다른 용의 위상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네크로스는 드래곤 소울의 힘을 끌어내 생명의 어머니 알렉스트라자를 극심한 고통으로 불태웠다. 그녀는 하늘에서 고꾸라져 근처 산중에 곤두박질쳤다. 나머지 용아귀 부족 오크들은 그 거대한 생명체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사슬에 묶었다. 다른 붉은 용들은 자신들의 여왕을 도울 방법이 없었다. 그들이 오크를 노리고 내려갈 때마다 네크로스는 드래곤 소울의 엄청난 마력으로 알렉스트라자를 가격했다. 그는 용의 언어를 몰랐지만 분명한 뜻을 전하고 있었다. 용들이 오크를 공격할 때마다 알렉스트라자는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네크로스는 알렉스트라자를 저습지 동부의 외딴 성채 <그림 바톨> 지하에 가두었다. 알렉스트라자는 갇혀있는 동안 새로 알을 낳기 시작했고, 네크로스는 그 알들을 부화시켜 새끼 용을 호드의 충성스러운 하인으로 길러냈다. 이 모든 행위는 배후에서 데스윙이 교묘히 조언해준 덕분이었다. 이로써 호드는 붉은 용 기수 군단이라는 강력한 전력을 얻게 되었다.

 

 

임신을 강요(!)당한 알렉스트라자와 이를 통해 탄생한 용 기수 군단

 

 

호드의 예상 밖의 전력 때문에 프라우드무어 제독의 함대는 패퇴하여 흩어졌다. 호드는 언덕마루 구릉지에 상륙했다. 해상 경로를 이용한 덕분에 이제 알터랙 산맥만 넘으면 바로 로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수도를 함락한다면 얼라이언스는 분열하여 혼돈에 빠져들 것이다. 물론 로서가 그것을 용납할 리 없었다. 얼라이언스의 총사령관 로서는 병력을 언덕마루 곳곳에 배치하여 수도로 통하는 북부와 서부 경로를 차단해놓았다. 그리고 최대한 병사를 끌어모아 전면전을 준비했다.

 

그날 오후, 호드의 전쟁의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초록색 피부의 전사들이 벌떼처럼 북쪽으로 돌진했다. 손에는 기름칠한 무기를 들고 입으로는 전쟁의 함성을 내지르며, 오크의 군대가 인간의 군대와 맞붙었다. 아직 새끼 용에 불과한 용 기수 군단은 그리핀을 길들여 타고 다니는 와일드해머 드워프들이 상대했다. 알레리아의 하이엘프 순찰대는 활과 화살로 아마니 트롤들을 공격했고, 로서와 성기사들은 부패한 안개를 내뿜는 죽음의 기사들과 싸웠다. 또 다른 곳에서는 카드가와 달라란의 마법사들이 접근하는 흑마법사들에게 비전 마력을 방출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전 병력이 맞붙은 순간이었다.

 

 

본격적인 2차 대전쟁

 

 

오그림은 언덕마루 구릉지를 뚫고 가기 힘들다는 것을 파악하고 병력을 동쪽으로 돌렸다. 그곳엔 아마니 트롤의 본진 <줄아만>이 있었다. 호드는 줄아만의 트롤들과 합류했다. 다만 그들은 하이엘프의 수도를 먼저 무너뜨리기 전까진 로데론으로 향할 생각이 없었다. 때문에 굴단은 하이엘프의 영토를 지키는 마법석 방어진을 해체하여 아마니 트롤들이 쿠엘탈라스를 짓밟는 것을 도왔다. 방심하고 있던 하이엘프의 왕 아나스테리안은 뒤늦게나마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 자신들의 수도 <실버문>을 지켰다. 전황이 길어지자 오그림은 일단 트롤을 남겨놓고 나머지 병력을 다시 서쪽으로 틀었다. 그곳엔 알터랙의 왕 페레놀드가 있었다. 그는 놀랍게도 오그림에게 변절의 의사를 전해왔다.

 

 

알터랙 산맥을 통해 로데론으로 향하는 호드

 

 

페레놀드는 2차 대전쟁 초기부터 호드와의 전투를 두려워했다. 그는 오크가 무적의 군대라고 생각했고, 붉은 용의 소식을 들은 후로 그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페레놀드는 살아남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그래서 오그림에게 먼저 제안했다. 호드가 알터랙 왕국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들의 군대가 알터랙 산맥을 무사히 통과하도록 허가하겠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오그림은 경계 병력조차 없는 경로를 따라 알터랙을 손쉽게 통과했다. 

 

오그림은 얼라이언스의 병력이 로데론으로 집결하기 전에 빠르게 치기 위해 정예 병력만을 끌고 서둘러 알터랙 산맥을 넘었다. 킬로그 데드아이의 피눈물 부족은 아이언포지의 드워프들이 양동 작전에 나서지 못하도록 포위하고 있었고, 초갈의 황혼의 망치 부족과 굴단의 폭풍약탈자 부족은 쿠엘탈라스에 남아 트롤을 돕기로 했다. 줄진을 도와 실버문을 마저 빠르게 무너뜨리고 트롤과 함께 후발 지원군으로써 합류하겠다는 굴단의 제안 때문이었다.

 

 

자의로 트롤과 함께 쿠엘탈라스에 남은 굴단

 

 

하지만 그것은 오그림의 판단 미스였다. 로데론의 방벽은 생각보다 견고했다. 수도의 방어를 지휘하는 테레나스 왕은 뛰어난 지도력과 책략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들은 얼라이언스 지원군이 올 때까지 필사적으로 버텼다. 결국 누구의 지원군이 먼저 올 것이냐가 관건이었다. 만약 쿠엘탈라스에서 호드의 지원군이 먼저 온다면 로데론의 수도는 함락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먼저 도착한 것은 투랄리온의 얼라이언스 병력이었다. 심지어 호드의 지원군은 로데론이 아닌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굴단이 배신한 것이다. 

 

굴단의 관심사는 예나 지금이나 호드의 승리가 아닌 오로지 <살게라스의 무덤> 뿐이었다. 굴단은 오그림이 알터랙으로 떠난 직후 트롤을 돕긴커녕 바로 호드를 버렸다. 그들은 언덕마루 남쪽 해안가에 정박돼있던 오크 함대로 향했다. 호드의 함선을 탈취하여 바다 건너 있을 살게라스의 무덤으로 향하기 위해서였다. 분노한 오그림은 즉각 퇴각하며 검은니 웃음 부족에게 굴단을 추적하는 임무를 맡겼다. 

 

굴단은 수호자 메디브의 정신 속에서 엿보았던 정보를 기반으로 살게라스의 무덤으로 향했다. 항해는 길고 험난했다. 거대한 파도와 무시무시한 폭풍이 굴단의 함대를 덮쳤다. 그러나 굴단은 마침내 해저 속에 감춰져 있던 무덤을 발견했다. 그는 부하들의 마력을 모아 하나의 거대한 주문을 지었다. 휘몰아치는 바다에서 바위투성이 섬이 떠올랐다. 따개비투성이인 지면 위로 당당히 솟은 탑이 보였다. 살게라스의 무덤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침내 염원하던 살게라스의 무덤에 도착한 굴단

 

 

하지만 그곳은 지옥과도 같은 곳이었다. 오래전 에이그윈은 살게라스의 화신을 무덤에 옮기면서 동시에 수많은 악마들을 함께 가두었다. 수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악마들은 살게라스의 화신에서 흘러나온 마력을 흡수하여 살기등등한 상태로 무덤을 떠돌고 있었다.

 

그 지옥의 생명체들은 어둠 속에서 뛰쳐나와 굴단의 부하들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설상가상 검은니 웃음 부족까지 뒤따라 온 탓에 초갈과 황혼의 망치 부족은 무덤 입구에서 그들을 막아야 했다. 굴단은 부하들을 과감히 희생시키며 필사적으로 무덤 내부로 향했다. 원하는 것을 찾기만 한다면, 그런다면 이깟 상황쯤은...

 

그러나 굴단은 염원을 이루지 못했다. 애초부터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살게라스는 굴단에게 무덤의 힘을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결국 굴단을 잡아낸 악마들은 산 채로 그의 가죽을 벗기고 뼈에서 살과 근육을 발라냈다. 잠깐 동안 굴단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무덤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침묵이 감돌았다. 상황이 틀어지자 무덤 입구에 있던 초갈은 살아남은 황혼의 망치 부족들과 배를 타고 도망쳤다. 검은니 웃음 부족은 전리품으로 <굴단의 해골>을 챙겨 무덤을 빠져나왔다. 굴단의 야심은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졌다.

 

 

결국 무덤 안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한 굴단

 

 

그 시각 로서와 투랄리온은 병력을 다시 규합하여 퇴각하는 호드를 뒤쫓고 있었다. 오그림은 카즈 모단에 있던 피눈물 부족에게 얼라이언스의 추격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맡기고 나중에 <검은바위 첨탑>으로 집합하라 지시했다. 용아귀 부족에겐 그림 바톨에서 용기수 전력을 최대한 끌어모아 마찬가지로 검은바위 첨탑으로 모이도록 명령했다. 

 

오그림은 드레노어로 되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이 전쟁은 영광을 얻기 위함도,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종족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만약 그 결과가 결국 죽음이 운명이라면, 굶주림이나 질병보다는 명예로운 전투에서 죽으리라 오그림은 다짐해왔다. 따라서 그들의 최후의 배수진은 어둠의 문이 아닌 검은바위 산이었다. 그곳이라면 북쪽과 남쪽 어디에서도 협공당할 일 없이 남은 전력을 최대한 쏟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며칠 후, 오그림의 생각대로 망치와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검은바위 산 일대에 울려 퍼졌다.

 

 

검은바위 산에서의 마지막 전투

 

 

오그림은 얼라이언스의 군대를 힘으로 격파하겠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지 않았다. 대신 그는 로서를 향해 내달렸다. 인간 역시 오크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지도자를 쓰러뜨리면 사기가 저하되고 지휘 체계가 무너질 것이라 오그림은 생각했다. 어차피 죽기 살기였다. 오그림은 직접 정예 병력을 이끌고 자살과도 같은 돌진으로 적진을 뚫고 로서에게 몸을 던졌다. 최고 사령관 로서는 그를 피하지 않았다. 로서는 명예로운 전사답게 오그림과의 단독 결투에 응했다.

 

두 위대한 전사의 싸움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주위의 호드와 얼라이언스 병사들이 어느새 숨을 죽이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마침내 결판이 났다. 오크의 대족장은 전쟁 망치를 크게 휘둘러 로서의 대검을 부러뜨렸다. 얼라이언스의 사령관은 무릎을 꿇었다. 오그림 둠해머는 다시 무기를 휘둘러 로서의 머리를 무자비하게 내리쳤다. 오그림의 승리였다.

 

오크 병사들의 사기가 치솟았다. 얼라이언스의 많은 병사가 투지를 잃고 흔들렸다. 오그림의 작전은 효과가 있었다. 어쩌면 오늘 전투에서 승리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곧 피눈물 부족과 용아귀 부족, 검은니 웃음 부족이 차례로 합류할 것이다. 어둠의 문 너머로 보낸 전령이 드레노어에 남아있던 부족들도 데리고 와 가세할지도 모른다. 버티면 된다. 오늘만 버티면 어떻게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은 모두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 다시 시야가 확보됐을 때, 오크 전사들은 이번엔 쓰러진 자신들의 지도자를 목도해야 했다. 오그림을 발 아래 둔 자는 투랄리온이었다. 얼라이언스 병사들의 함성이 검은바위 산을 뒤덮었다.

 

 

부러진 로서의 검으로 오그림을 쓰러뜨린 투랄리온

 

 

투랄리온은 로서의 죽음이 전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발빠르게 막아 남은 전투를 진두지휘했다. 변수만 막는다면 애초부터 얼라이언스에게 매우 유리한 싸움이었다. 그는 로서의 부러진 검으로 기절시킨 오그림을 사슬에 묶고 검은바위 산의 전투를 기어코 승리로 이끌었다. 이날 많은 오크들이 죽거나 생포되었다.

 

테론 고어핀드와 죽음의 기사가 이끄는 일부 호드 무리는 어둠의 문으로 도망쳤다. 투랄리온과 얼라이언스는 그들을 추적했지만 어둠의 문 너머까지 쫓아가진 않았다. 대신 어둠의 문을 파괴하여 혹시 모를 호드의 귀환을 원천 차단하고자 했다. 곧 카드가와 마법사들이 관문 주위에 모여 강력한 주문을 읊었다. 차원의 균열이 흐트러지자 차원문의 석조 골격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의 문은 눈부신 비전 마력의 빛을 내뿜으며 폭발했다.

 

 

퇴로마저 끊긴 오크들

 

 

아제로스에 엄청난 재난을 가져온 어둠의 문이 먼지로 사라졌다. 얼라이언스 전선을 따라 우렁찬 함성이 일었다. 사력을 다해 싸운 병사들, 친구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본 병사들이 무릎을 꿇고 환호했다. 많은 이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전쟁이 끝났다.

얼라이언스는 승리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7년

 

 

호드는 패배했다. 많은 피를 흘리고 전쟁을 치렀지만 오크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패잔병들은 아제로스 곳곳에 뿔뿔이 흩어지거나 인간의 포로가 되었다. 드레노어로 넘어간 자들은 죽어가는 행성에서 암울한 미래만 기다려야 했다.

 

아제로스에 아직 남은 호드 병력이 있었으나 그들도 망연자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검은바위 첨탑에 뒤늦게 도착한 피눈물 부족은 호드의 패배를 확인하고 어둠의 문 북쪽의 숲으로 조용히 모습을 감췄다. 용아귀 부족 역시 그림 바톨의 요새로 숨었다. 특별한 움직임을 보인 것은 검은니 웃음 부족이었다. 

 

검은니 웃음 부족을 이끄는 리더는 전 호드 대족장이었던 블랙핸드의 아들 렌드 블랙핸드와 마임 블랙핸드 형제였다. 그들은 얼라이언스가 검은바위 산 일대에서 철수하기를 기다린 후, 슬그머니 검은바위 첨탑을 차지했다. 그리고 호드의 패배를 오그림의 탓으로 돌리며 살아남은 오크들을 일부 규합했다. 이때 블랙핸드 형제는 검은니 웃음이 아닌 검은바위 부족의 깃발을 내걸었다. 오그림이 아닌 자신들이 검은바위 부족의 정통 후계자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피눈물 부족의 킬로그는 그들을 무시했다. 검은바위 부족의 부관이었던 아이트리그도 모든 것에 염증을 내며 홀로 사라졌다.

 

 

살아남은 패잔병들을 모으는 렌드 블랙핸드

 

 

얼라이언스가 호드를 격파하는 동안 쿠엘탈라스의 하이엘프들은 아마니 트롤을 혼자서 상대해야 했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고향을 지켜내는데 성공했지만 얼라이언스가 절박한 순간에 하이엘프를 저버렸다고 비난하며 연합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모든 엘프가 그것을 믿은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많은 수가 그렇게 믿었다.

 

인간과 드워프, 노움은 하이엘프의 불만을 알고 있었지만 당장 전쟁의 피해를 복구하는 데만도 벅찼다. 그들은 얼라이언스의 새로운 최고 사령관이 된 투랄리온의 지시 아래 동부 왕국을 재건하는데 힘썼다. 로데론의 테레나스 왕은 무너진 스톰윈드 왕국 재건에 특히 신경 써주었다. 그는 바리안 린 왕자가 왕위에 올라 나라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불화를 보인 것은 오크 포로들의 처리 문제였다.

 

 

전쟁 이후 생긴 수많은 오크 포로들

 

 

전쟁으로 많은 오크들이 포로로 붙잡혔다. 이들을 처리하는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길니아스와 스트롬가드는 포로의 처형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로데론은 오크의 처형에 반대했다. 그는 수용소를 만들어 오크들을 감금하고 얼라이언스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그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자신들이 호드보다 문명화되고 명예로운 존재임을 입증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달라란의 키린 토 역시 감금을 지지했는데 그들의 이유는 오크들의 기이한 마법과 성향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각각의 이유로 결국 얼라이언스는 오크들을 감금하기로 합의했다. 스트롬가드의 왕 토라스 트롤베인의 조카이자 저명한 군인인 다나스 트롤베인이 수용소 전체 관리를 맡았다. 그러나 결국 이 수용소 유지 비용 문제는 불화의 씨앗이 되어 길니아스의 얼라이언스 탈퇴로 이어진다.

 

 

오크 수용소 전체 관리를 맡은 탈모갤러 '다나스 트롤베인'

 

 

동부 왕국이 열심히 재건되는 동안, 스톰윈드의 왕자 바리안 린은 로데론에서 한 또래 친구를 만났다. 로데론의 어린 왕자 아서스 메네실이었다. 한동안 바리안과 아서스는 항상 붙어 다녔다. 두 악동은 왕족의 혈통 답지 않게 곧잘 농가로 내려가 뛰어놀곤 했다.  

 

 

아서스와 바리안의 만남

 

 

아서스에겐 바리안 외에도 또래 친구가 한 명 더 있었다. 로데론 왕국으로 찾아온 또 다른 손님, 쿨 티라스 왕국의 공주 제이나 프라우드무어였다. 그녀는 로데론을 거쳐 마법 왕국 달라란으로 마법 수행을 떠나는 길이었다. 제이나가 마음에 든 아서스는 그녀를 호위하는 일을 자청했다. 그리고 밤중에 몰래 제이나와 함께 일행을 빠져나와 오크 수용소를 구경하러 가곤 했다. 그렇게 여정을 함께 하며 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썸 타는 제이나와 아서스... 쪼끄만 것들이-_-

 

 

제이나가 달라란 왕국에 도착한 이후로 둘은 한동안 보지 못했다. 제이나는 달라란의 대마법사 안토니다스의 제자이자 키린 토의 멤버가 되어 마법사로서의 수련을 시작했다. 아서스는 은빛 성기사단장 우서 경에게 수련을 받으며 어엿한 성기사로써 성장하는데 열중했다. 그 기간 동안 둘 사이에 끼어든 남자가 한 명 있었다. 하이엘프 왕가의 후계자 캘타스 선스트라이더였다. 

 

 

외모로 승부하는 엘프 왕자님.

 

 

캘타스는 자신의 마법 제자로 들어온 제이나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보였다. 이때 캘타스의 나이는 엘프로써는 매우 어린 수십 살 정도였지만 제이나는 고작 8살이었다. 페도필리아 새끼.. 하지만 제이나는 아서스를 잊지 않고 있었다. 수년 후, 다시 재회한 아서스와 제이나는 연인으로 발전했다. 이 일은 훗날 캘타스에게 앙금으로 남는다.

 

 

오빠, 엘프들은 원래 다 페도야..?

 

 

인간과 엘프의 애정 관계가 다 좋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이엘프 순찰대장 알레리아 윈드러너와 로데론의 성기사 투랄리온은 전쟁 이후 더욱 가까워졌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그들의 첫 만남이었지만 수개월이 지나고 둘은 서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그들의 사랑은 피어났다.

 

 

헤헿 난 엘프녀랑 사귄다..

 

 

잡것들이 꽁냥대는 동안, 동정을 유지하는 위대한 대마법사 카드가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2차 대전쟁 중 보인 영웅적인 활약으로 대마법사라는 칭호를 얻었지만 어차피 동정이니까 얻을 칭호였다. 한때 가까웠던 가로나도 메디브랑 애 낳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카드가 자신은 메디브 때문에 외모가 폭삭 늙었으니 앞으로도 더욱 위대한 대마법사가 될 일만 남았다. 장밋빛 미래였다. 그보다 문제는 어둠의 문이 있던 자리 일대에 퍼지고 있는 지옥 마력이었다.

 

차원문은 파괴되었지만 어째서인지 지옥 마력은 계속 아제로스에 번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결국 그 일대는 황폐화되어 <저주받은 땅>이 되었다. 카드가는 아제로스와 드레노어가 아직 연결되어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차원의 균열이 어딘가에 아직 남아 오크의 고향 행성의 지옥 에너지가 새어 나온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어쩌면 호드가 다시 침략해올 수도 있었다. 카드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얼라이언스 국가에 균열을 감시할 요새 건설을 위한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네더가드 요새>였다.

 

 

아직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이세계의 위협

 

 

네더가드 요새가 다 지어졌을 무렵, 한 명의 손님이 카드가를 찾아온다. 가로나였다.

 

 

 

 

 

8년

 

 

한편 어둠의 문 너머, 드레노어 행성은 더욱더 삭막해져 있었다. 악마가 남긴 욕망은 오크들의 핏속에서 계속 날뛰고 있었고, 지옥 마력은 여전히 확산되어 자연의 생명을 멸종시키고 있었다. 이제 오크들도 절멸할 위기였다.

 

하지만 테론 고어핀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어둠의 문에 조그마한 틈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아가 오크들이 살 수 있는 방법도 한 가지 갖고 있었다. 고어핀드는 오크들의 존경을 아직 완전히 잃지 않은 넬쥴에게 찾아갔다. 넬쥴은 고어핀드를 경계했다. 하지만 고어핀드는 넬쥴이 오크의 생존을 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드레노어에서 다시 만난 넬쥴과 고어핀드

 

 

고어핀드의 계획은 이러했다. 그는 일단 오크 피난민들의 손에 의해 얻은 <굴단의 해골>을 갖고 있었다. 해골의 강력한 마력은 미약하게 남은 아제로스와의 균열을 확장시켜 어둠의 문을 다시 재건하게 해줄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아제로스로 넘어가면, 이번엔 그들이 할 일은 아제로스 정복이 아니라 세 가지 유물을 찾는 것이었다. 첫째는 <메디브의 책>. 그것은 수호자의 막강한 마력 일부와 서로 다른 마법을 혼합하는 지식이 포함된 고서였다. 두 번째는 <달라란의 눈>. 키린 토가 제작한 그 유물은 마법의 에너지를 집중시키고 증폭시키는 힘이 있었다. 세 번째 <살게라스의 홀>은 행성 간 차원문을 열 수 있었다.

 

즉 고어핀드는 이 아티팩트들을 훔쳐 와 드레노어에서 새로운 차원의 균열을 열어 이주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아제로스일 필요도 없었다. 호드가 정착할 수 있는 행성이라면 어디든 상관없었다.

 

 

다른 세계로의 차원문을 열 수 있는 아티팩트들

 

 

넬쥴은 동의했다. 지금 오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무엇이든 해봐야 했다. 오랫동안 앉아만 있느라 전투에 목말라 있던 다른 오크 부족들도 기꺼이 찬성했다. 전쟁노래 부족, 으스러진 손 부족, 천둥군주 부족 모두 넬쥴의 지시에 따르기로 했다. 곧 본격적인 아제로스 2차 원정이 시작되었다.

 

 

다시 열린 어둠의 문

 

 

차원의 균열이 다시 열릴 징조를 미리 느끼고 있었던 카드가는 네더가드 요새에서 새 호드에 맞섰다. 투랄리온, 다나스 트롤베인이 함께였다. 

 

그들이 상대한 그롬마쉬 헬스크림이 이끄는 전쟁노래 부족은 일전의 검은바위 부족 못지않게 강인한 전사들이었다. 아제로스에 은신해있던 피눈물 부족도 가세했다. 모크나탈(오크/오우거 혼혈 부족)의 전사 렉사르도 함께였다. 다만 그들은 왜인지 적당히 치고 빠지는 전술만을 썼다. 때문에 전투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번 상대는 우리다!

 

 

그 사이 고어핀드와 죽음의 기사들은 천둥군주 부족과 함께 은밀히 유물을 찾아 나섰다. 이에 도움을 준 것은 뜻밖에도 데스윙이었다. 그는 호드의 첫 원정 실패 후 자신의 검은용군단을 재건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아제로스에서는 얼라이언스나 다른 위상들의 주의를 끌 위험이 있었으므로 그는 드레노어라는 장소를 이용하고자 했다. 그 세계가 황폐화되었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용들은 필멸자처럼 땅에서 삶을 일구지 않았다.

 

데스윙은 유물들의 정확한 위치를 고어핀드에게 알려주었다. 첫 번째 유물 <메디브의 책>은 알터랙 왕국에 있었다. 고어핀드는 어렵지 않게 책을 얻어냈다. 데스윙이 알터랙 왕을 실성하게 만들고 왕국을 혼란에 빠뜨려놨기 때문이었다. 2차 전쟁이 끝난 후 알터랙은 배신자 왕국으로 찍혀있었기에 사람들은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두 번째 유물 <달라란의 눈>은 이름 그대로 달라란에 있었다. 이번에도 데스윙은 검은 용들로 달라란 마법사들의 주의를 끌어 오크가 유물을 탈취하는 것을 도왔다. 세 번째 유물 <살게라스의 홀> 역시 검은 용들이 도움을 주었다. 다만 홀 추적대는 살게라스의 무덤 안에서 거의 절멸하는 희생을 치르고서야 홀 하나를 겨우 얻어낼 수 있었다.

 

데스윙의 도움으로 생각보다 쉽게 유물들을 얻어낸 추적대는 곧 드레노어로 귀환을 준비했다. 데스윙은 자신의 '귀중한 화물'을 실은 거대한 수레를 문 앞에 가져다 놓았다. 그것을 드레노어로 옮기는 것을 호드가 돕는 것이 데스윙의 도움의 조건이었다. 수레는 크고 무거웠으며 마력이 깃들어 있어 내용물을 알 수 없었다. 고어핀드는 상자의 내용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그저 유물을 얻어낸 것에 만족했다. 데스윙은 호드가 자신의 검은용 알들을 드레노어까지 옮겨주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뭐 이런 건가...

 

 

곧 전쟁노래 부족만을 남기고 나머지 호드는 모두 드레노어로 복귀했다. 피눈물 부족도 오랜만에 귀환했다. 용아귀 부족의 족장 줄루헤드 역시 부족의 절반을 데리고 드레노어로 넘어왔다. 다만 그는 <드래곤 소울>은 가져오지 않고 그림 바톨에 남기로 한 자신의 제자 네크로스에게 맡겨두었다.

 

그즈음 카드가는 오크들의 목적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동안 은밀히 오크의 움직임을 추적해온 가로나가 정보를 전해준 덕분이었다. 가로나는 카드가의 도움으로 자신의 정신에 걸려있던 어둠의 마법을 완전히 제거한 상태였다. 그녀는 자신의 지난 행동을 처절히 후회했다. 그저 그 죗값을 갚을 방법을 찾고 싶어 했다. 카드가는 가로나의 이야기와 오크 포로들을 심문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호드의 계획을 완전히 파악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투랄리온에게 전했다.

 

투랄리온과 카드가는 호드가 또 다른 세계를 침공하도록 허락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 어떤 곳도 아제로스가 겪은 고통을 겪어서는 안 되었다. 그들은 드레노어로 쫓아가 호드의 음모를 와해하고 유물을 되찾고자 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진 않았다. 아제로스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껴들어 병력을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것도 충분히 일리 있는 의견이었다. 투랄리온은 결국 자체적으로 원정대를 모집했다. 강제 징병이 아닌 원하는 사람만 자원하는 형식이었다. 그는 <로서의 후예들>이라는 깃발을 들고서 오크의 고향 행성에 쳐들어가 호드를 영원히 끝장내겠다고 선포했다. 

 

생각보다 많은 불나방들이 그의 부름에 응했다. 알레리아 윈드러너, 다나스 트롤베인, 그리고 와일드해머 드워프의 대영주 쿠르드란 와일드해머까지 쟁쟁한 영웅들이 원정대에 합류했다. 그들은 우선 어둠의 문을 막아서고 있는 전쟁노래 부족을 저주받은 땅 곳곳에 흩뜨려 놓았다. 이때 가로나도 원정대에 속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카드가는 그녀에게 다른 할 일을 주었다. 아제로스에 아직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어둠의 의회의 잔당들(ex 초갈)을 추적하여 처치하는 임무였다. 그리하여 투랄리온, 카드가, 알레리아, 트롤베인, 쿠르드란 이렇게 다섯 명의 영웅을 선두로 한 드레노어 원정대가 마침내 어둠의 문 너머로 첫 발을 디딘다.

 

 

드레노어 원정대 <로서의 후예들>

 

 

차원문을 넘은 로서의 후예들은 황폐한 드레노어의 세계를 처음으로 목도했다. 포로들의 정보에 의하면 그들이 처음 도착한 곳은 드레노어의 동쪽 끝, 오래전 타나안 밀림이라 불렸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황폐해져 <지옥불 반도>라 불리고 있었다. 그 중심에 우뚝 선 지옥불 성채에서 으스러진 손 부족을 이끄는 카르가스 블레이드피스트가 원정대를 맞이했다. 그는 데스윙에게서 검은용의 지원을 받은 상태였다. 물론 원정대에게도 쿠르드란이 이끄는 그리핀 기수들이 있었다. 곧 이세계에서의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첫 전면전이 벌어졌다.

 

 

지옥불 반도에서의 전투

 

 

그동안 넬쥴은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수집한 유물은 다른 세계로 차원문을 열 수 있는 충분한 마력을 제공해 주었다. 문제는 의식을 시작할 장소였다. 마법의 지맥이 교차하는 지점에 세워진 어둠의 문은 얼라이언스 병력이 점령한 탓에 이용할 수 없었다. 넬쥴은 지맥의 교차점을 한 군데 더 알고 있었다. 드레노어의 남동쪽 끝, <검은 사원>이 자리한 곳이었다. 넬쥴은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더 이상 호드와 함께 할 필요가 없는 데스윙은 자신의 알들을 가지고 드레노어의 북쪽, 고르그론드 지역으로 향했다. 이때 데스윙은 넬쥴이 가지고 있던 굴단의 해골도 받아 가지고 갔다. 아직 상당한 마력이 담긴 굴단의 해골이라면 검은용 알들을 빠르게 부화시키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원정대는 지옥불 성채에서 카르가스가 이끄는 으스러진 손 부족을 어렵지 않게 패퇴시켰다. 으스러진 손 부족은 드레노어의 황무지 구석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다만 원정대는 다음 진로를 정하는데 있어 고민을 해야 했다. 상대 진영이 둘로 나누어진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카드가가 추적 마법으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굴단의 해골이 내뿜는 마력은 드레노어 북쪽으로 향했고, 나머지 유물은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따라서 원정대 역시 병력을 둘로 나누기로 했다. 다나스 트롤베인과 쿠르드란은 병력을 이끌고 남쪽으로 넬쥴을 뒤쫓았다. 카드가와 투랄리온, 알레리아는 북쪽으로 굴단의 해골을 찾아 나섰다. 

 

 

둘로 갈라지는 원정대

 

 

데스윙은 척박한 땅 고르그론드를 검은용 알들을 부화시킬 장소로 정했다. 그곳엔 소수의 그론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영토에 들어온 침입자를 좌시하지 않았지만 데스윙은 그들을 무시했다. 몇마리의 검은 용과 그론들은 처절히 싸웠고, 그 사이 데스윙은 안전한 은신처를 찾아 알들을 가져다 놓았다.

 

뒤따라온 투랄리온은 데스윙의 가장 큰 부화장을 습격해 알을 파괴했다. 이에 분노한 데스윙이 나타나자 알레리아는 '그룰'이란 이름을 가진 그론을 유인해 데스윙을 상대하게 했다. 그룰은 그론들 중 가장 덩치가 크고 강력한 힘을 가진 녀석이었다. 둘이 싸우는 동안 카드가는 비전 마력으로 데스윙의 약점을 공격했다. 데스윙은 고대 전쟁 당시 드래곤 소울을 사용한 대가로 몸이 부서져 아다만티움 갑옷을 두르고 있었다. 카드가는 데스윙의 갑옷을 뒤틀리게 하는 변환 마법을 걸었고, 결국 데스윙은 엄청난 고통에 괴로워하다가 도망쳤다.

 

일행은 데스윙이 떨어뜨린 굴단의 해골을 가지고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이때부터 그룰은 동족들에게 용 학살자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계속 망신만 당하는 데스윙...

 

 

한편 넬쥴을 쫓아 남쪽으로 향한 트롤베인과 쿠르드란은 아킨둔 요새에서 피눈물 부족을 상대하고 있었다. 아킨둔은 원정대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소였지만 아라코아 생존자 중 하나인 '그리직'이라는 자의 도움으로 일행은 길을 잘 찾을 수 있었다.

 

이내 전투의 굉음이 요새 내부를 가득 채웠다. 아킨둔 곳곳에서 피가 흩뿌려졌다. 킬로그는 어두운 무덤의 도시 안에서 적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하지만 결국 다나스의 검에 의해 쓰러졌고, 피눈물 부족은 족장을 잃고 흩어졌다. 그러나 킬로그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 그는 넬쥴이 남은 호드를 이끌고 안전하게 검은 사원에 도착할 시간을 벌어 주었다. 킬로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웃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이 언제인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예정된 자신의 죽음을 웃으며 맞이한 킬로그 데드아이

 

 

로서의 후예들은 다시 모여 검은 사원으로 향했다. 잔여 오크 부대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동안 넬쥴은 검은 사원에 도착해 의식을 준비했다. 그는 검은 사원 지하의 지맥이 연결되는 곳에서 마력을 끌어냈다. 카드가는 검은 사원의 꼭대기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발산되는 것을 느끼고서 경악했다. 넬쥴과 그의 추종자들은 곧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검은 사원 꼭대기에서 의식을 강행하는 넬쥴

 

 

넬쥴은 시간에 쫓긴 탓에 의식에 필요한 기술에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의 무모한 시도에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며 그의 통제를 벗어났다. 의식이 끝나자 마침내 넬쥴이 원했던 차원의 균열은 벌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한 군데가 아니었다. 상상할 수 없는 힘이 드레노어의 지맥을 뒤틀며 곳곳에 수많은 균열을 만들었다. 매 순간 드레노어는 엄청난 격변 속에서 신음을 터뜨렸다. 대지와 바다 곳곳이 갈라졌다. 드레노어가 붕괴되고 있었다.

 

 

부서지는 드레노어

 

 

그 충격의 연쇄 반응이 펼쳐지고 있을 때 카드가와 다른 마법사들은 의식의 장소에 도착해 달라란의 눈과 메디브의 책을 간신히 되찾았다. 하지만 살게라스의 홀은 손에 넣지 못했다. 넬쥴은 살게라스의 홀을 손에 든 채 몇 명의 부하를 이끌고 근처 차원문 중 하나로 탈출했다. 하지만 넬쥴은 이내 크나큰 후회를 하게 된다. 넬쥴이 넘어간 차원은 낙원이 아니었다. 그곳은 불타는 군단의 악마 킬제덴이 있는 뒤틀린 황천의 세계였다.

 

 

여.. 여기가 아닌가벼?;

 

 

킬제덴은 기다렸다는 듯 넬쥴을 사로잡아 얼음 속에 가두고 끝없이 고문하기 시작했다. 넬쥴의 육체는 갈가리 찢기고 영혼은 끔찍한 고통에 시달렸다. 넬쥴은 킬제덴에게 죽음을 애걸했다. 하지만 킬제덴은 그의 안식을 허락하지 않았다. 킬제덴은 넬쥴의 영혼과 육체를 분리하고 고통으로 굴복시켰다. 그것은 킬제덴이 가진 어떤 계획의 과정이었다. 곧 넬쥴의 영혼이 한 벌의 갑옷과 룬검에 결속되었다. 넬쥴의 부하들 역시 마찬가지로 변화를 겪었다. 그들의 찢긴 몸은 강력한 언데드 리치의 모습으로 다시 빚어졌다. 이제 넬쥴의 과거 삶은 사라졌다. 그는 영원히 속박되어 형언할 수 없는 힘을 지닌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 킬제덴은 그를 리치왕이라 불렀다.

 

 

초대 리치왕 넬쥴의 탄생

 

 

드레노어의 대지 곳곳에 발생한 불안정한 균열은 기어코 세계를 조각냈다. 이제 아그라마르의 손이 닿은 세계, 원시생물과 파괴자에 의해 빚어진 세계, 영광스러운 에펙시스 문명과 신비로운 오크 부족의 세계인 드레노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훗날 사람들은 조각난 그 땅을 <아웃랜드>라 불렀다.

 

 

부서진 드레노어 <아웃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