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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나와 쓰랄은 칼림도어에서 함께 두 번의 전란을 치른 후 다시금 평화조약을 맺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인간들은 다른 세계에서 침략해온 오크들에 대한 증오가 아직 남아있었고, 오크들 역시 자신들을 노예로 부렸던 인간들에게 앙금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가시지 않는 두 종족의 앙금
그런 두 진영 사이에 기름을 붓는 자가 있었다. 하이잘 산에서의 패배 이후 한동안 숨어 있었던 군단의 악마 즈모드로어였다. 그는 오그리마와 테라모어를 동시에 와해시키기 위해 양측의 불만분자들을 유혹하여 칼날단이라는 비밀 조직을 규합했다. 그리고 이들을 이용해 두 세력을 이간질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양 진영은 불 붙은 듯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제이나는 누군가 배후에 있음을 직감하고 이를 조사하기 위해 직접 나섰으나 즈모드로어의 함정에 빠져 마력을 봉인당하고 갇히고 만다. 이때 제이나는 그곳에서 뜻밖의 인물을 만난다. 자신이 존경하는 대마법사 에이그윈이었다.
은거 중이던 티리스팔의 수호자 에이그윈
에이그윈은 메디브를 부활시킨 뒤로 한동안 은거 중이었다. 그러나 도중 즈모드로어에게 발각되어 봉인되었다. 그녀는 아들 메디브를 부활시키느라 마력을 모두 소진해 즈모드로머조차 당해낼 힘이 없었다. 다행히 에이그윈은 제이나의 도움으로 봉인을 깨고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제이나가 자리를 비운 동안, 테라모어와 오그리마는 계속되는 칼날단의 음모로 결국 전면전에 돌입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이나와 에이그윈, 그리고 잠시 자리를 비웠던 쓰랄이 돌아와 양측의 군대를 제압하면서 칼림도어의 전화는 다시 한 번 진정된다. 내친김에 제이나와 에이그윈은 칼날단의 아지트로 쳐들어가 칼날단의 배후에 있던 즈모드로어 역시 추방의 주문을 통해 뒤틀린 황천으로 돌려보냈다.
여자 잘못 건드린 악마
이후 에이그윈은 한동안 테라모어에 머무르기로 했고, 쓰랄과 제이나는 다시 한 번 평화 협정을 공고히 했다. 하지만 인간과 오크의 앙금이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비록 이번 오해는 풀렸지만 두 종족 간의 증오의 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평화지향적인 가치관을 지닌 제이나도 이 고리에서 완전히 벗어난 자는 아니었다. 그녀의 가슴속에는 아버지를 등진 것에 대한 죄책감이 아주 깊은 상처가 되어 박혀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목숨마저 호드의 손에 내맡겼다. 오로지 자신의 백성들을 위한 결정이었다. 피눈물이 나는 선택이었지만 그만큼 그녀의 평화에 대한 염원은 깊었다. 만약 그것이 깨지는 날, 그녀는 그 누구보다 자신의 지난 과거를, 그리고 어리석은 평화를 경멸할 것이다. 그런 날은 오지 않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