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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의 고성에서 아노르 론도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있던 아이언 골렘까지 쓰러뜨린 불사자는 마침내 신들의 도시 <아노르 론도>에 발을 디디게 된다. 가히 신들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는 웅장함과 깔끔한 화려함에 감탄할 새도 없이, 불사자는 그를 맞이해주는 거인병과 은기사들의 창을 상대해야 했다.
태양빛이 영구한 거인의 왕도 아노르 론도
최초의 불꽃이 꺼져감에 따라 신들이 대부분 떠나가 텅 빈 유령 도시가 되어버린 적막한 아노르 론도는 소수의 기사들만이 남아있었다. 불사자는 이들을 피해 성에 돌입하다가 우연히 성당 안에서 <에레미어스의 회화 세계>라는 이공간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
덕후들의 꿈 2D 세계로의 진입
현실에서 추방당한 자들이 격리되던 이 회화 세계는 역시 꼬챙이에 꿰어진 시체들과 기괴한 데몬들로 득시글대는 결코 정상적이라 볼 수 없는 장소였다. 그러나 그 세계의 끝에서 만난 반룡 프리실라는 '이 세계는 평화롭고 친절하다'는 도저히 공감하기 힘든 이야기를 해왔다.
이런 세계가 평화롭다고..?
순백색 코트를 걸치고 코트 아래 빼꼼히 보이는 맨발과 귀여운 꼬리를 드러낸 프리실라는 외모와 달리 신들마저 두려워하는 금기의 힘인 '생명을 거두는 능력'을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탓에 목숨을 자주 위협받아왔다. 때문에 스스로 회화 세계를 구성해 은신 중이었고, 폭력을 싫어하여 급작스레 침입해온 불청객에게도 부디 본래 세계로 돌아가달란 말을 할 뿐이었다. 불사자는 그녀의 부탁대로 뒷편에 있는 발코니로 뛰어들어 현실 세계로 다시 돌아왔다.
※ 반룡 프리실라 역시 설정이 확실치 않다. 백룡 시스의 딸과 그윈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라는 추측도 있고, 백룡 시스가 직접 태양의 왕녀 그위네비아와 관계해서 얻은 딸이란 설도 있다.
다만 그녀의 꼬리를 절단하면 쏠쏠한 아이템이..
본래 세계로 돌아와 무사히 성 안으로 진입한 불사자는 거인 대장장이에게 장비를 점검한 후 곧장 왕의 처소로 향했다. 그러나 곧 왕실을 수호하는 마지막 두 명의 전사를 만났다. 로드란을 수호하는 4인의 기사 중 한 명인 용사냥꾼 온슈타인. 그리고 그 기사단에 들고 싶어 했으나 잔인한 성품 때문에 자격을 박탈당했던 처형자 스모우였다.
와 내가 진짜 얘네 깨느라.. 아오 진짜...
불사자는 조력자 솔라의 도움으로 그들을 힘겹게 물리치고 마침내 왕실 내부에서 태양의 왕녀 그위네비아를 알현했다. 그위네비아는 온갖 시련들을 극복하고 자신의 앞에 선 불사자를 칭송하며 프람트가 이야기했던 왕의 그릇을 기꺼이 내놓아주었다. 그리고 아버지인 그윈의 뒤를 계승해 세계의 불꽃을 지켜줄 것을 다시 한 번 부탁해왔다.
거인족답게 여러모로(?) 거대한 그녀
하지만 눈앞에 보인 그위네비아는 단순한 환영이었다. 반룡으로써 달의 힘을 타고나 자신을 성별까지 바꿔가며 숨겨야 했던 그윈돌린이 정당한 태양의 힘을 타고난 그위네비아의 환영을 만들어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아버지가 떠나간 아노르 론도를 통치할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던 것.
불사자가 그위네비아의 환영을 지우면 태양빛이 영구히 비추던 아노르 론도에 밤의 어둠이 드리워지게 되며, 이어서 암월의 영묘라는 불가침 지역에서 분노한 그윈돌린을 직접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불사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으므로, 왕의 그릇만을 가지고 성을 떠나갔다. (※ 만약 그윈돌린을 죽이면 아노르 론도의 화방녀까지 모두 불사자에게 적대적으로 변한다.)
왕의 아들이면서도 전면에 직접 나설 수 없었던 그윈돌린
불사자의 다음 목표는 그릇에 담을 왕의 소울들이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가까이 있는 건 아노르 론도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비늘 없는 백룡 시스의 소울이었다.
시스는 과거 고룡과의 전쟁 당시 협력의 댓가로 그윈으로부터 왕의 소울 일부와 함께 공작 지위를 내려받았고, 그 이후로는 <공작의 서고>라는 곳에 틀어박혀 불사의 비늘에 대한 연구를 필사적으로 해왔다. 그러나 그러한 실험의 여파로 그는 하반신 일부가 결정으로 뒤덮여버렸고, 그 상태에서도 온갖 실험체들을 가두고 잔인한 생체 실험을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었다.
끔찍한 실험체로 가득한 시스 공작의 서고
이때 센의 고성에서 불사자가 구출해줬던 대마법사 로건은 공작의 서고에 왔다가 그곳에 펼쳐진 마법적 지식에 매료되어 미쳐버리고 만다. 때문에 결국 불사자의 손에 죽는다.
열심히 구해줬더니 결국 서고의 마법 지식에 미쳐버린 로건
불사자는 월광나비, 뱀인간, 골렘, 육안의 전도자 등 시스가 만들어낸 실험의 결과물들을 쓰러뜨리고 시스가 기거하고 있는 결정 동굴 내부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서고의 주인이자 마법의 창조자인 백룡 시스와 조우했다. 시스는 비늘을 만들어내는 실험에 계속 실패하여 기어코 미쳐버린 상태였다. 불사자는 주저 없이 시스를 죽이고 왕의 소울의 일부를 얻어냈다.
태생적 돌연변이 체질에 대한 열등감으로 똘똘 뭉쳤던 백룡 시스
이때 불사자는 서고에서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의 망가진 펜던트를 하나를 습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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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자는 아노르 론도를 떠나 제사장으로 돌아온 후 계속해서 왕의 소울을 가진 묘왕 니토가 있는 <거인의 묘지>로 향했다. 니토의 힘의 일부를 훔쳐와 지하 묘지를 지배하고 있던 삼인귀와 거대 해골들은 족족 불사자에게 달려들었으나 갈수록 강해지는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길을 내주어야 했다.
어둠 속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거대한 해골들
불사자는 묘지 내부에서 길을 헤매고 있던 솔론도의 성녀 레아 일행을 만나기도 했다. 그들은 묘지 안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불쏘시개의 비의'라는 물건을 찾고 있었다. (※ 삼인귀가 갖고 있던 물건. 용도불명)
또한 그들에게서 한몫 챙기려는 패치라는 남자도 만났다. 레아는 그녀의 고향에서 상당한 위세를 자랑하는 가문의 자식이었기에 컴컴한 묘지까지 쫓아올 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 패치는 묘지에 나타난 불사자까지 죽이고 소지품을 빼앗으려 했다. 그러나 그건 어림도 없는 짓이었고, 이내 불사자는 패치를 죽이고 레아를 묘지 밖으로 구출해냈다.
하지만 레아는 결국 동료 성직자 페트루스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 본래 성녀 일행은 레아 본인과 페트루스를 포함해 4명이었다. 그러나 그중 레아의 호위로 붙어있던 두 명이 묘지 안에서 실종되자 혼자 남은 레아를 살해해버렸던 것이다. 페트루스는 처음부터 그녀를 가문빨 빼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라고 시기하고 있었다. (※ 성경에서 예수를 부정한 제자 베드로의 이름이 페트루스인 것을 감안해보면, 베드로와 마리아의 갈등 관계를 빗댄 이야기로 추측된다.)
금수저 성녀 레아의 수난
불사자는 계속해서 거인의 묘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묘왕 니토를 쓰러뜨리고 왕의 소울을 얻어내었다. 특별히 불의 시대에 관여하지 않고 그저 불사자들의 저주를 극복해주기 위해 노력해왔던 니토는 그렇게 난데없이 소울을 빼앗기고 소멸하고 만다. 하지만 그가 만든 밀파니토와 같은 집단들은 계속해서 세상에 남아 생과 사의 순환을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니토는 착했슴미다..
불사자는 다음 목표인 <폐허도시 이자리스>로 향했다. 오래전 혼돈의 화염으로 뒤덮였던 이자리스는 온갖 흉포한 데몬과 함께 용암으로 들끓고 있었다. 그러나 불사자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모든 난관을 돌파해 기괴하게 변형되어버린 이자리스의 마녀를 죽이고 왕의 소울을 추가로 얻어내는데 성공한다.
기괴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이자리스의 마녀
이제 남은 왕의 소울은 4인의 공왕이 가진 것뿐이었다. 불사자는 마지막으로 과거 공왕들이 지배했으나 지금은 수몰되어버린 <작은 론도 유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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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의 공왕은 그동안 어둠을 지향하는 세계의 뱀에 의해 타락하여 심연의 어둠 속에 존재했다. 또한 그들이 통치했던 도시 론도는 수몰되어 망령들이 돌아다니는 폐허가 되어있었다. 어둠이 퍼지는 것을 경계한 그윈의 명령에 따른 결과였다.
망령만이 남은 론도 유적
불사자는 공왕들이 있는 심연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우선 과거 심연과 계약을 맺은 적이 있었던 아르토리우스의 반지를 얻어야 했다. 그의 묘지를 찾아 <검은 숲의 정원>에서 월광나비와 괴력의 버섯괴물(?)들을 상대하며 헤매던 불사자는, 그러나 길을 잃고 이내 <틈새의 숲>이란 곳으로 진입하게 된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검은 숲의 정원
<틈새의 숲>에서 불사자는 우연히 크리스탈 골렘 안에 속박되어 있던 우라실의 황혼의 공주를 만났다. 그녀는 과거 마누스에게서 자신을 구했다고 믿고 있는 아르토리우스에 관한 전설을 이야기하며 불사자가 그와 닮았다고 했다. 불사자는 곧 근처의 포탈을 통해 그 당시의 과거의 시간으로 이동했다.
숲 속 호숫가에서 만난 '우라실의 저녁 어스름(ウーラシールの宵闇)'
불사자가 도착한 곳은 <옛 우라실>이었다. 그는 심연이 퍼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입구를 지키고 있던 영묘의 성수와 살아남은 마지막 고룡인 흑룡 카라미트를 물리치고 우라실의 시가지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때 로드란의 4기사였으나 은퇴한 매의 눈 고, 왕의 칼날 키아란, 그리고 심연에 잠식당한 채로 고통받고 있던 아르토리우스까지 만났다.
우라실에서 만난 존재들
불사자는 아르토리우스를 쓰러뜨려 그를 어둠의 저주로부터 해방시켜주었다. 그러자 키아란은 불사자에게 고마워하며 아르토리우스의 묘지를 만들어 그를 추모했다. 불사자는 이어서 심연의 구멍 속으로 들어가 결계 안에 갇혀있던 어린 늑대 시프를 구출한 뒤 불사자가 가진 펜던트를 탐하고 있던 마누스까지 산산조각 냈다.
황혼의 공주와 어린 시프를 구출했던 '미래의 인간'이 바로 불사자였다.
현재의 시간으로 다시 돌아온 불사자는 본래의 목적대로 반지를 얻기 위해 자신이 죽였던 아르토리우스의 묘지로 향했다. 긴 시간 동안 주인의 묘지를 지키고 있었던 잿빛의 늑대 시프는 몰라볼 정도로 거대한 모습으로 성장해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구해주었던 불사자는 기억했다.
은인을 기억하는 시프
시프는 왜인지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며 불사자에게 아르토리우스의 반지를 넘겨주지 않으려 했다. 시프는 강대했던 자신의 주인 아르토리우스마저 심연에 잠식당했던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에, 은인인 불사자마저 심연으로 들어가 잠식되는 것을 막고 싶었던 것. 그러한 연유를 알리 없었던 불사자는 목적을 위해 하는 수 없이 시프를 죽이고 묘지에서 아르토리우스의 반지를 획득했다.
불사자가 심연으로 가지 못하게 막고 싶었던 시프
마침내 심연과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된 불사자는 론도 유적으로 향하여 4인의 공왕을 쓰러뜨리고 마지막 왕의 소울까지 얻는데 성공했다.
세계의 뱀에 의해 타락한 상태였던 4인의 공왕
이때 공왕들을 쓰러뜨리고 나자, 심연 속에서 프람트와 같은 세계의 뱀 한 마리가 불사자 앞에 나타났다. 자신을 어둠을 달래는 카아스라고 소개한 그는, 스스로를 '인간을 인도하며 진실을 전하는 자'라고 말하며 프람트에게선 듣지 못 했던 세계의 진실을 알려준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뱀 카아스
과거 인간들의 선조인 이름 없는 난쟁이가 불꽃 속에서 건져냈던 것은 다크 소울이었고, 때문에 인간들의 본성은 본래 어둠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언젠가 어둠이 올 것을 두려워했던 그윈은 인간들을 속박하고 억압하여 인간들이 다크소울의 힘을 잊게 하고, 그 가운데 태어날 어둠의 왕을 막고자 했었다.
어둠으로부터 태어난 인간의 본질
최초의 불꽃이 꺼져가기 시작한 시점에서 인간들에게 나타나기 시작한 다크링의 각인은 사실 저주가 아니라 그들이 지배할 어둠의 시대가 응당 오리란 징조였다. 하지만 그윈은 이 정당한 시대 변화를 거부하고 자신이 통치하는 빛의 시대를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포기하지 않을 거야~
또한 그윈이 세상을 통해 전했던 불사자의 사명과 왕위 계승이란 것도 사실 새로운 왕으로 군림하는 것이 아닌, 불사자가 스스로 왕의 소울과 함께 불꽃에 몸을 던져 희생하기를 강요하는 사명이었다. 즉 장작의 왕이라는 그 말 그대로 장작이 돼주길 원했다.
노쇠한 몸으로 왕의 소울을 직접 모을 수 없었던 그윈
숨겨진 진실을 말한 카아스는 왕의 소울을 모두 얻어낸 불사자에게 스스로 어둠의 왕이 될 것을 제안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을 따르는 올바른 선택이었다. 불사자는 일단 왕의 그릇에 소울을 담아 계승의 제단의 문을 열고 <최초의 화로>로 향했다.
ending
불꽃에 그을려 흑기사가 된 그윈의 은기사들을 쓰러뜨리고 화로에 도착한 불사자는 마침내 장작의 왕 그윈과 조우했다.
잿가루로 뒤덮인 최초의 화로 지역
그윈은 말없이 불사자를 공격해왔다. 애초에 자신을 이어 불꽃을 계승할 자를 찾기 위해 불사자를 화로로 인도했던 그가 왜 다짜고짜 불사자를 공격해왔는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불사자를 마지막으로 시험하기 위했던 것인지, 혹은 카아스와 접촉한 사실을 알고 어둠의 왕이 될까 봐 공격해온 것인지, 그도 아니면 불꽃에 타다 못해 미쳐버린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다만 확실한 건, 이미 왕의 소울들을 이리저리 나누어주고 불꽃에 그을리기까지 한 그는 역시 불사자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 그윈의 입장에서는 불꽃 시대의 왕으로써 직접 행동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현실 세계의 선악 구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선에 해당하는 질서, 평화, 빛 이런 것들을 대변하는 것이 그윈이 원한 불꽃 시대의 특성이기도 했고, 그 시대를 유지하는 것이 단순히 자신의 영광을 위한 것이 아닌 어둠이 추구하는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타파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 그윈은 이를 위해 자신마저 희생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다만 다크소울 세계에서의 인간 기준(어둠을 추구하는 본성)으로 보면, 태양이 지고 밤이 오는 것은 순리이므로 정당한 시대 변화를 거부한 자라는 카아스의 시각도 이해가 간다.
시대를 위해 희생을 택한 그윈의 최후
그윈마저 쓰러뜨린 불사자는 선택을 해야 했다. 스스로를 희생해 최초의 화로의 불을 다시 지펴 다음 계승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불꽃의 시대를 잠시나마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카아스의 말대로 어둠의 시대를 열어 자신이 새로운 어둠의 왕으로써 군림할 것인지.
만약 어둠의 길을 선택한다면 세계의 뱀들이 나타나 머리를 조아려 올 것이다.
불사자는 곧 답을 선택했다.
잠시나마 이어진 불꽃의 시대
불사자는 새로운 장작의 왕이 되었다. 하지만 그도 영원하진 못할 것이다. 그가 시대의 장작이 되는 동안 세상은 계속해서 새로운 계승자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