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소설 : 위상들의 황혼)
데스윙은 알렉스트라자와의 대결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나 결국 승리했다. 알렉스트라자는 데스윙의 분노 앞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데스윙은 승리했음에도 불안을 떨치지 못했다. 그는 간신히 알렉스트라자를 물리칠 수 있었다. 만약 이세라와 노즈도르무가 함께 싸웠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알렉스트라자와 달리 다른 용의 위상은 무해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었지만 데스윙은 그들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만약 예전의 힘과 영광을 되찾는다면 그들은 진정한 위협이 될 수 있었다. 데스윙은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용의 위상들을 쓰러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황혼의 용을 주축으로 군대를 다시 꾸렸다. 그리고 초갈과 나머지 이교도들을 운명에 내맡긴 채 황혼의 고원에서 사라졌다. 그들의 생사는 데스윙에게 별 의미가 없었다.
검은용과 황천의 마력이 결합된 황혼의 용군단.
알렉스트라자는 노즈도르무와 이세라에게 <고룡쉼터 사원>에서 회합을 요청했다. 알렉스트라자는 분열된 용군단을 한데 규합하여 단결된 힘으로 데스윙에 맞서고자 했다. 그러나 회합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노즈도르무는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이세라는 알렉스트라자의 부름에 응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기이한 미래의 계시에 가려져 어지러웠다. 이세라는 예감과 현실조차 제대로 구분할 수 없는 상태였다.
노스렌드의 <고룡쉼터 사원>에 모인 용의 위상들
푸른용 칼렉고스와 아리고스도 고룡쉼터 사원에서 용군단의 미래를 논의했다. 그들은 죽은 말리고스를 계승할 가장 유망한 후보자였다. 그러나 두 용의 성격은 전혀 달랐다. 칼렉고스는 지혜롭고 침착했다. 말리고스의 아들인 아리고스는 건방지고 교만했다. 아리고스는 지금도 아버지의 죽음을 알렉스트라자의 탓으로 돌렸고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다. 아리고스와 용들 사이에서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 순간, 데스윙의 군대가 들이닥쳤다.
황혼의 용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고룡쉼터 사원과 그곳의 수호자들을 공격했다. 알렉스트라자와 동료들은 몰랐지만 그 공격은 단지 시선을 끌기 위함이었다. 황혼의 망치단 이교도들이 고룡쉼터 사원 아래에 있는 일련의 마력의 성소를 공격했다. 그곳에는 용군단의 알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이교도들은 공허의 에너지로 알들을 뒤덮고서 부화하지 않은 생명체들을 서서히 황혼의 용으로 변화시켰다.
알렉스트라자의 배우자, 크라서스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의식은 성공을 거두었을 것이다. 붉은용 크라서스는 성소에서 새어 나오는 타락을 감지했다. 이미 시간이 지나 알들에게서 이교도의 마법을 정화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크라서스는 그 생명체들이 황혼의 용으로 부화하기 전에 고통을 끝내기로 결심했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크라서스는 자신의 생명의 정수를 끌어내어 성소에서 마법의 불길로 폭발을 일으켰다. 모든 알과 이교도가 불길 속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크라서스도 사라졌다.
자신을 희생해 타락한 알들을 정화한 크라서스
그 충격으로 고룡쉼터 사원이 바닥까지 흔들렸다. 얼마 후, 황혼의 용들은 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알렉스트라자와 용들은 성소를 조사하여 알들을 파괴한 것이 크라서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어째서 알들을 깨뜨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들은 크라서스가 자신을 희생했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데스윙의 영향으로 타락했을 것이라고만 여겼다.
너무도 명백한 배신과 너무도 많은 새 생명의 손실에 알렉스트라자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는 슬픔에 잠긴 채 노스렌드에서 사라졌다. 고룡쉼터 사원에 모인 다른 용들도 하나둘씩 사원을 떠났다. 용들이 흩어지면서 용군단의 결합에 대한 남은 희망도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알들을 타락시키려는 계획은 실패했지만 데스윙은 사건의 전개를 흡족하게 여겼다. 용군단의 단결은 깨졌다. 고룡쉼터 사원은 데스윙의 군대가 장악했다. 데스윙은 황혼의 용과 이교도의 군대를 데리고 그 신성한 사원을 점령하라고 황혼의 아버지에게 명령했다. 용의 위상들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한때 화목했던 다섯 위상들...
노스렌드의 남쪽에서 쓰랄과 대지 고리회는 원소의 균형을 복원하기 위해 계속 분투하고 있었다. 그들은 혼돈의 소용돌이에서 밤낮으로 의식을 수행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갔다. 대지 고리회의 문제는 통제할 수 없는 정령들 때문만이 아니었다. 쓰랄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쓰랄은 케른 블러드후프의 죽음과 호드의 불확실한 미래에 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 내면의 동요가 대지 고리회의 의식을 방해하고 있었다. 쓰랄은 자신을 잃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망각의 낭떠러지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이 세계에서 무엇을 이루어낼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때 혼돈의 소용돌이에서 나타난 수수께끼의 방문객이 그 답을 전했다. 꿈의 위상 이세라는 황혼의 시간을 예견했다. 생명이 모두 사라지고 회색빛이 된 세계의 계시였다. 그 끔찍한 미래에서는 데스윙조차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다. 이세라는 꿈에서 쓰랄이 앞으로 다가올 날에 어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았다. 쓰랄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알지 못했으나 그것을 알아낼 생각이었다.
미래를 본 이세라의 계시
쓰랄의 능력을 활용할 방법을 몰랐던 이세라는 우선 페랄라스의 먼 구석의 정령을 달래라는 간단한 임무를 맡겼다. 쓰랄은 그 제안에 머뭇거렸지만 아그라가 응하라고 설득했다. 인정하기는 힘들었지만 쓰랄은 혼돈의 소용돌이에서 도움이 되기보다 해를 끼치고 있었다. 쓰랄은 자신의 불확실한 마음을 극복할 수 있는지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페랄라스에서 시작된 쓰랄의 임무는 훨씬 멀리까지 이어졌다. 쓰랄은 아제로스의 머나먼 지역을 여행하면서 용의 위상을 돕는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면서 필멸자로서는 거의 보기 어려운 것들을 목격하게 되었다.
쓰랄은 그 여행의 끝에서 시간의 길로 뛰어들어가 노즈도르무를 찾았다. 시간의 위상 노즈도르무는 자신의 영지에서 길을 잃은 채 시간의 모든 순간에 갇혀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고대신들이 데스윙의 타락과 에메랄드 악몽, 그리고 역사에서 발생한 다른 사악한 사건들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천 년 동안 그 사악한 존재들은 용의 위상들의 힘과 단결을 좀먹고 있었다.
또한 노즈도르무는 <무한의 용군단>이라는 세력을 조종한 자들도 고대신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한의 용군단은 오랫동안 시간의 이상 현상을 일으키며 노즈도르무의 주의를 빼앗은 사악한 세력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무한의 용군단을 이끄는 우두머리의 모습이 불안감을 더했다. 그 우두머리는 바로 노즈도르무 자신이었다. 어느 먼 미래에 노즈도르무는 타락에 떨어졌고 '무르도즈노'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 노즈도르무의 그림자는 무한의 용군단을 만들어내어 시간의 성소를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일단 쓰랄은 노즈도르무를 도와 시간의 감옥에서 풀어주었다. 노즈도르무는 자신이 본 것에 대한 불안감을 뒤로 하고 우선 현재로 돌아왔다.
미래에 자신의 타락한 모습을 본 노즈도르무
시간의 위상과의 만남 뒤 쓰랄은 마력의 탑으로도 여행을 떠났다. 그는 푸른용군단이 새로운 용의 위상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었다. 푸른용들은 칼렉고스를 지지하는 파와 아리고스를 지지하는 파로 깊이 갈라져 있었다. 대부분의 푸른용들은 이성과 차가운 논리로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쓰랄은 마음을 신뢰하라며 그들을 설득했다. 그렇게 해서 푸른용들은 칼렉고스를 선택했다. 그러자, 아리고스가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을 저질렀다. 그는 동족을 공격했다.
다른 푸른용들은 알지 못했으나, 사실 데스윙은 아리고스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분노에 휩쓸린 아리고스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아리고스는 말리고스를 쓰러뜨린 알렉스트라자와 필멸자들에게 쓰라린 증오를 품었다. 그들의 행동은 배신이었고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할 날만을 꿈꾸었다. 그리고 데스윙과 황혼의 망치단에게 충성하면서 자신과 아버지를 농락한 자들에게 대적할 만한 강력한 군대를 가졌다고 생각했다. 아리고스는 데스윙과의 동맹 관계를 밝히며 황혼의 용 군대와 함께 마력의 탑을 공격했다. 물론 공격은 실패했고 아리고스는 쓰러졌다. 그는 푸른용군단의 배신자로 삶을 마감했다. 쓰랄의 활약으로 데스윙의 첩자는 제거되었다.
새롭게 마법의 위상이 된 푸른용 칼렉고스
쓰랄은 다음으로 알렉스트라자를 만났다. 붉은용의 위상 알렉스트라자는 잊혀진 땅에 은둔하고 있었다. 그녀는 슬픔에 잠긴 채 홀로 살아갔다. 쓰랄은 과거의 계시로 알렉스트라자를 절망의 손아귀에서 꺼내주었다. 그는 정령을 통해서 크라서스가 자신을 희생하여 붉은용군단의 알을 타락에서 구하는 모습을 보았다. 쓰랄은 그 계시를 알렉스트라자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알렉스트라자의 희망에 다시 불을 붙였다. 크라서스의 고귀한 희생에 감명을 받은 그녀는 싸울 의지를 되찾았다.
쓰랄과 함께, 알렉스트라자는 용들을 모아 고룡쉼터 사원으로 나섰다. 만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고 처음으로, 고귀한 용군단이 대의를 위해 단결했다. 데스윙의 군대에게서 고룡쉼터 사원을 되찾기 위한 전투는 길고도 잔혹했지만 단결한 용군단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그들은 고룡쉼터 사원을 어렵지 않게 되찾았다.
만 년 만에 다시 모인 다섯 용군단
용의 위상들은 데스윙과 황혼의 망치단의 잔당을 쫓아 싸우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먼저 부서진 세계를 치유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들은 하이잘 정상에 모여서 세계수 놀드랏실에 의식을 수행했다. 놀드랏실은 회복 중이었으나 회복세가 빠르지 않았다. 용의 위상들은 자신들의 힘을 주입하여 놀드랏실에게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주고자 했다. 놀드랏실의 뿌리가 다시 무성하게 자라나면 아제로스도 힘을 얻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데스윙은 그들의 계획을 알고서 라그나로스의 정령들을 다시 하이잘 산에 내보냈다. 불의 땅에서 다시 균열이 생겨났고 잿불과 연기의 군대가 숲에 쏟아져 들어왔다.
아제로스의 영웅들이 휘몰아치는 불길을 저지하는 동안 데스윙은 쓰랄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는 단 한 명의 오크가 자신을 위협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자는 달랐다. 쓰랄의 수완으로 고귀한 용의 위상들이 단결했고 멸망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뿐만 아니라 그 오크는 정령과의 결속을 통해서 대지, 즉 데스윙 자신의 영지에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데스윙은 쓰랄을 우선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무기를 꺼냈다. 바로 화염의 드루이드였다. 세나리온 의회의 불명예스러운 옛 지도자 판드랄 스태그헬름이 그들을 이끌고 있었다. 수개월 전 판드랄은 에메랄드 악몽과 거래한 대가로 지하굴에 갇혔다. 그러나 대격변이 벌어졌을 때 황혼의 망치단 대리인들이 그를 도와 탈출하게 해주었다. 그들은 데스윙에게 충성하면 아들 발스탄 스태그헬름의 죽음에 대해 세상에 복수할 수 있는 힘을 주겠다며 판드랄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판드랄은 동의했다. 그러자 불의 군주 라그나로스가 직접 판드랄을 불길 속에서 다시 만들어냈다. 판드랄은 모습이 바뀌었고 불의 정령을 부릴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는 라그나로스의 심복이자 첫 번째 화염의 드루이드가 되었다.
재활용(?) 당하는 판드랄
판드랄은 다른 이들, 주로 세나리온 의회에 환멸을 느낀 드루이드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다. 새로운 지도자와 마찬가지로 그 드루이드들은 불길 속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판드랄과 그의 드루이드들은 하이잘 정상 인근에서 쓰랄을 습격했다. 그리고 쓰랄의 주술을 역으로 이용하여 그의 영혼을 조각낸 다음 정령계로 던져버렸다. 분리된 각각의 정수는 의심, 욕망, 인내, 분노 등 쓰랄의 원초적인 감정을 체화한 것이었다.
많은 동료들은 쓰랄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그라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쓰랄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아그라는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구성원들에게 쓰랄의 분리된 영혼을 찾아달라고 설득했다. 그녀의 부탁대로 두 진영의 영웅들은 쓰랄의 분리된 4개의 영혼을 각각의 정령계 차원인 하늘담, 심원의 영지, 불의 땅, 심연의 구렁에서 구해냈다. 이 과정에서 쓰랄은 정령과의 친화력이 강화되어 주술사로서의 능력이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업그레이드 쓰랄! 그리고 그 힘으로 아그라에게 청혼...
한편 말퓨리온은 하이잘의 수호자들을 규합하여 불의 군주 라그나로스에게 대규모 반격을 시행했다. 그들은 불의 땅으로 라그나로스의 군대를 돌려보냈으나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말퓨리온은 라그나로스가 살아 있는 한 언젠가 또다시 공격해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이잘을 그의 불길에서 보호하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세나리온 의회는 불의 땅을 공격하여 녹아내린 전초지라고 알려진 요새를 구축했다. 하이잘의 수호자들은 불의 정령들에게 끊임없는 공격을 받으면서도 굳게 버텨냈다. 곧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지원군이 세나리온 의회를 찾았다. 서서히, 그들은 불의 땅 깊은 곳까지 나아갔고 마침내 라그나로스의 이글거리는 성채, 설퍼론 요새에 도착했다.
스스로 필멸의 존재들이 미칠 수 없는 존재라고 믿었던 라그나로스는 자신의 영지에서만큼은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바람의 군주 알아키르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알아키르와 마찬가지로, 라그나로스는 아제로스 영웅들의 맹공에 쓰러지고 말았다. 판드랄과 화염의 드루이드 거의 대부분을 포함한 그의 강력한 부하들도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불의 군주가 쓰러지면서 하이잘은 마침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불길에서 벗어났다.
바람 잘 날 없는 하이잘
하이잘에 다시 평화가 돌아온 후, 용의 위상들은 마침내 원래의 임무로 돌아갔다. 그들은 놀드랏실 아래에 모여 세계수에 에너지를 집중시켰다. 즉시 효과가 나타났다. 놀드랏실의 상처가 치유되었고 가지마다 새로운 생명이 깃들었다. 푸릇푸릇한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으며 뿌리는 세계의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놀드랏실의 생명 에너지가 주위 숲에 흘러내렸다. 산 여기저기에 불타버린 나무들 사이로 어린 나무들이 잿더미를 뚫고 솟아나 새잎을 피워냈다.
용의 위상들은 그 결과에 만족했으나 아직 할 일이 많았다. 그들은 놀드랏실에 남아서 어떻게 데스윙을 쓰러뜨릴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지 의논했다. 데스윙은 오래전 그림 바톨에서 싸웠던 그 존재가 아니었다. 지금 그의 피에는 공허 마력이 흘렀으며 거의 무적이라 할 만큼 강력했다. 용의 위상들은 그를 무찌르기 위해 데스윙을 돌려놓아야 했다. 그의 정수를 하나하나 파괴해야 했다.
칼렉고스가 방법을 고안했다. 용의 위상들이 마력을 합치고 모종의 수단을 통해서 그것을 증폭시킨다면 가능했다. 칼렉고스는 그 목적에 적합한 유물을 알고 있었다. 위상의 에너지를 담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유물, <드래곤 소울>이었다. 오래전, 그들은 드래곤 소울에 마력을 주입했다. 어떤 용이든지 그것을 만지면 엄청난 고통을 느꼈고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었다. 용들은 그것을 함부로 다룰 수 없었다.
그러나 칼렉고스는 방법을 생각했다. 바로 쓰랄이었다. 쓰랄은 용이 아니었기에 유물의 마력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쓰랄은 그 유물에 대지의 정수를 주입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데스윙은 유물의 마력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드래곤 소울은 파괴되어 이제 없었지만 칼렉고스는 시간의 위상 노즈도르무의 힘으로 과거에서 그것을 가져오자고 제안했다.
역시 게임은 템빨이지
다른 위상들은 그 의견을 경계했다. 드래곤 소울은 위험한 물건이었다. 게다가 노즈도르무에게 있어 '시간에 개입하여 드래곤 소울을 가져온다'는 것은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거스르는 행동이었다. 아무리 고귀한 목적을 위해서라고 해도, 그의 임무는 성스러운 시간의 길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즈도르무는 깊은 고심 끝에 과거로 떠나는 것만이 황혼의 시간을 피할 수 있는 아제로스의 유일한 희망임을 깨달았다. 노즈도르무는 시간의 길에서 무한의 용군단의 영향을 제거하는 것이 유물을 찾기 위한 첫 단계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무르도즈노와 싸워야 한다는 의미였다. 노즈도르무는 강력했지만 자기 자신의 뒤틀린 미래의 모습에 맞설 수 있을지 두려움을 느꼈다. 노즈도르무는 호드의 용사들을 통해서 용기를 얻었다. 그들도 드래곤 소울이 데스윙을 처치할 수 있는 답이라고 믿었다. 용사들은 자원하여 목숨을 걸고 노즈도르무와 함께 시간의 길에 나섰다.
그들은 시간의 길 속 어느 황량한 자락에 뛰어들었다. 무르도즈노와 무한의 용군단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현실을 뒤틀어버린 미래였다. 노즈도르무는 필멸자 동료들의 강철 같은 의지와 용기에 기운을 얻고서 호드의 용사들과 함께 자신의 사악한 그림자, 무르도즈노를 쓰러뜨렸다.
승리는 달콤하면서도 씁쓸했다. 노즈도르무는 자신이 언젠가 타락하여 무르도즈노가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 운명은 피할 수 없었다. 노즈도르무는 그 끔찍한 운명이 실현되면 영웅들이 나서서 자신을 쓰러뜨리고 시간의 길을 어지럽히는 것을 막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현실을 받아들였다.
언젠가 맞이할 자신의 미래
시간이 길에서 무한의 용군단의 영향을 제거한 다음 노즈도르무는 불타는 군단이 아제로스를 처음 침공했던 시기, 즉 고대의 전쟁으로 통하는 길을 열었다. 그 시간으로 여행하는 것은 위험했지만 필수적인 일이었다. 용의 위상들에게 필요한 드래곤 소울은 데스윙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그에게 설득된 옛 동료들에게 에너지를 주입받고서 얼마 지나지 않은 순수한 상태의 것이어야 했다.
이번에는 얼라이언스의 영웅들이 도전에 응하고 나섰다. 그들은 노즈도르무와 함께 과거의 부서진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지옥 불길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곳곳에 시체가 나뒹구는 전장에 악마들이 바글거렸다. 얼라이언스의 영웅들은 전쟁의 희생자가 될 뻔했지만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 그리고 노즈도르무를 도와 드래곤 소울을 구한 다음 현재로 돌아왔다.
용의 위상들은 우선 그들의 결합된 마력과 쓰랄의 주술 마력을 드래곤 소울에 주입하기 위해 고룡쉼터 사원으로 향했다. 다만 그들의 행동은 적의 눈을 피해갈 수 없었다. 아제로스 곳곳에서 활동하던 데스윙의 부하들은 그들이 과거에서 드래곤 소울을 가져왔다는 사실과 그 유물에 마력을 주입하려 한다는 계획을 알아냈다.
적들의 성공은 데스윙의 죽음을 의미했다. 그것은 반드시 막아야 했다. 데스윙은 고룡쉼터 사원에 자신의 남은 모든 전력을 끌어모았다. 지금껏 거느렸던 어떤 병력보다도 거대한 황혼의 용과 이교도의 군대가 고룡쉼터 사원에 결집했다.
저것들이 또 치사하게 핵 쓸려고...!
데스윙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하수인들은 땅과 하늘에서 고룡쉼터 사원을 에워쌌다. 고대신 느조스도 전투를 거들 부하들을 보냈다. 느조스의 명령에 따라 느라키, 즉 '얼굴 없는 자'라고 불리는 악몽 같은 생명체들이 때를 맞추어 고룡쉼터 사원에 도착했다.
그 적들과 싸운 것은 고귀한 용의 위상,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용사들만이 아니었다. 붉은용군단, 푸른용군단, 녹색용군단, 청동용군단의 용들이 고룡쉼터 사원에 모여 그곳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용들의 싸움이 전면적으로 펼쳐지자 날개 달린 거대한 형체들이 태양을 가렸다. 그들이 싸움은 어느 전투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장관을 연출했다.
고룡쉼터 사원에서 펼쳐진 총력전
양쪽에서 끔찍한 피해가 났다. 황혼의 아버지 등 수백에 달하는 이교도와 황혼의 용들이 생명을 잃었다. 사원의 수호자들도 마찬가지로 많은 수가 쓰러졌다. 그러나 붉은용과 푸른용, 청동용은 헛되이 죽지 않았다. 그들의 희생 덕분에 용의 위상과 동료들은 데스윙에게 분노를 집중시킬 수 있었다. 막대한 힘을 가진 데스윙도 단결한 적을 꺾을 수 없었고 그들이 용의 영혼을 강화하는 것도 막지 못했다. 쓰랄과 용의 위상들은 데스윙에게 드래곤 소울을 사용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를 고룡쉼터 사원에서 몰아냈다.
데스윙에게 치명타를 가한 쓰랄
데스윙은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분노에 휩싸인 채 혼돈의 소용돌이로 날아갔다. 휘몰아치는 바다의 심연을 지나 자신의 둥지인 심원의 영지로 내려갈 생각이었다. 용의 위상들을 피해 부상에서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정령계에 몸을 숨기는 것뿐이었다.
고룡쉼터의 수호자들은 데스윙을 뒤쫓으며 하늘에서 서서히 그의 힘을 뺐다. 고대신 느조스는 자신의 하수인이 패배의 위기에 몰렸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는 전세를 뒤집을 최후의 절박한 시도를 감행했다. 느조스는 데스윙에게 자신의 마력을 추가로 주입했다. 그전까지 주었던 것보다도 훨씬 큰 힘이었다. 너무도 강력한 에너지의 유입에 데스윙의 불안정한 육체는 뒤틀리기 시작했고 찢긴 가죽 사이에서는 용암의 촉수가 자라났다.
쓰랄은 흉측하게 변한 그 괴수에게 한 번 더 드래곤 소울을 사용했다. 용의 위상들은 데스윙을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하여 남은 모든 힘을 드래곤 소울에 불어넣었다. 위상의 정수에 쓰랄이 엮어 넣은 대지의 정수가 결합된 무기가 데스윙의 몸을 불살랐다. 엄청난 폭발과 함께 데스윙의 육신과 영혼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 순간, 황혼의 시간을 인도하려던 느조스의 전쟁도 막을 내렸다.
마무리를 가하는 쓰랄
아제로스는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영원히 모습이 바뀌었다. 대격변은 세계를 바꾸어 놓았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아제로스의 국가들이 피해를 복구하려면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용의 위상들은 드래곤 소울을 다시 과거로 돌려놓았다. 그들은 앞으로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관여하겠지만 이번 일로 마력을 잃은 상황에서 더는 아제로스의 수호자로 활약할 수 없었다. 용의 위상들은 그 신성한 의무를 새로운 수호자들에게 물려주었다. 그 의무는 필멸자들에게 돌아갔다.
용의 위상과 티리스팔 수호자의 시대가 저물었다. 호드와 얼라이언스는 자신들이 아제로스를 위협하는 어떤 힘에도 맞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제 세계를 수호하는 일은 그들의 것이었다. 그러나 호드와 얼라이언스가 그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호드와 얼라이언스를 집어삼킨 증오의 순환은 아직 깨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데스윙을 무찌른 사건은 두 진영이 자신들의 전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없었다.
대격변 이후 재건되는 스톰윈드의 건물들
한편 대격변으로 아제로스의 세계는 생각지 못한 큰 변화를 한 가지 더 맞이한다. 1만 년 전, 세계의 분리 당시 하나였던 땅에서 떨어져 나온 4개의 대륙 중 하나, 남쪽의 <판다리아> 대륙이 안개를 걷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오랜 시간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었던 그곳은 나머지 세 대륙과는 완전히 다른, 그들만의 고유의 문화를 갖고 있었다.