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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왕은 변방에 위치한 작은 나라의 왕이었다.
왕은 동방에서 온 기사 아론의 도움으로 주변 왕국을 정복한 후 나라 이름을 <올라피스>로 새로이 지었다. 그리고 정복지에서 발견한 <검은 안개의 탑>에서 무한정 생산된 철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더욱 강화했다. 심지어 과시용으로 왕성까지 철로 만들었다. 그가 철의 왕으로 불리운 건 그때쯤부터였다. 하지만 왕은 점점 사치와 향락으로 타락했고, 실망한 아론은 떠나갔다.
철의 왕을 섬기던 어느 화염 마법사는 과거 이자리스의 마녀처럼 시작의 불꽃을 만들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마찬가지로 혼돈의 불꽃을 만들어낼 뿐이었다. 비록 이자리스에 비하면 작은 혼돈이었지만, 그 혼돈에서 발생한 용철 데몬은 철의 왕을 죽이고 말았다. 마법사는 그 죄로 망각의 감옥에 갇혔다. 죽는 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를 긴 시간의 고통 속에서 그녀는 잊혀진 죄인이 될 것이다.
올라피스의 비극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죽었던 철의 왕은 용암 속의 데몬과 융합해 악마와 같은 형상으로 다시 꿈틀거렸다. 철로 만들어졌던 성은 혼돈의 불꽃에서 발생한 용암에 의해 서서히 녹아내려 이른바 <녹아내린 철성>이 되었다. 올라피스는 그렇게 멸망했다.
긴 시간이 흐른 후, 멀지 않은 곳에 한 남자가 세상의 소울을 모아 새로운 나라를 건국했다. 왕국의 이름은 드랭글레이그였다.
5
철의 옛 왕에게서 두 번째 소울을 얻은 저주자는 이어서 매듀라의 한복판에 있던 검은 구멍 속으로 향했다. 그 바닥의 쓰레기 더미에서 썩은 자는 사람들이 버린 온갖 쓰레기와 시체, 그리고 오래된 묘왕 니토의 소울까지 탐욕스럽게 품고 있었다. 저주자는 주저 없이 썩은 자를 파헤쳐 세 번째 위대한 소울을 얻었다.
처덕처덕♪
마지막 위대한 소울은 <젤도라> 지역에 있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저주자는 반인 전갈, 망자가 된 사이비 교단, 거대한 생쥐과 같은 방해물들을 넘어 젤도라 공작의 숨겨진 은신처에 도착했다. 그곳에선 거대한 거미 공작의 프레이자가 이빨을 세우며 저주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각사각♡
과거 젤도라 지역을 다스리던 휘석 애호가 젤도라 공작은 작은 애완 거미 프레이자를 애지중지 여겼다. 그러나 어떤 연유에선지 젤도라 공작의 영혼은 프레이자에게 잡아먹혀버렸고, 이후로 점차 거대해진 프레이자는 젤도라 마을로 나가 수많은 인간들을 잡아먹거나 거미줄에 걸어두었다. 때문에 은신처는 사방이 사람의 뼈와 거미줄 투성이었다.
저주자는 프레이자를 쓰러뜨리고 그 뒤편에서 백룡 시스의 소울을 주워들었다. 그 오래된 소울은 거미줄에 둘러싸인 거대한 용의 입 아래 떨어져 있었다.
은신처의 구석에는 젤도라 공작의 숨겨진 개인 공간도 있었다. 그곳엔 영혼을 갉아먹혀 껍데기만 남은 젤도라 공작이 망자가 되어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애완 거미는 조심히 키웁시다.
위대한 소울을 모두 모은 저주자는 당초 목적대로 드랭글레이그 왕성으로 향했다. 샤날롯은 성 안에서 왕 벤드릭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왕성 내부를 지키는 용기병들과 거울의 기사는 저주자가 쉽게 성을 오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네 끔찍한 면상을 보여주지
아마나의 제단에선 밀파니토의 여자들이 아닌, 노래하는 데몬이 저주자를 반겼다. 놈은 한때 그저 인육을 탐하는 데몬이었다. 그러다 밀파니토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법을 익혔고, 그 노래를 통해 망자들을 끌어와서 잡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저주자는 호락호락 당할 망자가 아니었다.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 아이쿠 ♬
I'm in my dream-!!!!
저주자는 왕의 회랑을 넘어 벤드릭이 은거했다는 불사의 묘지로 향했다. 왕의 충직한 최측근이자 오른팔 벨스태드는 왕의 명령을 받고 오랫동안 그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다른 자들과 다르게 벨스태드는 왕이 어떤 선택을 해도 그를 떠나가지 않고 끝까지 따르고 보필해왔다. 하지만 시간은 그마저도 망자로 만들어놓았다.
망자가 되어서도 왕을 지키는 충신 벨스태드.
벨스태드까지 쓰러뜨린 저주자는 마침내 킹 벤드릭을 알현했다. 그러나 왕은 이미 정신 나간 망자가 되어 묘지를 하염없이 돌아다니고만 있을 뿐이었다. 먼 길을 왔지만 이미 대화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저주자는 왕을 쓰러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저주자는 <왕의 반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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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날롯의 말에 따르면, 이 반지를 가지고 고룡에게로 가면 얻을 것이 있다고 했다. 저주자는 이번엔 고룡이 있는 <용의 둥지>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처음 만난 용은 고룡이 아닌, 수호룡이라 불리는 비룡이었다.
너.. 너 말고
수호룡을 쓰러뜨리고 둥지를 넘어 고룡의 제사장에 도착한 저주자는 오래된 용과 마주했다. 저주자는 용의 육체가 비록 가짜이나 그 육체를 지배하는 의식은 진짜 고룡이 아닐까 생각했다. 샤날롯은 오래된 용이 엄청나게 오래전부터 세상을 지켜보았다고 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오래전에 사라졌던 고룡들은 세상의 꿈속에서 지금도 의식을 이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꿈을 볼 수 있다.
오래된 용과의 만남
저주자는 고룡에게 왕의 반지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고룡은 <회색 안개의 핵>이라는 물건을 건네주었다. 그것은 소유자로 하여금 고룡처럼 꿈을 볼 수 있게 했다. 저주자는 그것으로 거인의 기억을 뒤져 <거인의 공명>을 얻어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갈망의 왕좌로 향하면 망자의 저주를 끝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주자는 그전에 한 가지 호기심이 일었다. 회색 안개의 핵을 왕 벤드릭에게 사용해보면 어떨까. 그의 꿈속에선 어떤 것을 볼 수 있을까. 저주자는 불사의 묘지로 다시 향해 왕의 꿈을 들여다보았다. 생각대로 저주자는 꿈속에서 아직 망자가 되기 전의 벤드릭을 만날 수 있었다.
왕무룩..
벤드릭은 자신은 왕이 아니라 그저 한낱 광대나 다름없다며 자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무언가 길고 긴 고민을 해온 듯했다. 그는 자신이 왕이 아닌, 그저 왕에 근접했던 자였을 뿐이라며 저주자에게 과거 이 땅에 존재했던 왕들의 왕관을 모아와달라 부탁해왔다. 저주자는 그의 부탁에 따라 드랭글레이그 주변 곳곳에 남은 옛 왕국의 흔적으로 향했다.그래서 발가벗고 뛰어다녔냐
6
오래 전, 어둠의 아이가 이 땅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녹아버린 왕국의 잔재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소녀는 몸을 의지할 왕이 필요했다. 하지만 올라피스는 이미 멸망했고, 그녀가 필요로 한 철의 왕은 이제 없었다.
고독에 몸부림치던 그녀는 그곳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검은 안개의 탑> 최하층 꺼져가는 화로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탑 전체에 검은 안개의 저주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은 고독의 사도 나달리아. 심연의 파편 중 하나다.
나달리아와 탑의 이야기
멀리 떨어진 곳. 과거의 혼돈의 불꽃이 아직도 남아있던 그곳에 발을 디딘 이국의 남자가 있었다. 그는 그 오래된 혼돈을 봉인하고자 그곳에 <엘리움 로이스>라는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고 직접 백왕이 되었다. 하지만 불꽃을 막던 자신의 소울이 고갈되자 한계에 부딪혔고, 결국 자신의 비 알산나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혼돈으로 몸을 던져 사라졌다.
알산나 역시 마누스의 파편이었다. 또한 마누스가 죽기 직전에 느낀 공포의 감정이 갈라져 나온 공포의 사도이기도 했다. 그녀는 다른 사도들과 마찬가지로 어둠의 시대를 여는데 이용할 왕을 찾아 그의 비가 되었다. 하지만 알산나는 왕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때문에 왕의 유지를 진실로 잇고자 했다. 알산나는 백왕이 사라진 이후 엘리움 로이스를 얼음으로 뒤덮어 계속해서 혼돈을 봉인했다.
알산나와 얼음 왕국의 이야기
가라앉은 왕은 지하 도시 <사르바>의 지배자였다. 그곳엔 잠자는 용 '신(sinh)'이 있었다. 용혈 기사단과 함께 온 요아라는 자는 그 용의 피를 얻고자 용을 깨워 창을 꽂아 넣었다. 하지만 용에게서 뿜어져 나온 건 피가 아니라 맹독이었다. 맹독은 용혈 기사들은 물론 밀폐된 지하 도시 전체를 멸망시키고 말았다.
심연의 파편이자 분노의 사도 엘레나는 가라앉은 왕과 함께였다. 하지만 왕국이 멸망한 이후, 그녀는 신드래곤을 어둠에 잠식시키기 시작했다.
엘레나와 지하 도시의 이야기
그리고 또 긴 시간이 흐른 후, 또 한 명의 사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갈망의 사도 나샹드라. 그녀는 드랭글레이그의 왕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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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자는 검은 안개의 탑에서 나달리아를 지키던 연기의 기사를 물리치고 철의 옛 왕의 왕관을 얻었다. 연기의 기사는 한때 벤드릭 왕의 충신 레임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는 왕을 떠나 나달리아에게 이끌려 이곳으로 왔다. 나달리아는 이미 세월에 그을려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형상이었지만, 레임은 그녀 옆을 떠나지 않았다.
나달리아를 지켜온 연기의 기사
공간 이동을 통해 도착한 엘리움 로이스에서는 직접 혼돈에 타락한 백왕을 상대해야 했다. 알산나는 백왕을 구원해준 것을 감사해하며 기꺼이 백왕의 왕관을 얻게 해주었다. 왕의 기사들은 여전히 왕을 존경했고, 알산나는 여전히 왕을 사랑하고 있었다.
이름도 잊혀진 백의 왕
마지막 가라앉은 왕의 왕관을 얻기 위해 저주자는 사르바에 있는 드래곤 신의 레어로 향했다. 그 길목에서 만난 분노의 사도 엘레나의 모습은 그저 추악했다. 저주자는 사르바에서 엘레나와 신을 모두 쓰러뜨리고 마지막 왕관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아직도 꽂혀 있는 요아의 창
저주자가 왕관을 모두 모아오자 킹 벤드릭이 입을 열었다. "무엇이 본래의 모습인가."
인간의 본질은 어둠이고, 세상이 어둠으로 뒤덮이면 인간은 죽음의 굴레에서 벗어나 어둠으로 영원히 살아가는 것은 분명했다. 사랑하는 왕비가 원하는 것도 그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것을 진정 본질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왕은 망자의 저주가 사실 인간의 본질이 발현되는 응당한 현상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인정하기 힘들어 했고, 때문에 끝없는 고민을 해왔다.
하지만 그는 답을 찾지 못 했고, 이제 대신 그 답을 대신 찾아줄 새로운 왕을 찾았다. 벤드릭은 저주자에게 정당한 왕의 자격을 갖췄다며 왕관을 써줄 것을 요했다. 저주자는 그리 했다. 그리고 인간이 되었다. 망자의 저주가 사라진 것이다.
비로소 갖춰진 왕의 자격
샤날롯은 이제 비로소 답을 선택해야 될 때가 왔다며 주인공이 바로 갈망의 왕좌로 향하길 바랬다. 하지만 그 길에도 주인공을 가로막는 자는 또 있었다. 원죄의 탐구자 안 딜. 한때 동생 벤드릭과 함께 나라를 세웠던 그는 이제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가 말했다.
"Many monarchs have come and gone. One drowned in poison, another succumbed to flame. Still another slumbers in a realm of ice. Not one of them stood here, as you do now. You, conqueror of adversities. Give us your answer.
"과거 수많은 왕이 나타났다. 어떤 자는 독에 빠지고, 어떤 자는 불꽃에 삼켜지고, 어떤 자는 얼어붙은 땅에 잠들었다. 한 사람도 이 땅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시련을 초월한 자여. 답을 보여줄 때가 왔다."
"나는 모든 것을 잃고, 그리고 기다렸다. 왕좌는 너를 받아들일 것이다. 너는 무엇을 바라는가. 빛인가. 어둠인가. 그렇지 않다면.."
안 딜 역시 인간의 본질과 인간이 추구해야 할 앞날에 대해 많은 고뇌를 해온 듯했다. 하지만 벤드릭과는 다르게 나름의 답을 찾고 주인공에게 그 길을 원하는 눈치였다.
답을 갈구하는 안 딜
갈망의 왕좌 앞에 도착한 주인공은 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마지막 적들을 상대해야 했다. 왕좌의 감시자, 왕좌의 수호자. 그리고 드랭글레이그의 왕비 나샹드라. 그녀는 주인공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갈망의 왕좌를 지키는 자들
나샹드라는 물론 거인의 공명을 원했다. 그녀가 주인공에게 할 말은 길지 않았다.
변함없는 왕비의 갈망
주인공은 나샹드라를 쓰러뜨렸지만, 그녀가 원한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것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또 어떤 자는 불의 길을 원했다. 그것이 인간다움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어떤 자는 둘 다 원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만의 길을 원했다. 녹의를 입은 소녀는 어떤 길이든 받아들일 것이다. 그녀는 처음부터 선택 자체에 의미를 두었다.
때가 되었음을 느낀 샤날롯
갈망의 왕좌 앞에 선 주인공은 마침내 선택했다.
주인공은 갈망의 왕좌에 앉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떠났다. 그것은 또한 안 딜이 원한 제3의 길이기도 했다. 멀어져가는 주인공을 바라보며 안 딜은 독백했다.
"길 따윈 없다. 빛조차 닿지 않고, 어둠조차 사라진 끝에 무엇이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것을 바라는 것이야말로 우리들에게 주어진 시련."
드랭글레이그의 땅은 이제 안개로 뒤덮일 것이다. 그리고 이 땅의 인간들에겐 새로운 시련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