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메단 편)
아제로스와 아웃랜드에서 많은 일이 벌어지는 동안 초갈은 계속해서 황혼의 망치단 이교도 세력을 넓혀갔다. 1~3차 대전쟁을 겪은 아제로스인들에게 공포를 이용한 마케팅은 제법 효과적이었다. 심지어 성스러운 빛의 교단의 지도자, 대주교 베네딕투스마저 그들의 사이비 교리에 빠져들었다. 그가 공허를 섬기게 된 것은 이교도들에게 매우 상징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초갈은 이에 만족할 수 없었다. 크툰이 쓰러졌다는 소식은 그에게 꽤나 큰 충격이었다. 초갈은 그런 일이 다시 발생하게 할 수 없었다. 그는 호드와 얼라이언스 사이에 분열을 일으킬 방법을 궁리했다. 곧 완벽한 기회가 저절로 찾아왔다. 테라모어에서 열리는 평화 회담이었다.
제이나와 에이그윈의 주최로 마련된 이번 회담은 얼라이언스 대표와 호드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제로스에 남아 있는 현안에 대해서 토의할 예정이었다. 아직 아제로스에 남아 있는 스컬지에 대한 문제는 물론이고 각 진영 간의 무역과 자원 문제까지 폭넓게 협상 소재로 올라올 매우 민감한 자리였다.
호드, 얼라 주요 인사들이 모인 테라모어 회담장
곧 예정대로 회담이 열렸다. 쓰랄과 함께 온 두 명의 조언가는 입장이 매우 극단적이었다. 가로쉬는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인간들을 적대하는 강경파였고, 반대로 레가르는 평화를 찬성하는 온건파였다. 가로쉬는 회담장을 계속해서 험악한 분위기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이때 가로쉬마저 입을 다물게 한 아이가 있었다. 스톰윈드의 어린 왕자 안두인 린이었다.
안두인 린은 어머니를 어린 나이에 여의고 오닉시아의 음모에 의해 아버지마저 행방불명되어 나라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섭정 볼바르 폴드라곤의 도움을 받으며 나라를 현명하게 통치해왔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오닉시아의 둥지에서 혼자 탈출을 감행하는 용기와 결단력, 균형 있는 외교적 안목 등 훌륭한 지도자의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호드라면 이를 가는 아버지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비록 아버지와 같은 훌륭한 전사가 되기에는 체력은 부족했지만 대신 성스러운 빛에 대한 친화력으로 뛰어난 사제의 재능을 나타내기도 했다.
회담장에서도 안두인은 뛰어난 외교적 수완가의 자질을 보이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아직 풋내나는 소년이었지만 만인의 안위를 걱정하는 신중하고 진실된 모습에 회담장에 있는 호드의 일원들까지 감명을 받았다. 특히 아이는 유화적이고 차분한 성격으로 제이나, 쓰랄과 매우 죽이 잘 맞는 모습을 보였다.
떡잎부터 성군이 될 자질을 보이는 안두인 린
그러나 그런 안두인의 노력이 무색하게, 곧 예정된 사단이 벌어졌다. 가로나가 나타나 바리안의 암살을 먼저 시도한 것이다. 회담장에 따라왔던 블러드 엘프 발리라의 도움으로 다행히 암살 시도는 차단했지만 그 행위 자체는 곧 바리안의 격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바리안은 아버지 레인 린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었다. 그는 가로나가 호드의 암살자라고 생각했다. 그럴 만한 이유도 충분했다. 그의 아버지에게 그랬듯, 테라모어에서의 이 공격 역시 그때의 역사를 되풀이하려는 시도라고 그는 판단했다. 바리안은 쓰랄과 호드의 배신을 비난하며 평화 협정에서 철수했다.
붙잡힌 가로나는 제이나와 에이그윈에 의해 다시 제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녀를 조종한 초갈은 바리안을 죽이지 못했지만 호드와 얼라이언스 간의 평화에 대한 희망을 산산조각 내는데 성공했다. 또다시 과오를 되풀이한 가로나는 초갈에 대한 복수를 다시 한 번 목표했고, 동시에 이교도의 음모 역시 완전히 파헤치고자 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은 그것뿐이었다. 이번엔 제이나와 에이그윈이 그녀를 돕기로 했다.
기구한 운명을 반복하는 가로나
※ 본래 <로고쉬&메단> 코믹스의 메단 편은 이름 그대로 메단이 주인공인 스토리입니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 메단이 있고,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중심축이 되죠. 평화 회담장을 노리는 암살자 가로나가 자신의 어머니임을 알아보고 그녀를 추적하다 고대신 크툰의 힘을 이어받은 초갈을 물리치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메단은 할머니 에이그윈으로부터 최후의 수호자 자격도 물려받고 마법, 주술, 신성, 격투술 등 온갖 능력에 통달한 엄청난 재능을 보입니다.
그러나 나중에 공식 스토리의 기준이 된 연대기에서는 메단을 이야기에서 아예 삭제해버립니다. 코믹스 내용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사건은 그대로 두고, 메단만 이야기에서 쏙 빼버린 거죠. 메단에게는 매우 잔혹한 처사(?)이지만 그렇다고 블리자드가 공식적으로 메단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진 또 않습니다. 연대기에도 무슨 이스터 에그처럼 색인에 언급은 됩니다. 즉 가로나와 메디브의 아들이자 세 종족의 혼혈아, 역대 최강의 마법사인 최후의 수호자의 유일한 혈육, 워크래프트 사상 희대의 먼치킨 메단은 분명히 존재하나, 공식 역사에 그가 모습을 드러낸 적은 아직까지 없는 겁니다. 설정을 다운 그레이드해서 언젠가 활용할 생각인 건지 어쩐 건지는 두고 보면 알겠죠. 일단 스토리 디렉터 제임스 워는 "메단은 살아있고, 지금 당장 곁에 없을 뿐 아주 중요한 과업을 위해 우주를 여행하고 있다"고 언급해두었습니다.
언젠가 본 게임에 등장할 지도 모르는 메단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진 초갈은 다음으로 노스렌드를 찾았다. 고대신 요그사론의 속박을 풀기 위해서였다. 요그사론은 고대 유적 <울두아르>에 봉인되어 있었다. 초갈은 성채의 지하로 내려가 요그사론을 옥죄는 마력의 속박을 조금씩 벗겨냈다. 비록 완전히 부수지는 못했지만 사슬을 어느 정도 느슨하게 만들 수는 있었다. 그 행위는 요그사론의 영향력을 배가시키기에 충분했다. 요그사론은 위대한 수호자 로켄의 의식을 지배하여 의지의 용광로를 통해 군대를 조직하게 했다. 본래 고귀한 생명체를 만들어냈어야 할 그 기계 장치는 로켄의 손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쟁만을 추구하는 강철 피부의 드워프와 브리쿨 군단을 생산해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