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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스토리 정리 5부(5-2) - 피와 명예

gyu30 2021. 5. 28. 03:40

 

 

 

19년

 

 

 

티리온 폴드링은 한때 호드와의 전쟁 선봉에서 오크들을 물리쳤던 은빛 성기사였다. 로데론 왕국의 영지 하스글렌의 영주이기도 한 그는 전쟁 종료 후 가족과 함께 마르덴홀드 요새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은빛 성기사 티리온

 

 

 

 

그러던 어느 날, 티리온은 영지 산자락으로 정찰을 나갔다가 근처 빈 감시탑에서 낯선 오크와 맞닥뜨린다. 오크를 실로 오랜만에 본 티리온은 곧바로 전투로 돌입했다. 그러나 그 오크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한때 오그림 둠해머와 함께 검은바위 부족 선봉에서 싸웠던 백전노장의 오크, 아이트리그였다.

 

 

현명함을 갖춘 원로 오크, 아이트리그

 

 

 

티리온과 아이트리그는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도중 아이트리그가 다리에 상처를 입자 티리온은 은빛 성기사단의 규율에 따라 쓰러진 적을 공격하지 않고 유예를 주어 상대가 다시 일어나 싸우도록 했다. 그러자 아이트리그 역시 자세를 가다듬고 오른 주먹을 가슴에 가져다 대어 오크식 예로 답을 했다.

 

 

티리온과 아이트리그의 첫 만남

 

 

 

티리온은 놀랐다. 야만적인 괴물들로만 생각했던 오크가 보인 예의 있는 행동이 충격적이었던 것. 둘은 다시 격렬한 싸움을 벌였고, 도중 감시탑이 무너지면서 이번엔 티리온이 잔해에 깔렸다.

 

 

나흘 후, 티리온은 자신의 침실에서 눈을 떴다. 경비대장의 말로는 자신이 애마에 단단히 묶인 채 요새 앞에서 발견되었다고 했다. 누가 나를? 설마 그 오크가? 티리온은 당장 부관들을 불러 자신이 보았던 오크의 처리 문제에 대해 회의에 들어갔다. 당연히 대부분 당장 오크를 공격할 부대를 조직해 쓸어버려야 한다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렀다. 특히 하스글렌의 2인자이자 성기사 직속 부하 발실라스가 흥분하며 당장 쳐들어가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오크들에게 가족을 살해당한 과거가 있는 자였다.

 

하지만 티리온은 자신을 구해 애마에 묶어 하스글렌으로 가는 길까지 찾아보낸 자가 그 오크인지를 먼저 알고 싶었다. 흥분하는 발실라스를 꾸짖어 돌려보낸 티리온은 며칠 후 다시 그 부서진 탑의 잔해로 향했고, 원하던 대로 다시 그 오크를 만나게 된다.

 

아이트리그는 또다시 오른 주먹을 가슴에 갖다 대며 예를 갖추었다. 그리고 심지어 이번엔 놀랍게도 공용어로 티리온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날 티리온은 아이트리그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제로스로 넘어오기 전의 오크 부족의 역사와 타락, 배신, 죽음. 또한 자신은 호드에 환멸을 느껴 탈영한 후 지금껏 홀로 아제로스를 떠돌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티리온은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상식이 뿌리부터 뒤흔들림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했다. 동시에 아이트리그에게는 깊은 우정을 느꼈다. 티리온은 아이트리그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다. 그가 인간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신의 영지에서 원하는 대로 머물러도 좋으며, 절대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렇게 둘은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헤어졌다.

 

 

 

인간과 오크의 ANG... 우정

 

 

 

그러나 며칠 후,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지고 만다. 부관 발실라스가 오크에 대한 이야기를 상부에 알린 것이다. 곧 스트라솔름의 사령관 다스로한이 병력을 이끌고 하스글렌에 들이닥쳤다. 다스로한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우선 티리온에게 아이트리그의 은신처로 안내할 것을 명했다. 티리온은 어쩔 수 없이 부서진 경비탑으로 그를 안내했고, 아이트리그를 생포해오게 된다. 자신이 명예를 걸고 한 약속을 깨게 된 티리온은 아이트리그를 볼 낯이 없었다.

 

발실라스와 다스로한의 병사들은 아이트리그에게 밤낮으로 린치를 퍼부으며 온갖 모욕을 주었다. 이를 지켜보기 힘들었던 티리온은 결국 폭발하여 아이트리그를 채찍질하던 병사를 내리치고 아이트리그의 석방을 주장했다. 이는 명백한 얼라이언스에 대한 반역 행위였다. 다스로한은 어쩔 수 없이 티리온을 가두고 아이트리그와 함께 로데론 북부의 대도시 스트라솔름으로 압송했다.

 

 

얼마 후 은빛성기사단 단장 우서 경, 아서스 왕자, 프라우드무어 제독 등 얼라이언스 주요 관직의 인사들이 티리온과 아이트리그에 대한 재판을 위해 모였다. 티리온은 마지막까지 아이트리그에 대한 변호를 멈추지 않았다. 발실라스는 티리온의 사형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우서 경의 자비로 인해 영지 추방과 성기사 직위 해제 정도로 그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크인 아이트리그는 무조건 처형 확정이었다.

 

티리온은 아이트리그를 외면할 수 없었다. 급기야 그는 스트라솔름의 공개 처형장으로 다시 쳐들어가 발실라스를 쓰러뜨리고 아이트리그를 구출해냈다. 반역을 넘어서 그야말로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아이트리그를 구출하는 티리온

 

 

 

이때, 스트라솔름에 일단의 오크 무리들이 들이닥친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그들 때문에 거리는 삽시간에 혼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그 틈을 타 티리온은 아이트리그를 데리고 도시를 빠져나갔다. 티리온은 이미 죽어가는 아이트리그를 살리기 위해 파문 당시 잃어버렸던 빛의 힘을 되찾아 그를 혼신의 노력으로 치료했다. 이때 그들 앞에 도시를 습격했던 무리의 리더가 나타났다. 파란 눈의 오크, 쓰랄이었다.

 

 

 

인간의 도시에 나타난 오크 무리들

 

 

스트라솔름을 습격했던 건 쓰랄의 신생 호드들이었다. 쓰랄은 새롭게 태어날 호드에 아이트리그와 같은 현명한 원로들의 지혜가 필요하다며 그를 모셔가려 했다. 아이트리그는 여태껏 구 호드와 동족들에게 실망하고 조용히 여생을 살아가려 했었다. 그러나 쓰랄의 의지를 보고 다시금 열정을 불태우며 그를 따르기로 한다. 이로써 쓰랄의 신생 호드에는 사울팽, 아이트리그, 그롬마쉬 등 쟁쟁한 노장들이 다시 모이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트리그는 티리온과 작별했다. 이후 티리온은 고결했던 초대 은빛성기사의 과거를 버리고 홀로 국경지대로 떠나 추방자의 삶을 살아갔다. 그가 다시 영광을 되찾는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