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와우 스토리 정리 6부(6-2) - 얼어붙은 왕좌

gyu30 2021. 5. 28. 06:51

 

 

 

21년

 

 

기회였다. 리치왕 넬쥴은 하이잘 산의 패배를 군단에게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로 생각했다. 아직 수천에 달하는 스컬지가 로데론을 장악하고 있었다. 넬쥴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즉시 아서스와 켈투자드, 나머지 스컬지 병력을 규합해 동부 대륙에 남아있던 악마 발나자르, 바리마트라스, 데서록을 공격했다. 악마들은 역병지대로 도망쳤다. 이제 군단은 리치왕에게 맞설 수 없었다. 스컬지는 그의 것이었다. 그만의 것이었다.

 

킬제덴은 분노했다. 리치왕을 그리 믿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치밀하게 준비해서 배신할 줄은 몰랐다. 넬쥴은 이미 킬제덴의 영향력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킬제덴은 이제 리치왕을 제거하여 스컬지의 지배권을 다시 찾아와야 했다. 그 과업을 수행할 적격자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일리단. 그는 고대 전쟁에서 이미 군단과 한 번 동맹을 맺었던 자였다. 그라면 과업을 믿고 맡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곧 일리단에게 악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킬제덴은 일리단에게 리치왕을 없애주면 원하는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제안했다. 킬제덴의 예상대로 일리단은 제안을 즉각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일리단은 킬제덴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척만 했다. 킬제덴은 그가 설마 군단을 향한 전혀 다른 목표를 갖고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은근히 허당인 킬제덴

 

 

일리단은 스컬지의 엄청난 규모를 알고 있었다. 그가 혼자서 리치왕을 정면에서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일리단은 우선 다른 것에 주목했다. 그는 굴단의 해골을 통해 <살게라스의 눈>이라 불리는 유물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굴단이 그토록 갈망했으나 결국 얻지 못했던 악마의 유물이었다.

 

 

굴단이 그토록 원했던 힘 <살게라스의 눈>

 

 

유물은 바다 너머의 군도, 부서진 섬에 있는 고대 건축물 <살게라스의 무덤>에 있었다. 일리단은 우선 조력자를 찾았다. 만년 전 고대 전쟁 당시 영원의 샘이 붕괴했을 때 깊은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갔던 아즈샤라 여왕과 귀족(명가)들이었다. 그들은 바닷속에서 고대신 느조스에 의해 목숨을 부지했으나 대가가 따랐다. 뱀처럼 구불거리고 비늘 덮인 몸을 가진 나가라는 이름의 생명체가 된 것이다. 그들의 심장은 심해의 해구처럼 어둡게 변했고 증오가 그들의 이성을 집어삼켰다.

 

일리단은 명가의 운명을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 그 이야기가 진실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깊은 바다의 명가에게 강력한 주문을 시전하여 보냈을 때 그들은 답을 보내왔다. 나가족의 여군주 바쉬가 깊은 바다에서 비늘과 송곳니의 군대를 이끌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놀랍게도 쉽게 일리단을 따르겠다고 약속을 해왔다. 

 

물론 그들은 일리단을 경외하는 게 아닌 그저 고대신의 의지를 따랐을 뿐이었다. 고대신은 일리단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리치왕을 쓰러뜨리려는 일리단의 행보는 아제로스에 새로운 전쟁의 불씨를 일으킬 수 있었다. 언데드와 아제로스의 국가, 군단까지도 집어삼킬 수 있는 전쟁이었다. 아제로스가 혼돈에 빠져든다면 초갈과 그의 이교도는 별다른 저항 없이 고대신을 깨울 수 있었다. 고대신은 일리단이 만약 문제를 일으킨다면, 바쉬를 통해 일리단의 심장을 도려낼 생각이었다. 어느 쪽이든 고대신은 그들을 이용해 아제로스에 새로운 전쟁의 시대를 열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일리단을 돕기로 한 나가족 여군주 바쉬

 

 

일리단이 부서진 섬에 도착했을 때, 마이에브와 그의 감시자들은 일리단을 바짝 쫓고 있었다. 일리단은 추적자들을 따돌리고 살게라스의 무덤 속으로 뛰어들었다. 무덤 안은 매우 위험한 곳이었지만 일리단은 굴단의 기억 덕분에 내부 길을 제법 빠르게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로소 일리단은 살게라스의 눈을 발견했다. 수많은 감시자가 일리단을 포위한 채 다가왔다. 그러나 그를 저지할 수는 없었다. 살게라스의 눈으로 마력이 증폭된 일리단은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감시자는 전멸했고, 마이에브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그녀는 간신히 살아남아 무덤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그녀는 일리단의 추적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의 복수심은 오히려 더욱 타오르고 있었다.

 

 

강력한 살게라스의 눈의 힘

 

 

일리단은 이번엔 동쪽의 빛나는 도시 달라란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곳은 비록 무너졌지만 강력한 비전 지맥의 연결점이 위치한 곳이었다. 일리단은 여군주 바쉬와 나가들을 미리 보내어 달라란과 그 주위의 지맥을 조사하고 공격을 준비하게 했다.

 

그 사이 마이에브는 칼림도어에 전령을 보내어 말퓨리온에게 도움을 청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말퓨리온과 티란데가 파수대와 드루이드를 이끌고 부서진 섬에 도착했다. 그들은 일리단이 나가 군대를 모아 악마의 유물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했다. 티란데는 일리단을 풀어준 것을 후회하지 않았지만 이제 일리단을 더 이상 동족으로 보지 않았다. 그녀가 보기에 일리단은 이제 하이잘 산을 침략했던 자들과 다르지 않은 악마일 뿐이었다. 나이트 엘프 지원군은 일리단을 주저 없이 공격했다. 일리단은 동쪽으로 탈출해 필사적으로 달라란을 향해 나아갔다. 일리단은 티란데와 말퓨리온에게 살게라스의 눈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두 나이트 엘프가 그를 배신자라고 생각했어도 일리단은 아직 티란데에게 일말의 감정이 남아 있었다.

 

 

내 깊은 뜻도 몰라주고.. ㅜㅜ

 

 

한편 동부 대륙의 얼라이언스는 그동안 가리토스라는 자가 이끌고 있었다. 실력보다는 인맥과 운으로 자리에 오른 총사령관 가리토스는 자신의 부대에 있는 다른 종족을 경멸하고 차별하는 괴팍한 인물이었다. 일례로 블러드 엘프를 이끄는 캘타스 선스트라이더가 얼라이언스 저항군에 합류했을 때 가리토스는 마지못해 받아들였으나 노골적으로 그들에게 경멸을 드러냈다.

 

 

로서, 투랄리온의 뒤를 이어 3대 얼라이언스 맹주가 된 가리토스

 

 

가리토스의 냉대에도 캘타스와 블러드 엘프는 헌신적으로 스컬지와의 전쟁을 수행했다. 캘타스는 쿠엘탈라스 재건에 앞서 얼라이언스와 함께 연대하여 스컬지를 완전히 박멸하는 데에 목표를 뒀다. 그래야 블러드 엘프의 앞날에 미래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가리토스는 계속 캘타스를 난해한 전장으로만 돌려 투입시켰다.

 

그러던 찰나에 전장에서 캘타스가 우연히 만난 자들이 있었다. 말퓨리온, 티란데, 마이에브. 즉 일리단을 쫓아 대해를 건너온 나이트 엘프들이었다. 블러드 엘프와 나이트 엘프는 같은 조상을 두었지만 문화는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캘타스는 그러한 차이에 구애받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먼 친척인 그들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말퓨리온은 자신들이 일리단이라는 위험한 자를 쫓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리단은 현재 달라란의 지맥의 힘을 끌어내어 살게라스의 눈에 깃든 파괴력을 증폭시키려 하고 있었다. 그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말퓨리온은 그를 막고자 했다.

 

 

일리단 이 시키는 사고만 칠 게 뻔해!

 

 

실제로 일리단은 달라란에서 비전 에너지의 폭풍을 일으켜 더욱 강력해지고 있었다. 힘을 증폭시킨 일리단은 즉시 목표물이 있는 노스렌드로 향했다. 리치왕 넬쥴은 킬제덴이 일리단을 통해 자신을 노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넬쥴은 새삼 자신의 약점을 실감했다. 그는 처음부터 킬제덴에 의해 얼음 속에 갇혀 어떠한 물리적 행위도 할 수 없었고, 심지어 다른 곳으로 도망갈 수도 없었다. 아서스와 그의 스컬지는 로데론 남서부에 있었기에 당장 귀환도 힘들었다.

 

 

왕이라면서 이 무슨 한심한 신세인가...

 

 

얼음왕관 성채에 도착한 일리단은 곧 빙하에 힘을 집중시켰다. 그 원초적인 힘이 드러나자 여군주 바쉬와 나가마저 경외감에 휩싸였다. 마법이 내리치면서 땅이 찌그러졌다. 그 강력한 폭격에 마침내 얼음의 감옥이 부서졌다. 리치왕은 처음으로 외부에 노출되었다. 단 몇 차례만 공격하면 일리단은 스컬지의 지배자를 끝장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일리단은 그 마지막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나이트 엘프와 블러드 엘프의 연합군이 나타나 일리단을 덮친 것이다. 나이트 엘프의 습격은 일리단의 마법을 흩트렸고 살게라스의 눈마저 파괴시켰다. 얼음왕관 빙하를 뒤덮었던 일리단의 강력한 마법의 폭풍은 삽시간에 잦아들었다. 결국 일리단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자리를 피해야 했다.

 

일리단은 킬제덴의 요구를 달성하지 못했다. 일리단은 이 위태로운 시기에 킬제덴의 분노를 끌어들인다면 계획이 엇나가리라 생각했다. 그는 우선 킬제덴의 시선을 피해 자신의 군대를 구축할 은신처가 필요했다. 일리단은 굴단의 기억 속에서 아주 적합한 장소를 찾아냈다. 생명을 잃고 황폐해진 세계 드레노어였다. 마침 달라란 근처에 현실의 장막이 찢긴 틈이 있었다. 그것은 일전에 켈투자드가 차원문을 열고 아키몬드와 군단 선봉대를 불러들인 흔적이었다. 일리단은 굴단의 해골에서 얻은 지식을 그 작은 균열에 이용하여 드레노어로 통하는 새로운 차원문을 열었다. 그러나 일리단이 차원 너머에 발을 디디자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굴단의 기억과는 좀 다른 풍경이었다. 그곳은 드레노어가 산산이 부서진 세계 <아웃랜드>였다.

 

 

부서진 드레노어, 아웃랜드

 

 

아웃랜드에는 알려지지 않은 우주의 구석으로 통하는 수많은 차원문이 버려진 땅 곳곳에서 빛나고 있었다. 일리단은 그곳에서 한동안 자신의 전력을 정비하고자 했다. 그러나 일리단은 누군가 자신을 쫓아 아웃랜드까지 넘어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마이에브 섀도송이었다. 나가도, 살게라스의 눈도 없는 일리단은 마이에브와 그의 감시자들에게 쉬운 사냥감이었다. 마이에브는 마침내 일리단을 제압하고 마법 깃든 우리에 가두었다. 그녀가 특별히 제작한 마력 중화용 우리였다.

 

 

말해, 누굴 생각했지?

 

 

일리단이 아웃랜드로 넘어오기 전, 그는 바쉬와 나가들에게 따로 임무를 하나 주었다. 자신이 드레노어를 조사할 동안 아제로스에 남아 새로운 전력, 동맹을 찾아보라는 임무였다. 그동안 말퓨리온과 티란데를 비롯한 나이트 엘프들은 칼림도어로 돌아간 상태였다. 바쉬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남은 자들, 캘타스와 블러드 엘프들이었다.

 

캘타스는 노스렌드 전투 후 얼라이언스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자신을 차별하는 가리토스와의 사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 바쉬는 그것에 주목했다. 그녀는 캘타스와 블러드 엘프가 마력 중독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며 가리토스의 부당한 처우로 사기가 흔들리는 것을 눈여겨보았다. 그것은 좋은 틈이었다. 바쉬는 캘타스에게 접근해 일리단과 나가들이 아무런 악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안심시켰다. 그리고 일전의 나이트 엘프와 일리단의 반목도 과거의 동족 간에 있는 사사로운 다툼이라며 자신들의 목표 역시 캘타스와 마찬가지로 스컬지를 없애는 것이라 설명했다.

 

캘타스는 바쉬를 경계했지만 생각보다 호의적인 그들의 태도에 편견을 한겹 벗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과 목적이 같았으며 오히려 가리토스보다 합리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며칠 후 캘타스가 생각을 완전히 바꾸는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가리토스가 평소처럼 스컬지와의 매우 불리한 전선에 캘타스를 투입시켰고, 그런 위기 상황에서 바쉬와 나가의 지원군이 캘타스의 목숨을 구했다. 이후 블러드 엘프는 나가와 함께 스컬지의 전진을 막았다. 그러나 가리토스는 전선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생환한 캘타스를 오히려 비난했다. 사악한 나가와 동맹을 맺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급기야 가리토스는 블러드 엘프들에게 족쇄를 채운 후 지하 감옥에 가두고 처형을 준비했다. 충격을 받은 캘타스는 결국 얼라이언스에 대한 모든 신뢰를 잃었다. 그런 상황에서 바쉬가 또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캘타스가 갇힌 지하감옥에 침입해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자신과 함께 아웃랜드로 넘어가 일리단과 함께 한다면, 블러드 엘프들의 족쇄를 풀어 자유를 주는 것은 물론 그들을 마력 갈증에서도 해방시켜주겠다고.

 

캘타스는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지금 블러드 엘프에게 더 나은 다른 미래를 찾을 수 없었다. 그에겐 종족을 재건할 사명이 있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잠시 아제로스 세계 너머로 가는 것 정도는 감수해야 했다.

 

 

일리단과 함께 하기로 결심한 캘타스

 

 

캘타스와 바쉬는 아웃랜드에 도착한 후 광활한 지옥불 반도의 갈라진 황무지를 가로지르며 부하들을 이끌었다. 그리고 일리단을 감금하고 있던 마이에브와 그의 감시자들을 찾아 협공을 퍼부었다. 감시자들은 무섭게 반격했지만 수적 열세를 뒤집을 수 없었다. 캘타스와 바쉬는 일리단을 풀어주고 마이에브와 살아남은 감시자들을 황무지로 내쫓았다.

 

일리단은 바쉬가 데려온 새로운 전력에 매우 만족했다. 블러드 엘프는 잘 훈련되고 충성스러운 전사들이었다. 일리단은 그들의 마력 중독 상태를 알고 태양샘보다 더 강력하고 새로운 마법의 원천을 찾아주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러기 위해 먼저 할 일은 우선 아웃랜드를 장악하고 있는 악마 마그테리돈과 그의 수하들을 쓰러뜨리는 것이었다. 드레노어가 붕괴된 이후 현재의 아웃랜드에 넘어왔던 마그테리돈은 아직 열려있는 차원문들에서 악마들을 조금씩 소환해 세를 불리고 있었다. 

 

일리단은 마그테리돈의 권좌가 있는 검은 사원에 다가가면서 새로운 동맹을 발견했다. 아카마라는 자가 이끄는 뒤틀린 드레나이들이었다. 한때 드레나이의 총독이었던 아카마는 드레노어 붕괴 이후 뒤틀린 드레나이가 되어 자신과 같은 자들을 데리고 마그테리돈과 싸우고 있었다. 마그테리돈에게 장악당한 검은 사원은 드레나이의 옛 성지였고, 그곳을 되찾는 것이 아카마는 뒤틀린 드레나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일리단은 아카마를 회유해 동맹을 맺었다. 그리고 자신의 협력자들을 <일리다리>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묶었다.

 

 

아웃랜드에서 대립하고 있던 마그테리돈과 아카마

 

 

일리단의 조력자들로 탄생한 <일리다리>. 네이밍 센스 참...

 

 

일리단과 여군주 바쉬, 캘타스는 각자로도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자들이었다. 그러나 모였을 때의 힘은 더욱 무시무시했다. 강력한 악마 마그테리돈도 결국 그들의 공세에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때 일리단은 마그테리돈을 완전히 죽이지 않고 살려두었다. 마그테리돈의 피가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그테리돈은 만노로스처럼 자신의 피를 아웃랜드에 남은 오크들에게 먹여 '타락한 오크'를 만들어 조종하고 있었다. 일리단은 그 피의 힘을 이용해 타락한 오크와 나머지 악마들도 굴복시켜 자신의 전력으로 만들고자 했다. 실제로 마그테리돈이 쓰러지고 난 후 대부분이 일리단을 새로운 주인으로 받아들였다. 일리단은 마그테리돈을 지하감옥에 유폐하여 가만히 피나 빨리는 신세로 만들었다. 캘타스와 아카마는 그러한 일리단의 행태를 보고 두려움을 느꼈지만 일리단은 대의를 위해서라며 그들을 설득했다.

 

 

가랏, 일리다리!

 

 

킬제덴은 일리단의 행보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여러 동맹을 모은 일리단이 오히려 이전보다 유용한 상태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킬제덴은 화신의 모습으로 일리단의 앞에 다시 나타나 예전의 약속을 수행할 것을 종용했다. 그는 아직도 일리단을 조종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일리단은 킬제덴의 요구를 오히려 기회로 생각했다. 그는 군단과 본격적인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시간이 더 필요했고 마침 킬제덴이 그러한 시간을 준 셈이었다. 일리단은 아웃랜드에 열려 있는 많은 차원문 중 하나를 이용하여 아제로스로 돌아가는 새로운 차원문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카마를 제외한 나머지 병력을 다시 한 번 아제로스로 이끌었다.

 

 

묘한 관계를 유지하는 일리단과 킬제덴

 

 

리치왕 넬쥴은 난감했다. 그는 일전에 나이트 엘프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지만 그때 얼음왕관이 일부 부서진 탓에 그의 정수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스컬지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불렀다. 다행히 아서스는 아직 리치왕의 명령을 들었다. 그는 일리단이 또다시 노스렌드로 향하고 있음을 알고 이번엔 빠르게 넬쥴이 있는 얼음성채의 빙하로 향했다. 아서스는 일리단보다 먼저 도착하기 위해 땅속으로 뻗은 네루비안의 왕국, 아졸네룹의 잊힌 지하굴로 뛰어들었다. 그곳은 고대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매우 위험한 길이었지만 아서스는 의지로 뚫고 나갔다.

 

 

노스렌드로 향하는 아서스

 

 

일리단은 아서스와 스컬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랐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곧 얼음왕관 성채의 그림자 속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서로를 포로로 잡거나 할 필요도 없었다. 그것은 완전한 파멸의 전쟁이었다. 

 

전투가 지속되는 가운데 아서스가 일리단과 단독으로 맞섰다. 리치왕은 아서스에게 자신의 남은 힘을 주입했다. 리치왕을 망각의 문턱에 더욱 몰아넣는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아서스가 실패한다면 리치왕도, 나머지 스컬지도 실패할 운명이었다. 그렇게 두 군대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서스 메네실은 일리단 스톰레이지와 싸웠다. 한때 나이트 엘프였던 일리단의 전설적인 전투검, 아지노스의 쌍날검과 서리한이 충돌했다.

 

 

일리단과 아서스의 격돌

 

 

치열한 전투 끝에 승리한 것은 아서스였다. 리치왕의 마력에 힘을 얻은 아서스는 일리단을 강하게 몰아붙여 쓰러뜨렸다. 일리단은 남은 병력을 이끌고 불명예스럽게 아웃랜드로 후퇴했다.

 

넬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기는 넘겼다. 다만 아직도 얼어붙은 왕좌의 갈라진 틈에서는 그의 정수가 흘러나왔다. 이대로면 리치왕은 사라지고 넬쥴의 영혼은 노스렌드의 얼어붙은 공기 속으로 흩어질 운명이었다. 그것을 벗어날 방법은 단 하나, 아서스의 육체와 병합하여 그와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아서스의 몸을 차지하면 넬쥴은 마침내 육체의 그릇을 얻어 얼어붙은 왕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리치왕은 아서스에게 마지막 명령을 하달했다. 자신과 하나가 되라고. 아서스는 그의 말대로 얼어붙은 왕좌에 다가갔다. 그리고 서리한을 한 차례 휘둘러 남은 얼음을 깨뜨렸다. 리치왕의 영혼이 담긴 마법의 투구가 죽음의 기사 아서스의 발치에 굴러떨어졌다. 리치왕은 드디어 속박으로부터 해방될 생각에 기뻐했다. 그러나 아서스의 생각은 달랐다. 아서스는 서리한으로 넬쥴의 영혼을 단 칼에 베어버렸다. 그리고 리치왕의 투구를 쓰고 얼어붙은 왕좌에 앉았다. 이제 아서스가 스컬지를 지배하는 새로운 리치왕이었다.

 

 

2대 리치왕 아서스

 

 

한편 리치왕 넬쥴의 지배력이 처음 약해졌을 때 자아를 찾은 또 다른 인물이 있었다. 아서스에 의해 밴시가 되었던 실바나스 윈드러너였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많은 언데드가 자연스럽게 자유 의지를 되찾았다. 그들은 대부분 무엇을 할지 알지 못한 채 무너진 왕국을 떠돌아다녔다. 그러나 실바나스는 확실한 목표를 재설정했다. 그녀는 복수를 원했다.

 

실바나스는 자신을 괴물로 만든 아서스에 대한 증오감을 불태우며 자신과 같은 처지의 언데드들을 끌어모았다. 마찬가지로 리치왕의 지배력이 풀린 언데드들을 모으는 자들이 있었다. 아서스의 스컬지에 패퇴하여 동부 대륙에 숨어있던 3명의 악마들, 바리마트라스와 데서록, 발나자르였다. 그들은 아서스에게 증오심을 가진 실바나스가 쓸모 있는 동맹이 되리라 생각했다. 이를 경계한 얼라이언스의 지휘관 가리토스 역시 실바나스에게 협력의 손을 뻗었다. 그들은 모두 실바나스에게 자기들의 군대에 합류하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실바나스는 전쟁으로 화답했다. 그녀는 어떤 새로운 주인에게도 다시 머리를 숙일 생각이 없었다. 동맹은 더더욱 필요 없었다. 그녀는 생전에 가졌던 뛰어난 전략 전술 능력과 죽음 이후 얻은 힘을 바탕으로 악마들을 몰아쳤다. 곧 데서록과 발나자르가 쓰러졌고, 바리마트라스는 실바나스 앞에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했다. 나아가 실바나스의 구울들은 가리토스의 유해마저 먹어치웠다. 그들이 남긴 것은 뼈다귀뿐이었다.

 

이로써 옛 로데론 땅에서 적대 세력을 모조리 쓸어버린 실바나스는 곧 로데론의 폐허 지하에 자신을 따르는 언데드들을 집결시키고 자신들만의 새로운 왕국 <언더 시티>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들을 더 이상 스컬지가 아닌, 포세이큰이라 선포한다.

 

 

로데론 폐허에 나타난 새로운 세력, 포세이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