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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이 나타난 지 얼마 안 되어 격리된 불사자(Chosen Undead)가 있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북방의 수용소에 갇혀있던 그는 어느 날, 변방의 <아스토라> 왕국에서 왔다는 한 남자에게 구조되어 불사자의 사명을 전해 듣는다.
시간이 멈춘 곳, 북방 수용소
아스토라의 기사는 다크링의 낙인이 생긴 후 세상에 알려진 사명에 따라 왕의 땅 로드란으로 향하고 있던 자였다. 하지만 낙인이 생긴 지 오래 지난 그는 도중에 로드란의 북방 수용소 근처에서 힘이 다해 망자가 될 처지에 놓였고, 사명을 대신 이뤄줄 자를 찾고 있었다.
지쳐 쓰러진 아스토라의 상급기사
그에게 사명을 이어받은 불사자는 그의 검과 갑옷을 챙겨 입고 망자의 탈출을 막는 수용소의 데몬을 무찔렀다. 그리고 로드란의 땅에서 사명을 완수하려는 자들이 모이는 <계승의 제사장>으로 향했다.
데몬과 전투 후 불사자를 옮겨주는 거대 까마귀
"그 사명인가 뭔가에서 떠들어대는 지각의 종은 두 가지가 있다나"
계승의 제사장에 먼저 와있던 어느 기사는 이미 마음이 꺾인 채, 무기력한 태도로 화톳불 근처에 눌러앉아 제사장을 찾아오는 신참 불사자들에게 수다나 떨고 있었다.
그가 앉아있는 화톳불은 최초의 화로에서 나온 잿가루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 화톳불엔 화방녀라는 존재가 항상 함께 있었다. 피부 아래 무수한 인간성(※ 세상은 그것을 다크소울에 의해 오염된 인간의 본질로 보았다.)이 역겨운 모습으로 꿈틀대는 화방녀들은 자신을 부정한 죄인이라 말하며 스스로를 가두고 혼을 바쳐 기사들을 돕는 등 가혹한 운명을 자처하고 있었고, 그건 여기 계승의 제사장에 있는 아스토라 출신의 화방녀 아나스타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아스토라에서 왔던 상급 기사를 알고 있는 듯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었다.
사명을 이루려는 자들이 모인 계승의 제사장
말을 섞기를 거부하는 화방녀와 사명을 포기한 무기력한 남자를 뒤로한 채, 불사자는 지각의 종을 찾아 먼저 제사장 근처에 있는 <불사의 도시>를 헤매었다.
불사의 도시는 신들의 땅 로드란에 존재한 인간들의 거주구였다. 지하에서 데몬들이 올라오면서 폐허가 돼버렸지만 망자가 된 병사들은 거리에 그대로 남아있었고, 첫 번째 종이 있는 불사의 교구 종탑으로 향하려 한 불사자는 거리의 무수한 망자와 데몬들, 심지어 불을 뿜는 비룡까지 상대해야 했다.
망자와 데몬들로 가득한 불사의 도시
하벨의 기사 역시 그러한 망자들 중 한 명이었다. 망자가 되기 전의 하벨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그윈과는 친우였으며, 백룡 시스와는 사이가 매우 나빴다고 한다. 고룡이지만 바위의 비늘 없이 태어난 시스와 대비적으로, 하벨은 인간이지만 바위를 깎아 만든 갑옷을 입고 다녔다. 또한 온갖 마법을 창조한 시스와 역시 대비되는 대마법 방호의 기적을 만든 성직자이기도 했다.
유독 그들이 숙적과도 같은 관계를 유지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 하벨은 망자가 되어 불사의 도시에 있는 감옥에 갇혀있었다. 감옥에 있던 자가 하벨이 아닌 하벨을 따르는 사제였을 뿐이며 하벨은 이미 어떠한 비의로 바위 고룡이 되었을 것이란 소문도 있었으나 확실한 건 종을 울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불사자에겐 그저 앞을 가로막는 방해자일 뿐이라는 점이었다.
떡밥만 무성한 하벨
그러나 불사의 거리에서 만난 자들이 모두 적대적인 건 아니었다. 교구 근처에서 만난 대장장이 안드레이는 불사자가 망자가 되는 걸 원치 않는다며 장비를 점검해주는 등 불사자를 적극 도왔다. 또한 자신만의 태양을 찾는다는 독특한 소명으로 로드란의 땅을 찾은 아스토라 출신의 불사자 솔라 역시 협력자로써 로드란의 여정을 함께했다.
Praise the sun!
이후 불사의 교구로 진입한 불사자는 교회 내부 감옥에서 자신을 여신의 기사 로트렉이라 소개하는 자를 구출해주고 그의 협력을 얻어 종탑을 지키는 두 마리의 가고일까지 쓰러뜨렸다. 그러나 로트렉은 얼마 후 계승의 제사장에 있던 화방녀 아나스타샤를 살해하고 화방녀의 혼을 강탈해 사라져버린다.
종탑에서 만난 가고일과 로트렉
로트렉이 화방녀를 죽인 이유는 역시 알 수 없었다. 그가 추종하던 여신이란 존재의 어떤 계시를 받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자신의 여정에 화방녀의 혼이 필요해서였을 수도 있다. 그 사실을 모른 채 종탑에서 마침내 첫 번째 종을 울린 불사자는 곧바로 두 번째 종이 있는 지하의 <병자의 마을>로 향했다.
5
병자의 마을로 향하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좁디좁은 지하수로에서 온갖 쥐 떼와 혐오스러운 형상을 한 바실리스크, 도살자들을 헤쳐가야 했으며, 그 끝에선 끔찍한 모습을 한 타락한 고룡의 후손 탐식의 드래곤과도 마주해야 했다.
기괴한 형태로 변질된 고룡 <탐식의 드래곤>
힘겹게 탐식의 드래곤을 돌파한 불사자는 마침내 병자의 마을에 도착했다. 병자의 마을은 각종 전염병, 범죄 등의 사유로 지상에서 쫓겨난 자들의 지하 거주구로, 지상보다 더한 수라장이 펼쳐져 있었다.
플레이어까지 스트레스로 병나게 만드는 병자촌
지천에 널린 독기와 낙사 구간, 징글징글한 벌레들을 뚫고 마을 내부로 진입한 불사자는 그곳에서 또 다른 이질적인 존재 셋을 만나게 된다. 이자리스에서 도망 나왔던 마녀의 딸들 쿠라나/쿠라그 자매와 이름 모를 눈 먼 혼돈의 딸이었다.
이자리스의 일곱 딸들이었던 그녀들
쿠라나는 이자리스에서 혼돈의 화염이 폭주했을 때 가장 먼저 도망을 쳤고, 덕분에 유일하게 데몬화되지 않은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자신을 책망하며 다른 자매들과 연락을 끊은 채 살아왔다. 그녀는 불사자에게 자신의 강력한 주술들을 가르쳐주며 이자리스에서 이형의 존재가 되어버린 어머니를 쓰러뜨려 고통에서 해방시켜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불사자의 주술 스승이 되어준 쿠라나
또한 눈 먼 혼돈의 딸은 주변에 있는 오염지대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가엽게 여겨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마을의 질병들을 자기 몸으로 대량 흡수시키며 병자촌의 화방녀로써 살아왔다. 때문에 몸이 극도로 쇠약해진 그녀를 지키고자 그녀의 언니인 쿠라그는 그 일대를 자신의 거미줄 능력을 이용해 소굴을 만들어 보호하고 있었고, 바로 그 소굴 안에 누가 일부러 갖다놓은 듯 두 번째 지각의 종이 있었다.
병약한 동생을 지키고 있었던 쿠라그
이러한 사실을 알 리 없었던 불사자는 그저 종을 울리기 위해 쿠라그의 소굴로 진입해 정체불명의 침입자로부터 동생을 보호하려 했던 쿠라그와 쇠약한 눈 먼 혼돈의 딸마저 죽여버리고 만다. 혼돈의 딸이 죽자 처절하게 울부짖는 그녀의 하인까지 모두 살해한 불사자는 종을 울린 후 내친 김에 숨겨진 통로를 통해 그녀들의 남동생인 짓무른 아이까지 죽이고 다시 지상으로 향했다.
온 가족을 다 죽이고 두 번째 종을 울리는 불사자
※ 이곳에서 더 깊은 지하로 향하면 <대수의 공허>와 <잿빛 호수>라는 숨겨진 지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 그 끝에선 바위 고룡이라는 존재를 만날 수 있으나 개발상으로 미완성 지역이었기에 특별한 이야기는 없다.
태초의 무의 시대를 연상케 하는 대수의 공허
그 끝에서 마주한 정체불명의 고룡
6
불사자가 두 개의 지각의 종을 울리자 계승의 제사장 내부에서 마침내 왕의 탐색자 프람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프람트는 왕의 후계자가 될 자를 선별하기 위해 일부러 지각의 종을 로드란의 위험한 장소에 설치하여 시련을 통과한 자가 나타나길 기다려왔다.
비록 종을 친 자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프람트는 오랜만에 나타난 후계자 후보에게 흡족해하며 불사자의 사명에 관한 다음 할 일을 알려주었다. 신들의 도시 아노르 론도에 가서 왕의 그릇과, 그 그릇에 담을 왕의 소울들을 가져오라는 것.
딱딱.. 딱딱...
불사자는 아노르 론도에 가기 위해서 우선 <센의 고성>을 통과해야 했다. 센의 고성은 아노르 론도로 통하는 유일한 출입구를 방어할 목적으로 만든 요새로, 고성 내부에도 온갖 방어 시설이 즐비해 이제껏 대마법사 로건, 기사왕 렌달, 흑철의 타르커스, 왕자 리카드와 같은 쟁쟁한 영웅들이 돌파에 도전했으나 실패한 만만찮은 지역이었다.
설정 뿐이 아니라 진짜 욕 나오는 센의 고성
그리고 불사자는 이 고성에서 지크마이어라는 남자를 만나 함께 협력하게 된다. 지크마이어 역시 낙인이 나타나 망자의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로드란의 땅으로 온 자였다. 그는 비록 강한 힘을 가지진 않았지만 낙천적이고 신사적인 성격으로 이후 불사자의 여정에 심리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많은 도움을 주게 된다.
귀여운 남자 지크
한편 그가 집을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그의 아내가 사망했고, 이에 지크마이어의 딸 지클린이 어머니의 유언을 전하기 위해서라며 아버지를 따라 로드란에 나타났다.
아버지와 같은 갑옷을 입은 지클린. 이상하게 검술 실력이 장난 아니다.
그러나 얼마 후 지클린은 아버지마저 망자가 돼버렸다며 자신의 손으로 직접 아버지를 죽이고 말았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지만 급작스럽게 부모를 모두 잃은 지클린은 자신이 죽인 아버지의 시신을 바라보며 그저 슬퍼했다.
딸의 손에 죽은 지크
다만 죽은 지크마이어의 투구 안을 들여다보면 그는 망자가 되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