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노어> -30000년 ~ -1000년
잠시 시간을 되돌려 수만 년 전, 티탄들이 아제로스 행성에 질서를 창조하고 막 떠났을 무렵으로 이야기를 돌려보자. 끝없는 어둠의 우주 한쪽에서 아제로스나 아르거스와는 다른, 또 하나의 작은 행성이 형태를 갖추어가고 있었다. 드레노어 행성. 그곳은 세계혼이 잠들어 있지는 않았지만 다섯 번째 원소인 생명의 정기가 가득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아직은 이름 없는 행성. 훗날의 드레노어
드레노어 행성은 넘치는 생명의 정기 때문에 불, 바람, 대지, 물과 같은 원소 정령들이 날뛰지 못 했고, 덕분에 포자더미라는 이름의 식물 종이 행성 전반을 지배하게 되었다. 드레노어의 가장 강력한 포식자가 된 포자더미는 육식을 즐기며 거대한 유기체로 성장했다.
한편 아제로스를 떠나 계속해서 우주를 여행하던 티탄 아그라마르는 드레노어 행성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행성의 파멸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포자더미가 언젠가 행성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결국 자기 자신마저 집어삼켜 드레노어를 먼지만 휘날리는 폐허로 만들 것이라 판단했다.
아그라마르는 포자더미의 위세를 누그러뜨리고 드레노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그론드라는 거대한 창조물을 빚어냈다. 그것은 드레노어의 가장 큰 산에 정기의 폭풍을 불어넣어 만든, 말 그대로 걸어 다니는 바위 산이었다.
얼마 후 아그라마르는 별무리의 죽음을 감지하고 우주 너머로 돌아갔다가 살게라스에게 죽임을 당한다. 창조주로부터 방치된 거인은 드레노어에 남아 홀로 포자더미와 오랜 시간 싸움을 벌여야 했다.
티탄의 창조물 그론드와 드레노어 원시식물의 싸움
그론드는 포자더미 중 하나를 찢어 지상에 떨구었다. 그 썩은 시체는 훗날 버섯이 무성한 지역인 '장가르 해'가 되었다. 그론드가 또 하나를 찢어버리자 그 지역은 '타나안 밀림'이라는 지역이 되었다. 하지만 포자더미의 끊임없는 공격에 결국 그론드마저 쓰러졌다. 그론드의 거대한 시체는 '나그란드'라는 지역의 산맥이 되었다. 마지막 포자더미는 그론드의 시체에서 태어난 거대괴수들에게 쓰러졌고, 그곳은 '파랄론'이라는 지역이 되었다.
원시 드레노어의 모습
포자더미가 모두 사라진 후 많은 원시생물이 생겨났다. 야생으로 퍼진 수많은 포자들은 기존의 식물 생명체들에게 지각을 선사했다. 가장 지적인 능력을 갖추고 번창한 종족은 신록지기라는 존재였다. 그들은 포자더미에서 먼저 파생되었던 제네사우루스를 숭배하며 헌신적으로 숲을 보호했다. 포들링, 스포어링 같은 작고 단순한 생명체도 있었다. 훗날 포자더미를 기원으로 하는 이들 식물 종 모두는 통칭 '원시생물'이라고 불렸다.
포자더미에서 파생된 원시생물들
그론드의 몸에서 태어난 거대괴수들 역시 드레노어 생태계 구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거대괴수의 유해에서 태어난 마그나론이라는 생명체는 긴 시간 동안 또다시 그론이라는 거인의 후예를 만들어냈고, 그론은 외눈박이 괴수 오그론을, 오그론은 오우거를, 오우거는 오크를 파생시켰다.
종족이 파생될수록 거인의 크기와 육체적 힘은 약해져갔다. 바위 같았던 피부는 살덩이가 되었다. 하지만 지능은 점차 높아지고 개체 수는 늘어나 개별적이었던 생활 습성은 무리를 이루게 되었다. 이렇게 그론드에서 파생된 수많은 종족들은 훗날 '파괴자'라는 통칭으로 불렸다.
그론드에서 파생된 파괴자들
포자더미가 사라지면서 아그라마르가 걱정했던 드레노어의 미래는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원시생물과 파괴자들의 계속되는 대립은 불가피했다. 두 진영은 오랜 시간 동안 산발적인 전투를 치뤘고, 이로 인해 서서히 각자의 경계가 구축되었다. 파괴자들은 서리불꽃 마루, 고르그론드, 나그란드 등의 지역을 장악했다. 원시생물들은 타나안 밀림, 장가르 해, 파랄론, 어둠달 골짜기, 탈라도르의 자연을 가꾸었다.
하지만 두 진영만이 드레노어에 자리 잡은 것은 아니었다. 파괴자와 원시생물이 날뛰는 가혹한 세계에서 살아남아 번영하기에 가장 유리했던 것은 그들의 공격을 피해서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는 조류 종족이었다. 대부분의 조류 종족은 남쪽의 아라크 지역에서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아라코아라는 종족이 있었다. 그들을 창조한 것은 드레노어에 태초부터 존재한 고귀한 반신 불새 루크마르였다. 아라코아 종족은 그녀에게 마법 능력을 전수받아 아라크 첨탑의 가장 높은 곳에 에펙시스라는 화려한 문명을 일궈냈다. 그들은 원시생물들과 한 차례 전쟁을 벌여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덕분에 아라코아의 기세는 한동안 하늘을 찔렀다.
뛰어난 마법 능력을 가진 아라코아 종족
하지만 에펙시스 문명은 오래가지 못 했다. 자신들의 지성과 마법, 과학 발전에 심취한 그들은 점점 욕심이 과해져 내분을 일으키게 되었고, 결국 그 다툼은 큰 전쟁으로 번져 에펙시스 문명을 완전히 몰락하게 만들었다. 이후 살아남은 아라코아가 다시 일어서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아라코아가 원시생물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스스로 무너지자, 자연히 파괴자들의 세력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집으로 드레노어의 최강자로 군림한 그론, 그보다는 작지만 공동체를 형성하여 드넓은 영토를 점령한 무자비한 포식자 오그론, 하지만 그중 에펙시스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거대한 문명을 이뤄낸 자들은 바로 오그론의 노예였던 오우거들이었다.
무자비한 오그론들에게 정복당한 오우거들은 노예로 부림 당하며 처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때론 살아있는 제물로 그론에게 바쳐지기도 했다. 그론을 달래어 오그론의 영토를 공격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오그론의 노예로 전락한 오우거들
한편 몰락한 아라코아 종족 중 살아남은 소수의 마법사들은 오그론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그들의 노예인 오우거들에게 주목했다. 그들이 노예의 삶에 분노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라코아 마법사들은 비밀리에 오우거 노예들에게 접근하여 비전 마법을 전수해주었다. 오우거들은 생각보다 뛰어난 학습자였다. 본래 티탄이 마력을 부여한 그론드의 먼 후손인 그들은 본능적으로 비전 마법에 동화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능력에 통달한 첫 번째 오우거 중 하나가 고그였다.
강력한 힘을 얻은 고그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오그론과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더욱 강력한 존재를 노리고 있었다. 모든 오우거가 신으로 숭배하고 두려워하는 거대 약탈자, 그론이었다.
고그의 야망에 아라코아마저 충격에 빠졌으나 결과는 반박할 수 없었다. 고그는 한 손으로 그론을 쓰러뜨렸다. 고그의 잔혹한 정복에 관한 이야기는 포로 오우거들 사이에서 들불처럼 번졌다. 고그는 또 다른 그론을 처치했다. 그리고 또 다른 그론을 제압했다. 다섯 번째 그론을 쓰러뜨렸을 때 고그의 무용담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모든 오우거 주둔지에 퍼졌다. 거대한 그론은 오우거에게 체격이나 힘에 있어서 사실상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보였다. 그들은 오우거처럼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최소한 노예들은 한때 그렇게 생각했다.
고그의 영웅담은 그 믿음을 깨뜨렸다. 그론도 쓰러뜨릴 수 있는데, 오그론을 두려워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동족에게 돌아온 '그론사냥꾼 고그'는 반란을 위해 다른 노예들을 설득하느라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었다. 곧 사지가 찢긴 오그론들의 시체가 사방에 뒹굴기 시작했다.
오우거들의 반란. 가즈아!!!!!!
엄청난 수의 오그론이 쓰러졌다. 복수를 향한 오우거의 열망과 새로 얻은 비전 마법의 위력은 오그론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사지가 찢기지 않고 살아남은 오그론들은 탈출하여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다.
오우거가 노예의 사슬을 집어 던지자 아라코아의 마법사들은 도시의 폐허 속으로 조용히 진입했다. 그곳에 묻혀있던 옛 에펙시스 문명의 유물들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고그는 그들을 저지했다. 고그는 강력한 마력의 원천이라면 무엇이라도 그냥 내어줄 수 없었다. 오우거들은 피를 흘리며 그 땅을 차지했다. 고그는 자신을 고그 왕을 뜻하는 '고르고그'라는 이름으로 칭하며 그 도시의 지배자임을 선언했다. 그리고 왕의 옥좌를 의미하는 '고리아'라는 이름으로 도시를 개명했다. 이른바 고리안 제국의 탄생이었다.
오우거 제국의 탄생
한편 오우거의 반란은 또 다른 종족에게도 강한 영향을 미쳤다. 그론드의 후예 중 가장 작은 체격을 가진 그들은 그동안 저 멀리 고르그론드 지하의 거대 동굴에 자리잡고 있었다. 다소 척박한 환경이더라도 그론과 오그론의 노예가 될 걱정이 없는 곳에서 살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우거의 반란이 두 강력한 위협을 제거해주자 그들 오크는 수 세대 만에 처음으로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드레노어> -800년 ~ -13년
오크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집단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했으나 큰 전쟁으로 번지기 전에 많은 오크가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또한 그들은 지하에서 살아왔던 경험으로 주변의 광맥을 연구하여 제련술과 대장기술을 발전시켰으며, 주변의 야수들을 조련하여 사냥을 하기도 했다.
역사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오크 종족
먼저 동쪽의 타나안 밀림으로 이주한 오크들은 가혹한 야생의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이때 야생의 충동에 이성을 잃어버린 자들은 동족을 잡아먹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해골이빨 부족이 되었다. 이성을 지킨 자들은 자신들을 피눈물 부족이라 칭했다.
서쪽의 황무지 서리불꽃 마루에 도착한 오크들은 혹독한 추위를 가진 그곳의 환경에 먼저 적응해야 했다. 서리늑대 부족과 흰발톱 부족은 그 지역의 야생 늑대를 친구로 길들여 사냥을 이어갔다. 천둥군주 부족은 거대한 무리를 이루어 그론을 사냥하곤 했다. 그들은 한 차례 그론 사냥에 성공하면 수 주 동안의 식량을 얻을 수 있었지만 실패하면 더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론드의 후예 중 가장 높은 지능을 가진 갈색 피부의 오크들
남쪽의 비옥하고 기름진 탈라도르 땅에는 세 부족이 정착했다. 불타는 칼날 부족, 붉은걸음 부족, 칼바람 부족이 그들이었다. 그곳에서 더욱 남쪽으로 내려간 어둠달 골짜기에는 어둠달 부족이 자리잡았다. 어둠달 부족은 하늘의 별에 매료되어 점성술을 발전시켰다.
탈라도르에서 서쪽에 위치한 나그란드 지역에도 오크 무리가 정착했다. 그들은 전쟁노래 부족이라 불렸다. 오우거 제국을 가까이 두고 있는 탓에 그들은 유목민처럼 대초원을 떠돌아야 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전투를 좋아하는 부족이었기에 생존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검은바위 부족, 웃는해골 부족, 번개칼날 부족, 용아귀 부족은 북쪽의 고르그론드 근처에 그대로 남았다. 그중 용아귀 부족은 주변 지역의 날개 달린 생명체를 길들여 타고 다니곤 했다. 검은바위 부족은 근처 검은바위 광맥을 통해 그 어느 부족보다 강한 무기를 생산해냈다.
드레노어 곳곳에 포진하는 오크 부족
드레노어 남쪽 끝에 자리 잡은 어둠달 부족은 조상 숭배를 중심으로 한 전통 의식을 발전시켜 대륙 곳곳으로 순례 여행을 떠나곤 했다. 그러던 중 나그란드 북서쪽 산맥 근처에서 그들은 기이한 꿈과 계시를 경험했다. 그곳은 사실 그론드가 쓰러진 유해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곳으로, 드레노어에선 보기 힘든 불, 바람, 대지, 물의 원소 정령들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했다. 어둠달 부족 순례자들은 경외감을 가지고 그곳에 '정령의 옥좌'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크들은 열린 마음과 조화로운 감각으로 원소 정령을 인도할 방법을 익혔다. 가차 없는 마법으로 대지를 가르고 형태를 바꾸던 오우거와는 달리 오크는 절대적인 경의 속에서 자신의 힘을 억제했다. 마침내 정령이 그들에게 힘을 허락했을 때, 그 결과는 놀라웠다. 홍수가 뒤집혔고 강풍은 밀려나 초원을 갈랐다. 어떤 오크도 그러한 기적을 본 적이 없었고, 어떤 필멸자도 자연과 그러한 유대를 가진 적이 없었다. 순례자들은 그 힘을 주술이라 이름 붙이고 모든 오크 부족에게 헌신적으로 전수했다.
자연과 정령으로부터 얻은 주술의 힘
오우거들은 처음에 오크들이 가졌다는 주술의 힘을 별로 대단치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우연히 어느 주술사가 위력적인 홍수의 물길을 되돌려 보내는 것을 목격한 이후로는 그 힘을 빼앗고 싶어 했다. 그들은 먼저 정령의 옥좌에 모여있는 오크들을 내쫓고 자신들의 마법의 힘으로 정령의 옥좌를 샅샅이 분석했다. 하지만 오우거들이 가진 마법력은 옥좌에 모여있는 원소 에너지의 힘과는 맞지 않았다. 결국 이 충돌은 큰 폭발을 일으키고 만다.
신성한 옥좌에 대한 모독에 분노한 오크들은 모든 부족과 연대하여 오우거와 전면적인 전쟁을 개시했다.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인구 수와 주술의 힘, 제련 무기의 기능 덕에 오크들은 오우거 제국의 강대함에도 밀리지 않았다. 그들은 서서히 오우거의 군대를 그들의 수도 고리아로 밀어 고립시켰다. 고리아의 방어는 견고했지만 결국 원소 정령의 도움으로 오크 주술사들은 고리아마저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정령의 분노는 맹렬한 폭풍으로 고리아의 하늘을 휘젓고 대지를 흔들었다. 몇 시간 동안 번개가 치고 지진이 일어나 고리아의 모든 벽과 건물을 폐허로 만들었다. 결국 오우거의 위대한 문명 고리안 제국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완전히 멸망한다.
오우거 제국을 멸망시킨 오크들
고리안 제국은 다시 위세를 회복하지 못했다. 남은 오우거 부족은 대륙 서쪽 끝에 높은망치와 칼날첨탑 요새를 짓고 은둔했다. 두 부족은 연대하지 않고 개별적인 환경을 구축했고, 반대로 오크들은 과거 오우거들이 가지고 있었던 드넓은 영토를 점령했다. 이제 오크들은 드레노어에서 가장 강력한 종족으로 거듭났다. 적어도 외계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오래전 아르거스 행성에서 살게라스에 의해 타락한 동족들(불타는 군단)을 피해 도망쳤던 에레달 종족은 자신들을 '추방당한 자'라는 뜻에서 드레나이라 이름을 바꾸고 우주를 배회하고 있었다. 빛의 종족 나루가 만든 차원 성채 '제네달'을 우주선으로 삼아 떠돌던 그들은 에너지를 공급해주던 나루의 힘이 점점 쇠락해가는 것을 느끼고 급히 불타는 군단의 손길이 닿지 않은 행성으로 불시착을 시도했다. 드레나이를 이끄는 수장 벨렌은 도착한 행성을 '추방자의 은거처'라는 뜻으로 '드레노어'라 이름 붙였다. (이전까지는 사실 이름 없는 행성이었고 이때 이름이 붙었다.)
아르거스를 떠나 드레노어 행성으로 불시착한 드레나이 종족
제네달에는 세 명의 나루가 타고 있었다. 크아라, 도레, 그리고 벨렌과 드레나이들을 이끌었던 크우레였다. 하지만 불시착하는 과정에서 도레는 죽어버렸고, 크아라는 빛과의 연결을 잃고 공허에 잠식당하고 말았다. 벨렌은 공허의 어둠이 살아남은 나루 크우레에게까지 감염되지 않도록 급히 크아라를 제네달 밖으로 밀어버렸다. 이후 타락한 나루 크아라는 드레노어 남쪽 어둠달 골짜기의 하늘을 떠돌게 된다. 하지만 크우레 역시 쇠락하여 죽어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크우레는 착륙 후 드레나이들을 함선 밖으로 내보내 새로운 세계에 적응토록 하고 자신은 홀로 제네달에 남아 죽음을 기다렸다.
제네달 함선에 홀로 남은 나루 크우레
드레나이 수장 벨렌이 동족을 이끌고 정착한 곳은 과거 오우거의 도시 고리아가 있었던 장소였다. 드레노어의 다른 종족들은 고리아를 집어삼킨 정령의 분노를 기억했기에 누구도 그곳에 다시 정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드레나이들은 그런 기억이 없었기에 거리낌 없이 그곳에 샤트라스라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건설했다. 그리고 나루 도레의 유해를 통해 죽은 드레나이 형제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남쪽 아라크 지역 근처 테로카르 숲 외곽에 아킨둔이라는 거대한 무덤도 지어놓았다.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은 어둠달 골짜기 동쪽 끝의 카라보르 사원이었다. 사원은 곧 드레나이의 가장 성스럽고 아름다운 도시로 발전했다.
한편 도레의 유해가 죽은 드레나이의 영혼들을 끌어들인 것처럼 제네달의 크우레는 죽은 오크의 영혼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오크 부족은 이를 발견하고 조상과의 대화를 위해 그곳에 오슈군이라는 이름을 붙여 신성시했다. 하지만 일부 오크들은 크우레에게서 흘러나온 공허의 에너지에 잠식되어 점차 흰 피부를 가진 '창백한 오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들은 얼굴에 백골 문신을 새기고 나그란드 지하의 동굴에 은둔했다.
수십 년간 드레나이와 오크는 큰 전쟁 없이 공존했다. 가끔 간헐적인 국지전이 벌어질 때도 있었으나 대부분 폭력을 수반하지 않은 교류가 이어졌다. 이는 드레노어에서 분쟁을 만들지 않으려는 벨렌의 노력 덕분이기도 했다.
드레노어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드레나이
어느 날 두 명의 오크 소년이 드레나이의 도시에 발을 디디게 된다. 한 명은 검은바위 부족의 아이였고, 한 명은 서리늑대 부족의 아이였다. 출신지가 다름에도 깊은 우정을 가졌던 두 소년은 자주 함께 모험을 하곤 했다. 그러던 중 테로카르 숲에서 오우거를 만나 위험에 처했던 것을 드레나이 정찰대가 구조하여 도시로 데려온 것이었다. 이때 벨렌은 두 오크 소년들의 마음속에 한 점 어둠 없이 자긍심으로 가득 차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라워했다.
이후 드레나이 정찰병들은 오크 소년들을 안전히 경계 지역까지 호위해주었고, 집으로 돌아온 두 소년은 친구들에게 드레나이 도시에서 본 놀라운 광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후일, 두 오크 소년은 위대한 지도자가 된다. 듀로탄과 오그림.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오크 종족의 운명을 바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